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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Nov 22. 2023

 이 한복 입은 찻잔이 당신이 찾던 찻잔인가요?

- 규방다례의  찻잔-

'영화 찍는 것 같아' '귀신 나올 것 같아' ' '따뜻한 고향에 온 것 같아 ' ' 천국에 온 것 같아요 '

어떤 공간에 가면 그 공간에 대한 느낌이 있다.  

그 많은 여행 중 내게 가장 강렬하게 남은 공간 아우라는   대만 지우펀이었다.

마치 푸줏간의 빨간 살덩이들 같이 흔들거리던  빨간 등들의 공간. 인간이 아닌 축생들의 눅눅하고 축축한 아우라가 느껴지는 여행지. 여행이라 하면  인간 정신의 극지인 수도원과 사찰, 피곤한 영혼을 힐링시켜 주는 자연공간, 잊어버린 열정을 찾게 하는 예술 공간. 잠시 복잡한 일상을 잊게 해주는  카페.. 인간보다 더 수준 높은 정신과 힐링을 찾아서 여행을 떠났는데 오히려 한 수 아래인 축생들의 공간 느낌을 만나다니 하는 충격에.

 그리고 이곳을 배경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라는 뛰어난 작품을 만드신 애니메이션 미아자키 하야요 감독에게 감탄과 존경을 보 냈다. 그 공간의 아우라를 예리하게 스캔해 낸. 그 천재성에.

투르키에의 카비도파아 계곡에서 지구 아닌 외계의 분위기를 느낀 그곳에서 스머프라는 캐릭터를 창조한 예술가.. 에서 느낀 것처럼


찻집 공간에 첫발을 내딛는 순간  손님들 입에서 나오는 언어는

"영화 찍는 것 같아!!!"가 가장 많았다

 

세상 속의 한 부분이 아니고  내가...

내가 주인공이 되어 나만의 하나밖에  없는 내 영화를 찍게 하는 공간

오롯이. 나 자신을 귀히여겨 자신에게 차한잔  대접하는 공간.을. 꿈꾼.

주인의 바람과 같은 마음 아닌가...




   

 내 거주지를 중심으로 근교의 땅을 보러 다녔다.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고 하더니

양명한 기운에 편안하다 싶으면 호수 풍경이 안 보이고 모든 것이 다 갖추어져 있으면 이번엔 거리가 멀었다. 내가 생각하는 공간의 조건은 내 감수성을 울리는 풍경이 있어야 하고 거리 조건은 내가 저녁에 시내에서 영화 보고도 부담 없이 돌아오는 거리, 시내에서 이삼십 분 내의 거리였다. 처음부터 나는 풀매고 화초 가꾸고 그런  전원 생활자가 되려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이전에 집 근처 십 분도 안 되는 거리에서 주말농장을 경험해        본 우리 가족은 내가  농사짓기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재능도 없다는 것을 , 남편은 농사짓고식물 키우는 것을 노후의 삶으로 삼고 싶을 만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은 참이었다. 그래서 조금 더 넓은 땅을 사서 농사짓고 싶은 남편의 로망과 남들 이목 때문에 못 버렸던 구질구질한 인생의 잔가지들을 다 가지치기하고 내가 진짜로 원하는 거를 따라  내 내면에 충실하기 위해 세속과 약간의 거리를 두고 나를 살펴보는 공간의 여유가 필요했던 나와는 땅을 보는 눈이 달랐다. 어쨌든 밀당과 다툼과 발품 끝에 그래도 ,,, 마침내 찾아냈다

아름다운 호수가 내 집 앞마당인 곳,  대청에서 보면 호수 건너  너머 바로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운 시를 쓰시는 시인이 근무해서 유명한  아름다운 분교. 파란 물빛의 양철 대문, 대문 열고 들어가면 아담한 감나무 한 그루, 그 옆에 흙담으로 만든 고추건조시설, 뒤꼍으로 가면  장독대가 허물어진 돌담을 의지하여 조르르 서 있고

가운데쯤 정화수 한 잔 놓고     빌면 딱 좋은 공간.

내 안의 모든 감성과 순수한 마음이 저절로 배어 나올 것 같은 공간. 다만 고쳐서 살 수 없을 정도로

거의 다 쓰러져 가는 집이라는 것이 아쉬운 그런 공간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그 공간을 샀고  찻집 공간이 태어났다

 


타인들이 보는 그 찻집 공간은 이러했다.


한옥 찻집에서 인생 기행


이 찻집의 본채는 ㅇㅇ군의 ㅇㅇ정이라는 유서 깊은 정자를 옮겨온 것이다. 정자는 살림 공간이 아니고 선비들이 모여 놀던 휴식 공간이다. 가운데가 대청마루고 양쪽으로 방이 하나씩 있는 구조다. 실내 높이도 적당하게 높다. 이 높이가 또한 시원한 분위기를 준다. 이 집주인은 차를 좋아해서 찻집의 마당 아래쪽 텃밭 500평에 녹차를 심었다. 차를 직접 조달하기 위해서다. 호수의 안개도 이 찻잎의 영양분이 될 것이다. 차는 이슬과 안개를 먹고 성장하는 식물이다. 10월부터 11월 초까지는 하얀 차꽃이 핀다. 차꽃의 향은 치자꽃 향과 같은데, 치자꽃 향보다는 훨씬 은은하면서도 깊이가 있다. 어찌 다른 나무의 잎은 다 떨어졌는데 차나무는 이 늦가을에 꽃을 피운단 말인가. 국화와 차 茶는 동무란 말인가.



 시내에서 자동차로 20~30분 거리의 시골에 있는 이 찻집은 주말이 되면 도시 사람들이 알음알음 찾아온다. 오후 6시면 문을 닫기 때문에 주말 낮 시간에는 자리가 없을 때가 많다. 한국은 이제 시골이 없다. 길이 잘 뚫려 있고, 자동차를 가지고 있으니까 좋다고만 하면 어디든지 간다. 4~5시간이면 어지간한 거리는 찾아갈 수 있다. 경치가 좋다고 소문이 나서 서울에서도 오고, 대구와 부산에서도 찾아온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끌벅적한 유원지보다는 이처럼 전망이 좋고 석양이 비치는 한옥 찻집에 와서 자기 인생을 차분하게 되새겨보는 찻집 기행이 더 실속 있는 일 아닌가. 차 한잔하고 앉아 있자니 더 나이 들어 이런 찻집 하나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찾아오는 방문객에게 정성스럽게 달인 차를 내주면서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것 또한 좋은 삶이니.

-조용헌의 백가기행에서 -





막상  공간을 다 완성하고  보니 혼자 누릴 공간이 아님을 금방 깨달았다.

정자라는 공간. 공간의 풍광, 그 누가 봐도  차 한 잔이 어울리는 공간. 지금 생각하면 내 의지보다 공간이 스스로 찻집이 되어 간 것 같은 느낌.


자연스레 이 지역의 차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쳐간다는 이 지역의 차 문화요람지 ㅇㅇ원에 입문했다. 공간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차를 배웠다.


찻잔이

“차 한잔 하실래요?”

연인들의 사랑의 시작이 차 한잔 이 되어 , 소통의 도구로

사용되던 시절이 있었다


“차나 한잔 하시게나”

선방 스님들의 전설 같은 스토리 속에선,

깨달음의 도구로 이용되었지요.. 마음의 도구


이 차는 육 대 다류 중 청차이고

카테킨 떫은맛, 폴리페놀...

차 교육장에서 학문으로서의 차 한 잔도 있고


그런가 하면 규방다례라는

집에 오신 손님 대접을 위한 차를 예절이란 관점에서 유교적 관점에서

차 한 잔이 있고

요즈음은 차의 기분이라라는 관점으로 미학, 정신 건강을 위한 명상 치유까지 진화하고 있다


차를 배운다는 것이 무얼까?

우선 차나무를 심고 관찰하고 따서 차를 직 접  덖어보고 차 한 잔이 내게 도착할  때까지의 모든 사람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는 것.

거기 까지는 마음이 완벽하게 따라 주어 열심히 공부했었다. 무엇보다 ㅇㅇ원 원장님이 차에 온 인생을 바친 찐 다인이셨고 내 찻집 오픈에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분이시기도 했으니까.

찻집 작명, 유명 작가님의 현판 글씨... 그리고 가장 중요한  돈 버는 찻잔과 꿈꾸는 찻잔의 경계선 상에서 충돌을 잘 해결한 롤 모델인 명가은 찻집도 소개해주신 분이시다.


찻집 앞에 이제 십여 년도 더 지난  제대로 된 차밭을 만든 것도 그리고 끝내 능력과 재주가 없어 자체   브랜드의 차 생산의 꿈은 못 이루었지만 찻잎을 덖어 녹차는 물론 떡차까지 만들어 우리 먹을 차는 조달했으며 찻집 옆에 생긴 아름다운 산책로에 겨울에도 햇빛에 반질반질한 찻잎을 볼 수 있는 것도  이 원장님의 가르침으로 십여 년 전에 나와 남편이 차 씨를 심은 것들이다.

모두 샘 덕분이다. 지금도 무한 감사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딱 거기 까지였다


이 찻잔을 누구에게 어떤 마음으로 주어야 하는 지점에서는

내 마음속의 찻잔이 반발했다


특히 찻잔에 내가 가장 싫어하고 거부하는 유교색깔을 입힌 규방   다례는

꼭 행사 때마다 한복 입기를 의무 하여 찢어진 청바지 입고도 찻잔들 수 있다는

내 내면의 반발에 ,,, 다른 찻잔을 찾아 떠나게 했다


아무튼 ㅇㅇ원 찻잔은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내 찻잔 여행의 베이스캠프로 기억된다


이 찻잔이 찾던 찻잔이 아니라고? 한복을 입은 찻잔이 다시 묻습니다

네...

그럼 이  찻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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