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ea웨이 Nov 29. 2023

호숫가  찻집의 맨 처음 찻잔

-백산 김정옥 찻잔부터 혜광요 찻잔까지 -




한국 , 중국 , 일본, 가까운  이웃나라인데도 차 한잔에 마음이 끌리는 분야가 서로 다르답니다.

  한국인은 주로 맛, 중국인은 향, 일본인은 차빛깔에 끌린다고 하며  


 차 마시는 문화에 대한 명칭도 차에 예절을 담는다 하여 한국에서는 다례,

 일상생활에 차를 물처럼 흔하게 마시는 중국에서는 특별한 예의보다는 상대방의 빈 잔에 부지런히 따라 주려면 기예가 필요해서일까... 다예,

일상이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들던 사무라이들이 마음의 안식, 위안, 수행을  위해 찻잔을 들었을 것 같은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서 인지 다도로 부른다는 일본입니다. 그러나 이건 책에 나온 지식을 요약해 보았을 뿐..


직접 방문해서  만나 본 일본과 중국 차 한잔들은 특별한 세리머니라기보다 그냥 일상이었습니다

 그래서 발걸음이 잠깐이라도 멈추는 곳이면 항상 차를 만났습니다.

특히 일본은 찻집, 카페, 음식점, 가정집식탁, 슈퍼, 심지어 길거리 자판기에서도 녹차가 나오는 나라로

특정 계층이 아니라 보통의 모든 사람에게 차가  만만한 절친이 되어주어서. 참 보기 좋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어떠한가요?

우리나라는 차를 지극히 예우해 주어 일상에서 차를 일상공간이  아닌 깨달음을 추구하는 스님들 선방이나 , 특별한 국가행사를 치르는 왕궁으로 , 학문이 지극히 높은 선비들의 사랑방으로 , 금수저로 대를 잇는 특별한 가문의 안방으로 몰아내서 쉽게 보통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괜히 어렵고 다관, 숙우, 찻잔,, 차통, 숙우...다  갖추어서 조신하게 마셔야 될 것 같아  선뜻 접근을 못하게 해 왔다는 거죠ㆍ

   제가 찻집을 열 때인 20여년 전 즈음에는 그래도  평생 교육 바람과 함께  차바람이 불었었던 적이 있었으   나 금 방 시들해졌고

 차 수업 중이나 차 행사 장에서나  우아하게 한복 입고  차를  마시지.. 막상  카페나 찻집 공간에서는

 진하고 달달한 자극적인  쌍화차나 대추차 그리고 가장 임팩트 있는 커피에 밀려 차를 마시지 않았습니다.

찻집을 열고 한 일 년은 손님들의 왜 커피는 없냐 쌍화탕 대추차는 없냐.라는 원성을 자주 들어야 했고

우르르 몰려왔다가 메뉴가 녹차만 있다고 우르르 몰려 나간 팀들도 많았지요.



그런 일을 겪으면서 차가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지 못하고 이렇게 이중적이 되게 하는 원흉이  차를 예절에 특히  여자에게는 너무도 부당한 유교적인 예절에  맞춘 다례때문이라는 생각을 개인 적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정장도 갑갑해서 공무원의 삶을    버린 게 행사 때마다  한복이  아주 중요한 의복임을 강조하는 차교육을 시키는 규방다례는  내게  왜  찢어진 청바지 입고는 찻잔을 들 수 없는가 하는 반발의 의문을 품게 했지


그놈의 찢어진 청바지 이야기가 또 나왔네요.

그런데 아세요.? 찢어진 청바지가   상징하는 속뜻을요.

세계에 가장 널리 퍼져있는 건강법이 마크오비로틱이라네요. 노자의 자연사상에 그 뿌리를 둔 음식문화운동이랍니다. 장수 건강식. 인간 욕망이 아닌 우주의 질서와 자연의 법칙에 맞게 삶의 방식을 바꾸려는 운동. 1960.70년대 히피 뉴에이지 신봉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었던 미대통령의 실천으로 더 유명해지고  일본에서도 유명해진. 찢어진 청바지를 상징하는 선불교가 미국에 전해지면서 생긴 것, 그것이 다시 역수입된 것,   수행하는 스님들께서 입으시는 누더기 옷 衲衣의 상징적 의미는 가난, 무소유 물욕으로 해탈이고  누덕누덕 기운 옷을 아무 장소에서나 깔고 앉으면 그게 자리가 되고   입으면 옷이 되는   남의 평가에 개의치 않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대자유를 찾은 찻잔이 된다는 것


찻집이니 손님들에게 내놓을 차는 녹차였고 한참 후에  발효시킨 황차를 내놓았지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차를 담을 찻잔을 골라야 했는데 경험과  안목이 없었던   일단 대가라고 불리는 작가들 작품을 구입했습니



장여  신정희 , 백산 김정옥, 도천 천왕봉 , 우송 김대희.....


장여 신정희 작가님의 다기에요.  찻잔은 크고 낙낙하고 여유가 있으며 엄마의 가슴처럼 둥글둥글 한 곡선에

가장 놀랄만한 반전은  다관을 든 순간 ..찻잔을 든 순간 너무 가벼워서 놀란다는것 허우대는 큼지막하여 욕심 많아 보이나 내면은 의외로 다 비워낸   숨은 고수를 만날 때 처럼 신선한 느낌.




백산 김정옥 작가 님의 다기 세트다. 전통 그대로를 재현하려 노력한 ... 고집세고 대쪽같이 꼿꼿한 유교 노인 같은 느낌이다.



우송 김대희 님의 다기  세트다. 단아하고 우아하며 특히 저 다관의 출수부분에서 찻물을 모아 한번에 왈칵 찻잔에 떨어뜨리면 아담한 작은 폭포가 깔끔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한 폭의 풍경화다



도천 천왕봉님의 다기 세트다.도천 천왕봉 샘 작품은 두껍고 무겁고 진중해서 일본 다실에 어울릴 듯 하나 입구가 넉넉하고 다관의 찻잎이 버릴 때 참 편하고 넉넉하게 쑥쑥 잘 빠져서 좋다. 공간이 넚은 대청에서 특별한 손님용으로 어울릴 듯 싶은..


잘 보셨나요? 이 중 녹차 찻잔으로 가장 잘 어울릴 것 같은 찻잔은? 제사용으로 어울리는?

한번 느껴 보시기를 ..


  개인적인 생각은

백산 김정옥 작가  찻잔이 제례용으로 ....

녹차 찻잔으로는 우송 김대희 작가님.



그러나 이 힘있고  가벼우며  넉넉하고   우아한  완벽한 찻잔들을 아웃시키고

내가 손님들께 내 놓은 찻잔은



아무렇게나 주무른 것 같은데 격이 있는 찻잔.

완벽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적당히 망가져서 상상력과 편안함을 주는

혜광 윤성원 님의 찻잔이었다.

 내 찻집 공간의 첫 번째 찻잔이며 내가 생각하는 찢어진 청바지와 잘어울리는 ....










이전 03화  이 한복 입은 찻잔이 당신이 찾던 찻잔인가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