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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Mar 26. 2023

 쿨~한 가족사진

- 나 혼자 산다, 나 혼자 죽는다.-


생각해 보니 한 번도 제대로 된   가족사진을 가져 본 적이 없다.


결혼 전에는 초등학생 4학년 때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의 부재로.

결혼 후에는 시부모님의 이혼으로 시어머님이 두 분이 계신 이유로. 장손임에도  우리 가족의  출입이 시아버님의 맘을 편치 않게 하여 처음 몇 번은 눈치 없이 가다가, 우리 거주지에서 너무도 한 참 먼 지역이란 핑계로  명절날 제사 참여는 면제받았다.  마음대신 돈만 보내면 되는 가족.  

어찌 생각하면 명절노동스트레스라고는 전혀 없었던 고마운 상황이었다.

남들은 명절 전날 이면 전 부치고 음식장만에 밥상, 술상 차리느라 허리가 끊어지는데 나는  심야 명화극장을 느긋하게 시청하며 남들은 새벽부터 차례 지낼 준비에 바쁜 시간에  늘어지게 잠을 잤다. 내 집안 살림과 육아 돕기 위해 가까이 살았던 친정엄마의 '왜 안 건너오느냐' 재촉전화를 서너 번 들을 때까지. 그때서야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집으로 가서  제사에 온 정성을 들이는 친정어머님 제사음식을 날름날름 편하게 먹었다. 각기 시댁 다녀온 친정 식구들이 가족들과 슬슬 모이는 오후부터 고스톱이나 윷놀이하다 돌아오는.. 참 편했으나 먼가   모자란 느낌이 드는 명절 들이었다. 시댁에서  큰 며느리로 명절노동하고 온 친정동생의 시댁 불평이 오히려 부러울 때도 있었으니...


 



   대학 졸업 시즌이었다. 딸이 드디어 공부의 한 시즌을 마감하고 학위수여식을 하게 되었다.

 일과 공부, 돌 지난 아이 양육까지 너무 바쁜 딸이  결혼 전부터 시작한 그 어려운 공부를 무사히 마치고

학위를 받는 게 너무 뿌듯하고 의미가 있었다.

당연 온 가족이 다 가서 축하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속으로 이번에는 목을 끌고서라도

다 끌고 가 마지막 가족사진을 찍을 마지막 기회라고...

꽃다발은 검붉은 튤립과 주홍빛 리산 꽃다발을 들고 가고 옷은...

튀는 거 싫어하는 딸이니 무난한  오버에.... 혼자 상상하는데  


그러나  남편 NO , 아들 NO

 " 엄마가 와 주면 좋긴 하지 머.. 근데 바쁘면 안 와도 돼. 양서방이 온다햇으니

양서방만 오면 돼. 오후에는 일 해야 하고 " 딸의  마지못해 '오려면 와라 '하는 태도.

내겐 NO로 읽히는 승낙.


망치로 맞은 것처럼 충격이었다. 첨엔 화가 나서 부르르 떨었으나 깨달았다.

  남편, 아들, 딸 나 네 사람의 가족이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라고

어찌 그런 착각을 지금까지 했지?

나와 남편 아들 딸과의 관계가 다 다르고 남편과 나 아들 딸과의

관계 다르고   아들과 나 남편 딸과의 관계 다르며  딸과 나 남편 아들관계가 다 각각 다르고

내가 알 수 없는 서로 간의 관계는 나와 상관없이 그들만의 진실이 있다는 것.

그리고 딸은 이제 이 관계를 기초로 남편과 딸의 새 관계를 시작하는 과정이라는 것


완벽한 가족사진은 없다

 완벽한 가족사진을 꿈꾸는 어리석은 마음이 있을 뿐


그리고  딸이 나에게

'가족의 관계라는 것은 어느 집이나 잘 맞는 관계가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관계가 있어요,

엄마. 그냥 이제  내려놓아요. 아빠와 오빠일이에요'

쿨하게 말하는 것을

인정머리 없는 것. 너도 엄마 돼 보면 달라질걸? 했던 마음을 내려놓는다

 

딸의 학위 수여식을 3층 학부모석에서 지켜보았다

꽃다발 들고 사진 찍어주는 사위. 사위에게 학위모자 씌워주고 사진 찍어주는 딸

1층과 3층 멀다면 먼 거리임에도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도 딸과 사위를 금방 찾는다

뭉클하다. 그들도 3층 구석에 앉은 나를 찾아 손을 흔든다


!!!!!!

딱 이만큼의 거리와 높이가 좋다.

내 마음이 나만의 집착의 틀에  갇히지 않고 딸의 마음까지 지켜볼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가족은 내가 아닌  타인이다. 타인치고는 가장 가까운.  가깝다고 서로의 경계선을 넘는 스토커는 말고.

사는 것은 결국은 혼자 뛰고 견디고 당도해야할 레이스다 

 제목이"  나 혼자 산다."인 티브이 프로에 나오는 젊은 것들이 말한다



"나혼자 산다 "


" 그래? 걱정 마!  나도 나 혼자 죽는다."

 

늙은 내가 대답했다



노후의 달인 롤모델인 배우 윤여정에게서 닮고 싶었던  쿨한 자식과의 관계는

징글징글한 뜨거운 미운 정 고운정인 애정이 아닌 조금 높게 멀게 온도를 조금

낯춘 쿨한 마음에서 저절로 오는 여유구나

늦게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징글징글한 가족사진을 내려놓는다

이제 가족사진에 목매달지 않기로 했다

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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