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 포인트, 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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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웨이

사십 대 중반에 시작된 호숫가 찻집 주인 노릇은 재밌었다

더듬더듬 말도 서툴고 입만 열면 맘에도 없는 거짓말 같은 언어는 그만해도 되고

그냥 정성스럽게 차 한잔 대접하면 되었다.


네가 나쁘고 내가 좋고 너는 후지고 나는 품위 있고 언어로 난도질하는 세계는 굿바이.

마음에 폴딩도어가 뚫린 것처럼 나와 너, 과거와 미래, 앞과 뒤 ...가 사라져 시원했다.


다만 가끔씩 떠들썩하게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손님들이

버리고 간 퇴수기 물을 버리다 보면 혼자 외딴섬에 유배된 빠삐용처럼

찌르르 외롭고 서러웠다. 누구의 강요도 없는 스스로 유배인데.




물을 끓입니다. 찻잔을 꺼내고 다구를 꺼내놓습니다.

투명한 유리 포트에 끓어오르는 물이 요동을 칩니다.

불을 끄고 식혀야 합니다. 각종 차에 맞추어 온도 버튼만 누르던

자동포트가 아니어서 불조정을 몇 단계로 해야할지 헷갈립니다

물이 두번 쯤 아니 세번쯤 끓어 오를 때 불을 껐던가..


가만 ...내가 타야할 차가 머지?

열탕으로 금방 빼내야 제대로인 구례 고차수녹차?아니 아니

한 땀 식힌 물을 넣고 우려야 맑고 순수한 차맛을 찬찬히 볼 수 있는 화개의 '만수가 만든 우전 녹차' 이던가?.

숙우(熟盂)를 오랜 만에 꺼냅니다


그냥 누군가 짜준 실패 없는 각본이 이미 내장된 자동포트, 거기

버튼만 누르던 인생을 마음이 거부하고 반항합니다.

힘들어도 내가 내 몸으로 ...


터닝포인트 입니다


손님의 마음도 잠시 헤아리고 내 마음도 발효하는 시간.

잃어버린 조정 능력을 회복할 타임


숙우회의 익을 숙,그릇 우

숙우회라는 탁월한 차회 이름에 공감하면서



터닝해서 귀찮고 몸은 고생많았지만 누가 물어도

터닝시점에는 터닝이 정답입니다.


아무나 터닝 하나. 지금 당장 안정적인 밥그릇 길을 당장 보이지 않는

보장되지 않는 찻잔길을 위해 버릴 수 있는 큰 용기있는 사람 만이

턴 하지.


정 힘들면 쥐고 있는 자기 찻잔을 한 번 뒤집어 보기만 해도,

앉은 자리를 조금만 바꿔 앉아도 사는 풍경이 달라집니다.


숙우들고 터닝 연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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