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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Jul 24. 2023

내 몸의 마지막 풍경에 대한  상상.

- 당신과 나의 마지막 풍경은???_

 내 죽음에 대한 상상....




  오래전 이야기다. 러시아 여행을 했었다. 당시는 시국이 어수선해서 러시아 여행을 한다는 것은 쉽지도 않았고 또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환타스틱 한 여행지도 아니었다. 그러나 꼭 가야 할 일이 생겼다. 첫 발령지 학교 선생님들끼리 모임을 만들어서 가까이 지냈는데 그중 한 분이 화가셨고 러시아로 꼭 그림 유학을 가야만 하는 이유가 있으신 분이셨다. 그분이 안정적인 유학생활을 하게 되고 마침 방학 중이기도 하여 지방 촌놈들인 우릴 불러내어  가이드 노릇 제대로 해서 제대로 된 여행시켜주려고 초대했었다. 그러나 막상 러시아 모스크바에 도착했을 때는 우리는 샘의 병문안을 가야만 했다. 우리 도착 전날 길고도 깊어 위험하기로 악명 높은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져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아쉽고 안타까웠지만 한나절을 그 병원에 갇혀서 병문안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한참.. 웃고 떠들고 하다가

갑자기 쉿.. 하면서 그 화가샘이  병실 한 구석을 가리키며 입을 막았다.

육인실쯤 되는 병실이었는데  언제 왔는지 젊은 여의사 한 분이 작은 꽃병에 화려한 주황색 꽃 한 송이를

꽂아서 누워있는 환자 분의 코에다 대고  편하게 꽃향기를  들이마시기 쉽게  하고 있는 중이었다


거대한 나라로 알고 있는 러시아 국립병원의 낡고 누추한 환경에 실망하고 있던 우리는 갑자기

숙연해졌다. 약간 녹은 슬었지만

깔끔한 천을 씌운 침대 위에 환자복이 아닌 얇은 흰 리넨  라운지 원피스를 걸치고

신화 속의 천사처럼 너무도 아름다운 사람이 누워있었다. 자세히 보면 통증이 지나칠 때마다 이마에 주름이 그어지는 걸로 보아 나이 지긋한 할머니 임이 분명하지만 언뜻 보면 조막만 한 뽀얀 얼굴과 한쪽으로 느슨하게 머리를 모아 한 갈래로 땋아 내린 모습이 소녀 같은 분. 그분 귀에 대고 연신 부드럽고 따뜻한 목소리를 넣어주고  콧속으로는 계속 향기를 넣어주고.. 무슨 소리였을까.. 사랑한다, 좋은 곳, 밝은 곳으로 가라.. 진흙탕은 걷지 말고 꽂길만 걸어라.. 잘 날아라... 나 혼자서 온갖 상상을 다하면서 내 마음도 그분과 같은

마음이 되어서 빌은 것 같다

꽃병 든 여자는 이곳 병원의 외과의사이며 누워계신 분은 이 의사의 시어머님이라고 했다

어찌나 가슴이 따뜻하고 먹먹했는지 저렇게 임종을 맞이하면 죽음도 무섭지 않겠다고 했다

내 마음속에 손가락으로 꼽을 만한  임종에 대한 환타지중 최고의 실제로 본 판타지다.




 

찻잔 들고 찻집을 열고 숙우회 수업을 들었다

죽음을 향한 내 몸은 자꾸 떨리고 굳어지면서 지상의 마지막 시간을 버티고 있고

 몸에서 막 빠져나온 영혼을  위로하고 편안하게 풀어주는

 차 한잔의 향기가 절실할 때  녹차향이었으면 좋겠다.


 이제 막 가향처리 끝낸 첫물 차, 구수하고 젖 비린내,

  신생아 살냄새 같은 부드러운 세작향..

 어쩌다가가 아닌  늘 익숙하게 마시던 지리산 화계 근처의 산녹차로.

 

음악까지 준비해 주신다면 혁오 밴드의 ‘공드리’,  

영혼을 물이 아닌 빛으로 목욕시킨다면      그런 느낌일 것 같은 음악.    


그리고 맨 마지막 향 마무리는  늦가을 유리 다관에서 살포시  연보랏빛 꽃잎으로 피어나서

 모든 세속의 잡냄새를 다 몰아내고 맑고 담백한 향으로 남게 하는 구절초 꽃잎차향.  


무거웠던 생의 무게를 다 덜어내고 구절초 꽃잎차 향처럼 가볍고

맑은 향기만 남겨진 사람들에게  남겨두고 가고 싶어서....

그런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을까.     



    


 과연 나는 윤회하지 않고 마음의 평화를 발견하게 될까?

그럴까?

늘 인생은 내 꿈을 배반해 왔는데... 그래도 또 끈질기게

또 꿈을 꾸어본다.    


내 마지막 생각은 아무런 집착이나 미련이 없는 경지이기를......


향을 뿌리고 차 한 잔 정성스럽게 올리는 산향이라는 망자를 위한 다법을

행해본다


내 로망이다.



친척 어른 들 중 유일하게 내 찻집 공간의 의미를 진심으로 이해해 주셨던 이모부님은

 깔끔한 성품으로 남에게 부담 주는 것을 싫어하셨다.

 번화가 시내 요양병원 7층이 마지막 몸이 머물르셨던 공간이었다.

 노련한 간병인이 오늘 저녁은 못 넘기실 것 같다고 하셔서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마지막 가시는 길을

지켜드렸다. 잠시 복도의자에 앉았다가 큰 소리가 나길래 들어갔더니 화가 난 이모부께서 "커튼 좀 쳐 줘라!"라고 말씀하셨다. 놀라 옆을 보니   할머니 기저귀를 갈아 채우는 간병인의 무심한 손동작이 보였다.

  망가진 늙은 몸은  품위, 존엄지키는 것은 사치이고 남 녀 구분도 안 하는  슬프고 충격적인 장면을 보았다.  

  

가장 최근에 만난 내 몸의 마지막  현실이다.



당신과 나의 마지막 풍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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