亡者의 찻잔

- 마음의 끝을 보다-

by tea웨이

추석 명절이 가까워 오나 보다. 고요하던 추모관이

엘리베이터 멈추는 소리, 방문객들의 발자국 소리 울음소리로 소란해진다.

살아 있다는 것이 소리, 냄새, 움직임이고,

죽음은 소리도 냄새도 움직임도 거두고 이미지로만 남게 한다.


망자라 불리게 된 몸 없는 나는 1-303호 번호표 달고 소포 상자처럼

좁은 공간 안에 사진 한 장 이미지로 남았다. 생동감 있는 색들을 다 죽인 흑백사진.

왜 죽음 이미지는 무채색일까.

문득 오래전 안동 여행 중 먹은 헛제삿밥이 생각난다.

생기 있는 붉은 고추가루색을 다 거세한 콩나물 무나물. 고사리나물들

특히 사각으로 썰어 달걀흰자로 부친 돔배기(상어 전)는 젓가락이 전혀 안 갔다.

산사람들이 행여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기라도 할까 봐

죽은 자들에게 색채를 거세한 그런 음모가 담긴 건 아닐까..라는 미친 생각도 하면서.

그때도 왜 죽음 이미지는 무채색일까? 했던 기억이 난다.

아!! 아무튼 난 컬러풀한 색이 좋다.

살아 있을 때 내 원더풀 라이프 모습 이미지를 컬러풀한 원색으로 찍어서 부탁하고

떠나올 걸.. 흑백 사진을 볼 때마다 후회된다.


다른 망자는 어떨까..

나는 완벽한 망자는 못 되었나 보다. 아직도 몸의 세계에 이렇게 미련이 있으니...

살아생전에도 몸 때문에 맘이 참 고생했는데 죽으면 벗어날 줄 알았더니

망자의 세계도 떠나온 몸의 세계처럼 흑수저, 은수저, 금수저가 있다

.




추모관만 해도 그렇다.

소박하고 아날로그적인 사람 냄새가 나서 편안하긴 하나

좁고 낡아서 명절 같은 때는 참 불편한 시 소유의 추모관이 있는가 하면

강남 재개발 신축 아파트처럼 바닥 벽면을 번쩍이는 대리석으로 치장하고

금박 물로 물들인 인테리어 장식으로

고급 호텔 서비스를 자랑하는 대형교회 소유의 추모관까지 있다.

현실 속에서 시립 추모관이 주공 임대아파트 라면 대형교회 소유의 추모관은

재개발 신축 강남 아파트 같다..

거기다 분양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리비까지 내야 한다는 것,


시티뷰.... 마운틴뷰 에다 시내에서 적당한 거리로 떨어졌고

산자들이 공원 나들이 와서 즐기기 좋게 만든 추모관들은

프리미엄이 붙어 가격 급등 중인 것도

서울 아파트 상승이 사회 이슈가 되는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과 똑같다.

애당초 망자 공간을 망자와 소통 없이

철저히 산자 중심의 상상력으로 만든 공간이기 때문이리라.


그러나 저러나 올해는 비대면 성묘라는데

자식들이 못 오니 내가 직접 가야 하려나 보다.

내 차례상에는 무얼 차려 놓았을까.




바뀐 폰 연락처를 추모관 측에 미처 알려주지 못하는 실수를 했더니

다른 사람을 통해 관리비 내라는 연락이 왔다.


생각해 보니 살아낸 날이 남겨진 날 보다 훨씬 많아.

미리 망자가 되어 보았다



사람은 혼자서는 못 산다. 소속과 인정이 필요하다.


명절은 세속을 떠돌던 몸이나 맘이 어딘 가에 연결되어 있다는 소속감과

내 존재가 괜찮다고 인정해 주며..세상의 파도로부터 보호해 주는 자신들의

베이스캠프로 잠시 귀향하는 것이다.


마음이 귀향하는 곳은 내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장독대 위에 정화수 떠놓고 비는 원초적인 엄마의 애정.


몸이 귀향하는 곳은 핏줄로 연결된 조상들과 가문에의 소속감 .


-성별, 신분,..이 유동적인 오픈 마인드가 아니고 폐쇄된 갇힌 유교식 사고에서는

가문만이 유일한 소속과 정체성의 길.이었을 것이다.


오래동안 몸의 세계가 이어져 왔었다. 남녀 구분이 있고 아래위 서열이 있고

갑과 을의 세계가 있는 밥그릇의 세계.

그래서 성별구분을 하여 여성을 억압하고 장유유서라 하여 젊음을 억압하고

산자보다 죽은 조상이 더 중요한 제사에 집중하게 되었다.

불천위라 해서 4대 까지만 지내는 제사도 모자라

영원히 기억하고 제사 지내주는 조상들도 생겼고 그런 분이 그 시대

최고의 스타,가문의 명예가 되는 시대가 되었다. 다른 관점으로 보면 잊혀지지 못하고

구천을 떠도는 불쌍한 영혼일 수도 있는데.


이런 모순의 굴레를 을인 약자, 여자들에게 씌웠다.

가혹한 가사노동으로 ... 결과가 명절증후군이라는

스트레스병으로 만들어 명절 때 마다 가정파탄도 늘어나는

큰 사회 문제를 만들었다...


난 이 모순을 어찌 받아들였을까 ...

생각해보니

전을 부치거나 파 다듬는 여자 공간은 사절하고

붓펜으로 지방을 쓰거나

풍수, 수맥 ,사주명리 .수지침 이야기를 열심히 공부하여

남자 친척들 어르신들있는 남자 공간에 끼어들었다

제도 바꿀 용기까진 없었던 내 찌질한 반항

여성이면서 여성을 거절한 모순덩어리로 살아냈다.


시대가 변했다

빅데이터,에이아이,코딩,비대면..........

보도 듣도 못한 신생 언어가 생기고

세상이 크게 바뀌고 있다.


한 두 사람의 똑똑한 리더의 권력에 의해 세상이 바뀌는

수직 관계 인 밥그릇의 시대가 아니라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수평관계의 좋아요가 누적되어

세상을 바꾸는 시대.


찻잔의 시대인 것이다 .



새제사의식.jpg

블러그 읽다가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시는 분을

발견 ..좋아요!!!를 누르면서



내 차례상은

대략 이렇게 차려 주었으면 좋겠다.


명절제사상.jpg




촛대는 내가 가장 아끼는 앤틱 촛대를 사용해 주었으면 좋겠다. 저 촛대는 찻집겸 앤틱상점에서

구입했는데 주택가에 야생화가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곳이었다. 오랜 차생활의 내공이 보였던 나이든 여자 주인장의 기운이 참 좋았다. 촛대 볼 때 마다 그 정원 풍경과 그분의 우아한 자세가 떠오른다. 뿐인가 동생 시어머니 칠순, 동생들 생일 행사에도 빌려주곤 해서 기쁨을 준 좋은 추억이 많이 쌓인 촛대.



이 배경만 보면 내 가슴이 연애세포로 설레이는

드라마 ‘도깨비’ 장면.. 초는 저 선반 위 느낌의 초를 꽂아주고



찻잔은 ...음...

나는 지리산 구증구포한 고차수 녹차가 내 차례상의 유일한 차라 생각하므로

그 녹차에 어울리는 찻잔은...

유명 작가의 완벽한 작품보다는 조금 부족한 듯..아직 완벽을 향하는

여지가 남은 미완성의 모양. 찻잔 살빛은 맑고 편안한 백자 찻잔.



대만여행시 지우펀 입구 골동가게에서 산 저 까만 다식 합 에는

가장 트렌디한 새로운 과자 ㅎㅎㅎ


저 은빛 향소라 에는 딸이 좋아하는 향이면 ..향은 딸이 잘 안다.

난 ...아주 행복한 망자가 될 것 같다.




귀찮고 바쁘다면 녹차 한 잔도 좋다.
산자의 행복이 망자의 행복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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