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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Dec 06. 2023

차(茶) 마시기 전에 ㅇㅇ을 마셔라?

- 이도 다완,웅진 찻사발 -

 

공간은 흐르는 물처럼 변한다. 찻집 주인도 변한다. 날마다 드나드는 새로운 손님과의 밀당으로.

 주인과 손님의 소통 메신저는 언어가 아닌 찻잔 이다.

주인이 내놓은 찻잔에 당연히 주인의 소통에 대한 생각이 고스란이 배여 있게 된다


자신이 좋아하고 마음이 끌리는 것을  따라가면 진짜 자신을 만나게 된다

혜광요 찻잔에 끌려 마음이 졸졸 뒤를  따라갔더니   밥먹고 차마시고 불경읽고 그릇 빚으시고 매일매일 평범한 생활인으로 사시는 모습이 보여서 참 좋았다. 생활 속의 불교 수행자. 

내가 좋아하는 직지사같은 ..너무 격이 높아 어려운 해인사,  편안하고 만만하나 품격이 쪼끔 아쉬운 금산사 그 중간 쯤 되는 세속과 선방을 자연스럽게 오가시는   소박한 품격이랄까. .

수행공간이 아닌 그렇다고 세속공간도 아닌 그 중간인 찻집에 어울리는 찻잔이었다



어찌 보면 사발의 형태가 비틀어지고 다듬어지지 않고 유약이 흘러내려 생긴 그야말로 막 생 긴 그릇, 세계 도자기 역사상 찾아볼 수 없는 유일무이한 형태라는 일본 차인들이 '이도다완(井戶茶碗)'이라 부르며 현재까지도 최고의 찻사발로 섬기고 있다는 것을 생각나게도 하는...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 생각과 감으로는 그렇게 고고한 것이 아닌 그냥 밥먹고 차마시는 일상이 도인 막사발 이라 생각하여  웅천사발이라 부르는

그런 찻사발들의 첫 마음들도 이러하지 않았을까..


그냥 자연스럽게...

손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이도다완 ,웅천(熊川)사발 (우리나라식으로)



 그러니 아무튼 어디가서든 차를 입으로 마시기 전에


  눈으로 먼저 찻잔을 마셔라

는 말은 새겨 둘만하다

*찻사발의 크기, 무게, 흙종류,유약종류,가마소성,찻사발 표면의 촉감 감상,찻사발의 외형적인 선의 기운생동감 감상, 찻사발의 형태,찻사발의 균형등...


어설프고 어리버리 했던 초창기 시절의 찻집 주인 , 그러나 촌 것들이라는 말을

안 들으려고 대한민국이 좁다 하고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바빴던 시간들. 그 때만 해도 반짝 차가 유행이었디  혜광요가 가마 여는 날이 되면 전국의 혜광요 매니아들이 서로 좋은 작품 가져갈려고 새벽부터 줄을 섰었다. 그 대열에 끼어 자정에 출발하여 통도사에 도착해서 한 두 시간 차 속에서 자고 ,열심히 고른 작품을 정리하고 사모님이 만든 오리지널 시골 밥상을  참으로 맛있게 먹었던 추억 .그리고 동이 트고 해가 뜨면  두 아드님이 가방 매고 등교하던 풍경. 그 아드님이 성장해서 도예가가 되어  부자전을 우리 공간에서 열었던 기억.


그럼 이  주인의 찻잔에 대한 마음은 손님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




손님의 블로그

http://blog.naver.com/gashmu/221371113666


가끔..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먼산만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

쿵하면 떨어져 나가는 삶의 무게가 있습니다.

떨어져 나간 그 무게만큼

새로운 힘을 얻어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곤 하죠

아마도 우린 그걸 힐링이라고 부를 겁니다.


문화공간 ㅇㅇ는 이용료를 지불하면 차 한 잔을  무료로 제공합니다

찻값을 내고 공간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이용하는 대신 차를 한잔 제공해 주는 방식입니다.

이거나 그거나 그 말이나 이 말이나 같은 의미이지만

이런 공간을 만드신 분의 가치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저 역시 이런 방식으로 농장을 운영하려고 합니다

가치를 바라보는 기준의 차이인 것 같아요


 




손님의 책

여행길에 찻집. -유정호 - 인문출판사


마른 꽃 걸린 창가는 아니지만  따쓰한 온돌방의 창호로 하얀 송이눈이 쏟아져 들어왔다

단아한 'ㅇㅇ'의 아낙이 녹차와 황차를 권했다. 차림표 따위가 없어 좋다. 차 한 잔에 노을하나 다식으로 삼으면 될 터에 전통차, 대용차의 많은 차림이 무슨 소용 있겠는가


더구나 오늘은 흑과 백만 있는 세상이니 간결해서 좋다. 이럴 때는 선택의 여자가 없다. 뜨거운 물 바로 부어 마시는 황차가 오늘의 특선 메뉴다.

이런 날은 주전자 위로 찻물이 넘쳐도 좋다. 그러라고 주전자 밑에 작은 수반까지 받쳐 왔나 보다. 진한 다갈색 황차가 피우는 향에 외로움도 저만치 달아나게 된다


여기 'ㅇㅇ'의 외로움은 진부하지 않다. 주접스레 눈물을 섞어 마시는 외로움의 노래가 필요하지 않았다. 색채 번잡한 세상을 떠나 신선세게에 마실 온 내가 구두라도 한 짝을 흘려 놓고 가야겠다


아직은 언론이나 방송에 'ㅇㅇ'를 내어놓고 싶지 않다는 아낙의 말이다. 그러나 열린 문 사이로 발 하나 들여놓는 사람은 무조건 환영하는 아낙의 찻살림 솜씨이다

돌아가자는 친구의 채근에 구두 한 짝을 흘려두고 온다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런데 돌아오는 석양에서야 '아, 거기가 바로 '그 겨울의 찻집'이었구나. 되뇌다니. 올해는 운수 대통이리라

그럴싸한 찻집 하나 찾아내려 여기저기 두르고 다닌 인고의 세월이 대견하고 기특하기까지 하다




손님들을 통해 내가 찻잔을 통해 전하려는 마음이 잘 전해졌다는 소통의 즐거움과

  힐링 이라는 말과 진부하지 않는 외로움이라는 감성을 배웠다


손님찻잔스토리에서  주인 찻잔 스토리로 이어져  차문화공간의 히스토리가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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