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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Nov 08. 2023

정장입은 교사 보다 찢어진 청바지 카페 사장이 나답다

 -찻잔 여행을 시작하며-


-교사는 내게 안 맞아.  때려 치우고 작가에 도전해  볼까 ? -

- 작가란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하는 데 막상 사표내고 나서 내가 작가 재능이 없으면 ...-

- 카페라도 해보면 되지 머..-

 -카페는 머..쉬운가? . 배부른 소리 하네 . 나이 마흔에 이제까지 경력도 아깝고

   정년 퇴직 까지 큰 하자 없으면 잘릴 걱정 없는 철밥통인데..그 좋은 직장을..

- 좋은 직장이 먼데?  내 몸에 맞는 옷을 입는 것. 나 답게살고 싶어 -



어린 시절, 읽은 책 속에서  잊히지 않고  강렬한 이미지로 오래 오래 남은 매혹적인 인물이 있었다면  그게 바로 내 진짜 모습이다. 그런 인물이 있다.


빨강머리 앤을 어린 시절에 안 읽은 사람이 있을까 ? 못 생겼으나 상상력과 감성이 풍부한 그런데 빨강머리 앤 하면 내 머리 속에는 뜬금없이 한 아저씨 이미지가 선명하고 또렷하다.미국 영화 속에 등장하는 턱수염 덥수룩한 찢어진 청바지에 빛 바랜 그린색 반팔 스웨터 곱슬곱슬 머리 ,빗물 떨어지는 긴 처마, 양철 다라이에 비설거지 가득, 빗물 튕겨 옷을 더렵혀도 신경도 쓰지않는 .....    

 

물론 빨강머리 앤과의 만남도 좋았다 ,상상력의 촉수가 발달한 매력적인 소녀 . 앤 덕분에 감옥에 절대로 안가는 킬러가 되는 법을 배웠으니까. 상상력 ~나는  그 세계에서 외모도 집안도 별 볼 일없게 태어나게 한 우주의 신도 불러다 놓고 권총으로 협박했으며 신도 내게 살려달라고 애원하게 했다. 상상력은 불가능한 세계가 없는 막강세계이기 때문에. 상상력 놀이에서는 ...    


 그러나 진짜 나를 매혹시킨 인물은  앤의 이웃집 괴팍한 아저씨., 다른 사람은 기억도 못하는 엑스트라 중의 엑스트라 루저 아저씨였다. 딱 한 씬, 다시 읽어보니 최근 책에서는 나오지도 않는다. 오가는 사람없이 혼자 살며 느리고 게으르게 사는 아저씨. 압권은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이면 밀린 설거지를 하려고 냄비며 밥그릇을 꺼내서 양철 바케스에 처 박아 두고 우두커니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집중하고 날이 개고 햇빛이 나면 테라스 앞 나무 의자에 앉아서 키타 치는 아저씨. 아 ~ 이런 삶도 있구나!!!!


이 한 씬이 내 영혼을 강타하며 부르르 떨게했다.드레스 입고 우아하게 파티장 가는 것이 아닌 하루끼가 즐겨입는 모자달린 추리닝에 슬리퍼 질질끌고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이미지. 내가 갈 길이 제도권 아닌 아웃사이더 ,자유, 길 밖, 귀부인이 아닌 다른 모습이라는 ...    



  멋..지..다.    스타벅스 클래식 밀크티 VS


누군가의 모범이 되어야 하는 게 끔찍이도 싫었다. 단정한 정장 차림의 교사와

F.M 처럼 바른 언어, 지켜야할 틀  규범이 답답했다.

타벅스 클래식 밀크티 V

쌍화밀



어린 아이가 자라  부모의 틀에서 벗어나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자기 색깔대로 살고 싶어서  부모에게 반항하는 게 사춘기다. 이 사춘기를 제대로 거쳐야 자신의 정체성과 자기색깔대로 인생을 살 수있다. 이 사춘기를 대충 넘긴 사람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더 심한 마음앓이를 해야 하는  중년의 위기를 맞이한다.


나는 , 40대 초반 어느날, 길의 끝 낭떠러지에 서서 이 위기의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아침 직원 조회시간이었다. 아직 아이엠에프 종료 전이어서  사회 전체가 시끌시끌 하던 때 였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딸과 단짝이었던 민아네가 부도난 회사대표인  아버지를 잃고 이사갔으며, 잘 바뀌지 않던  아파트 주인들도  자주 바뀌고  뒤숭숭했다. 무심코 책상 위를 보니 작은 벌레가 이리 저리 기어다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 뜬금없이 나타난 벌레, 지금도 너무 생생해서 안 잊혀지는 광경이다. 벌레는 떨어지면 낭떠러지인 책상 모서리 4면을 왔다 갔다 했다.  나는 그시절 집에서 차로 50분 정도 걸리는작은 소도시 고등학교에 근무 중이었다. 교사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가장이 일찍 돌아가신 집안에서 가장 등록금 저렴하고  빨리 취직할 수 있는 학과가 사범대라 간 것이였다. 그저 대학 보내준 것만도 고마워서. 그런데 적응하고 조금 여유가 생기자 교사 생활이 참을수 없도록 무척 갑갑하게 느껴졌다.본래 공공기관에서  갑갑한 정장입고 일하는 건 내 꿈이 아니었고.    루저처럼 어슬렁 거리다가 츄리닝 바지에  아무렇게나 쑤셔넣은 지폐 꺼내서 아이스크림이나 새로나온 길거리 음식 하나 사 들고 걷는 게 가장 행복하다.

언젠가는...언젠가는 ....자유롭게 꾸는 일을 하겠다 .다짐하면서도 미루고 미루다

 이번 생에서 하고 싶다면 이젠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낭떠러지.

그 낭떠러지 에 서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지나온 교사생활을 버리고 한 발 내밀어 보다가 ,

 이 나이에 어떻게 새 인생의 시작을 ...공포로 겁이 나서 되돌아갔다

. 그러다 못 참고 아니다 싶어 되돌아오기. 다시 가기.

드디어 벌레는 책상위에서 바닥으로 추락..근데 죽지 않고 잠시 기절했다가 바르르 떨고 걸어갔다,

나도 몇 번이나 번복하다 눈 딱 감고 발 내밀고 낭떠러지로 추락 !!!!

사십대 초반 나이에  덜컥  내 정체성을 찾는 모험의 길에 나섰다.

겉으로는   유유자적한 척 포장을 했지만  얼마나 공포스러웠는지

그 때 숱이 자꾸 빠지던  앞머리...지금도 그 부분은 듬성듬성 하다.     인생 이막의 시작이었다

 교사 이십년 , 찻집주인 이십여년 .그러다  노년을 맞았다 .병과 함께 시작된  노년 생활은 나에겐 인생 삼막. 본격적인 삼막이 시작되기 전에 인생 이막 이야기를 정리해보려한다. 내 인생정리가 필요해서이기도 하지만  용기가 안나 인생 이막의 신호에도 망서리고 주저앉으려 하는 사람들에게 내면 자아의 목소리를 따르라고 ...힘들어도 진짜 내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서다. 국내는 물론 일본 ,중국 ,대만,이탈리아 ,프랑스 많은 나라  찻잔여행을 했다.  그 찻잔들이 전하는 말을 매주 수요일마다 여러분께 전합니다. 

같이 찻잔여행 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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