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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Mar 31. 2023

불편한 뒷좌석 중간자리는 누가?

-노후준비는 빈티지가구 같은 친구들과 함께  -


몸이 망가지기 시작하면서

가족들이나 지인들 차를 얻어 탈 때마다 내 자리는

오르내리기 조금 편하게  독립된 운전자 옆 좌석이다. 당연하다 생각했다.

같이 탄 일행들은 나처럼 환자가 아니고 정상인이니까. 그래서 뒷좌석 탈 때도 마음속으로 나름 질서가 있었고 가장 불편한 가운데 자리는 피하려고 했던 기억도 가물가물 사라졌다.  승용차가 만석일 때 가장 불편한 자리는 누가 탔었지?


  since 1979 초임지 발령학교 선생님들 모임인 개할머니 모임에서 하루 여행을 갔다.

 수원성 여행, 덤으로 광명역 이케아  탐방

오랜만에 코로나로 묶여있던 발도 풀렸겠다, 모임 멤버 중 유일하게 이 지역을 떠난 이선생님이

먼 수원에서 힘들게 차운 전하고 내려오셨다 모임 후  금방 다시 올라가는 것에 늘 미안하기도 했고...


오랜만에 타게 된  ktx는 평일이라 경로우대 할인을 받았다. 늘 나라에 세금만 뜯긴다고 생각했던 참인데 할인을 받으니 좋은가? 그건 아니었다. 노약자로 도움받는다는 게 아직은 쪽팔리는ㅎㅎ 새내기 노인들이다.

 마음도 소풍 가는 어린아이처럼 들떠  잠을 설친 채 ktx에 올랐다. 늘 강렬한 색감의 옷으로 눈을 즐겁게 해 주시는 오샘은  오늘은 웬만해서는 소화하기 힘든 쭈꿀쭈굴한 이세이미야끼 옷을 멋지게 차려입어 생기를 주셨고  직접 만드신 건강 빵과 직접 내리신 커피 한잔을 기차 안에서 마시게 해 주신 김샘은 입을 즐겁게 해 주었고 완벽한 여행스케줄러이신 최샘은 이번 역시 완벽한 여행스케줄로 긴장 없이 졸졸 따라가게 만 하게 하여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다.

광명역에 내려서 대기하고 있던 이선생님 차에 탔다.

당연히 나는 날름, 앞 좌석에 타고 뒷좌석에 탄 세분이 좌석 때문에 약간의 실랑이가 벌어지는 모습도

전혀 몰랐다.  차 이동 시 때마다  세 분 선생님들의 자리가 바뀌었던가?

다만 어둑어둑해지고 돌아오는 여정인 수원에서 광명역으로 가는 약 삼십여 분간의 마지막 차 탑승에 불편한  자리를 두고 투덕투덕 몸싸움을 하시는 세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깜짝 놀랐다



"좌회전해서 돌아가요."

아마 나를 포함 모두 이구동성 말했을 것이다.

우린 너무도 착한.. 그래서 재수 없는 ㅎㅎ 아니 재미없는 FM 같은 교사출신들이니까   


광명역 주차장에서 출발한 차가 바로 옆에 있는 이케아를 가다가 차선을 잘못 타서

좌회전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었다.


그러나 운전대 잡은 이샘 마음.

직진 차선에서 신호대기 중인 뒤차 앞에 과감히 들이댄다


뒤차 주인이 다행히 빵빵대지 않아 아무렇지도 않게 잘 통과해서 금방 이케아에 골인.

역시.. 우리 중에서 화통하고 융통성이 좀 있으신 이선생님 답다

여행은 정말 퍼펙트했다.

이선생님의 수원살이 경험 중에서 정수들만 모아서 안내한 우리 취향에 딱 맞는 여행이었다    

신선한 디자인 그러나 가벼운 가격으로 구입도 쉽게, 버리는 것도 쉽게 하는  이케아 가구에서

젊은 에너지를 얻고  , 갈수록 운동복 차림인 시간이 많아지는 그래서 관심은 많으나 지방은 매장이 없어 인터넷에서만 골라야 했던  트렌디한 운동복, 라운지복을 구경도 하며  하나씩 사는 쇼핑도 했다.

점심은 나이 들수록 더 집요하게 입에서 요구하는 한식 식당에서

꼬막정식과  불맛 느껴지는 불고기를 먹었다.

여행객이 아닌 주민으로서 느끼는 이선생님만의 수원성이야기를 들으며 산책도 하고


 마지막 클라이 막스는 이샘 집을 구경하고 저녁을 얻어먹은 거였다

  이샘 집을 방문할 줄은 몰랐다. 우리는 우리대로 우리가 방문하면 힘들 이샘을 배려하여 절대 집방문은 안 하게 일정을 짰고  이샘은 집 방문한다고 하면 절대 빈손으로는 안 오고 먼가 들고 오는 는 샘들을 배려해서

 말을 안 한 거였다. 


배려.. 


너무나 착한 노인들.... 이샘이 손수 만든 겨자냉채를 비롯한 음식들은 이샘 아파트 거실 창 너머로 보이는 물흐르듯한 능선을 가진 앞산의 편안함 속에  시작된 수다와 함께  마음속 찌꺼기를 다 쏟아내게 하는 힐링음식이 되었다. 무겁게 앉았던 몸이 마음을 가볍게 하니 몸도 가볍게 일어나게 했다



일어나 어둑어둑해져 오는 수원을 떠났다.

지쳤을 법한 이샘이 또 운전대를 잡았다. 막 올라탔는데 투닥투닥 몸싸움하는 게  백미러로 보인다.

세상에 칠순이 다 와가는 분들이 서로 불편한 가운데 자리를 서로 앉으려고 몸싸움하는 중이었다.

한 분은 자기가 젤 나이가 어려서..

한 분은 한 분이 아침부터 몸이 안 좋아서

한 분은.. 모르겠다


 눈물이 났다.

그리고 세분들도 나 못지않게 더 이상 젊지 않고 쇠약해진 노인이다는 생각을

왜 나는 못했을까.. 


우리 모임이 40년 지속된 비밀의 열쇠를 찾은 느낌이다.


노후의 준비는 좋은 친구를 가지는 것이다


40년 된 친구를 돈으로 살 수 없다



나는 지루한 건 싫어한다.  기가 막힌 영화도 두 번 보는 법 없고 계절 바뀔 때마다 집을 뒤집어엎고 커튼 하나라도 바꾼다. 그런 내가 오래오래 안 버리고 아끼는 것 중 하나가 까사미아 라탄가구다. 내 로망의 공간이 휴양지라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해 준 , 이제는 나와 한 시간이 너무 많아 못 버리는...

이런 가구를 빈티지라 한다


빈티지가구 같은 친구들을 가진 나의 노후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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