찻잔의 시대

술잔보다 밥그릇 ,밥그릇 보다 찻잔

by tea웨이


술잔,찻잔 밥그릇.

다음, 검색어 칸에 이 단어들을 넣고 검색하면

술잔은........ 술잔돌리기

찻잔은 ....찻잔 속의 태풍 밥그릇은 밥그릇 싸움..

검색어 상위권에 있다.밥그릇은 싸움을 하게 되어있고 찻잔은 태풍도 감싸서

가라앉히고 술잔은 돌려야 제 맛이구나. 역시 사람들도 나처럼 이 단어들의 본질을

꿰뚫고 있구나.위안이 된다. 같은 생각을 하는 이가 나말고 많다는 것이.



역이다. 이미 승객들을 다 태운 고속철이 막 떠나려 하고 있었다. .

맘이 급해 고속철을 향해 전력 질주한다 ,

분명 맘은 단거리 선수 속도로 뛰는것 같은데 발은 그 자리에 얼음 땡~~

앞으로 단 한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다.


스톱 ,스톱 잠깐만요 !!! 야. 거기 서.!!!

절규해도 기차는 떠나고

들고 있던 핸드폰 마저 떨어지면서 박살난다.


I feel stupid and contagious

.......


꿈이다.! 라디오에서는 너바나의

“Smells Like Teen Spirit” 가 절규하듯 흘러나온다.



나이 들고 아프면서 내 몸과 내 마음은 각기 따로 논다.

맘은 고속철처럼 휙휙 날아 다니는데 몸은. 무궁화 열차처럼 느려 터진데다

수시로 멈추다 서다를 반복한다.

늙은 몸을 교체하든지. 교체 불가능이면 차라리 내 몸을 고비사막 모래 폭풍에 날려버리거나

모래 늪에 발을 헛디딘척 디밀어 가급적 짧은 찰나에 몸을 묻고 생을 마무리 하고 싶은 미친

충동이 수시로 일어났다. 해마다 봄이 되면 급 몸이 나빠지고 맘까지 병이 들어 우울해진다.

올해는 끝나지 않는 코로나까지 괴롭혀 내내 우울한 마음의 마스크를 벗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젊어서 너무 일찍 화양연화 보내고 만년은 급락하여 처연했던 김홍도의 만년의 산수화가

갑자기 보고싶어 박물관에 올라 갈 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인생이 죽을 때 까지 성장 진화해야 하고 성숙해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진화라는 덧셈은 없고 굴욕과 상실감이라는 뺄샘만 가득 남은 노년의 길은

무척 낯설고 두렵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득해서.... 저 너바나처럼

절규하고 싶었다.


스승님께서 톡으로 보내주신 동영상 하나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연주하는 리스트의 라 캄파넬라 연주다 . 물흐르듯이 부드럽게 흐르다가 클라이 막스에 이르러 혼신으로 자신의 감정을 손가락에 실어서 몰아일치 ..퍼팩트하게 전달하는 연주..소름끼쳤다.

완벽하다 .맘과 몸 ...저게 제대로 살아있는 거야


산다는 것은, 제대로 산다는 것은 저렇게 몸과 맘이 달콤하게 밀월을 맞아 조화롭고 우아하게 클래식을 연주하는 것이지 몸과 맘이 어긋나 비명지르는 락이나 불만의 랩은 아닌 것이지.



어쩔 것인가 ...

그나마 초롱초롱한 정신은 남아서 다행이라는 위안을 삼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다. 긴장 풀고 방심하고 한눈 팔다 보면 복잡하게 만든 통신사 낚시에 걸려 핸드폰 vip 고객이 되는 건 순간이다.

이어서 vip 고객이 바로 호구라는 자식들 잔소리는 양념으로 재설정 부탁은 자존심 상해가면서

해프닝도 벌리게 만들어 할 말 없게 만든다.

그 뿐인가 트렌디한 카페 , 메인 좌석에서 눈치없이 수다 떨다가 물 흐리는 주범으로 눈총받는다 .나이든 몸 자체가 올드하고 유쾌하지 않는 아우라로 푸대접 받는 사회. .



. 도시 근교 호숫가에 있는 내 차실에는 커피가 없다. 인근 카페가 모두 커피이니

한 공간 쯤은 차만 팔아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루에 한 두 팀은 ,특히 돈이 되는 계모임 단체 손님들 중 커피가 없다고

되돌아 가시는 분들이 많다 . 그래도 눈 한번 꿈쩍 안했으나

메뉴에 쌍화차를 끼워 넣을 때는 고민이 많았다


젊은 연인들이 대부분인 손님들 사이에 쌍화탕메뉴는 올드한 손님들을 불러들여

차실 분위기를 흐린다는 직원들의 충고에 나도 일정 부분 수긍했다.

특히 차실에서 차향과 섞이는 쌍화탕 냄새는 그동안 나름 맑은 차향을 지켜온

내 자부심을 깨는 것이기도 해서 메뉴에 넣지 않았었다.

그러나

메인메뉴같은 젊은 자식 가족들 사이에 서브메뉴처럼 따라나온 어르신들이


익숙치 않은 차 메뉴들 사이에서 난감해하고 ,고심하는 것을 본 순간

내 맘에 무언지 모를 강한 반발이 일어났고 결국

한약 전문가인 가족의 도움을 받아 정말 좋은 약재로 쌍화차를 만들어 메뉴에 포함시켰다.

끝까지 쌍화차를 메뉴에서 안 빼는 이유도 내 나름의 저항이다..


스타벅스에 나이든 사람은 절대 거부하는 마음이 담긴 높은 바 의자.

앉아 보셨는지 ...가끔 안락한 쇼파 놔두고 일부러 부득불 그 자리에 앉을 때가 있다

나이든 내 몸을 빈티지도 아니고 -여기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폐품으로 취급하는 사회에 대한

내 나름의 찌질한 저항 .


정말 찌질한 반항이다. 본디 애시당초

몸의 길과 맘의 길이 다르니 .....

이 둘의 밀월로 인생이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은

사람의 한 생에서 아주 드문 일일 것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라 는 올드한 속담은 지금도 유효하다.

요즘도 잘 나가는 드라마에서

남편이 딴 여자와 바람 피운다는 진실은

부인이 젤 나중에 안다.사춘기 아들의 흡연 진실도 부모가 젤 나중에 안다

무의식적으로 사람들은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기가

두려워 피할 수 있으면 피할 수 있을 때 까지 도망가다 막다른 골목길에서야

뒤돌아 보기 때문이다



찬란하던 여름 정원의 꽃이 진다.

수국, 보랏빛비비추 ,평생 새댁이미지 배롱나무 꽃잎,

이쁜 나비들만 모여드는 털부처꽃......

늦은 장마비가 빨리 사라지고 싶은 꽃잎들의

마음을 모른 척 조곤조곤 끊임없이 적신다


아침에 일어나 차실로 나갔더니 참새가 차실 유리창에

머리를 부딪혀 떨어져 죽어있었다. 불길한 예감은 틀린 적이 없다.

저녁에 친구 어머니 장례식장에 다녀오게 되었다.


'망자는 공간에서 몸이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망자는 공간을 못 가진다.

살아있는 몸만이 육지, 물, 도시,산,아파트,주택 ...

공간이 필요하고 자기 만의 공간을 가진다.


자신이 선택하기도 하고 떠밀려 가기도 하고

꿈꾸기도 하고 포기하면서 만든 자신 만의 공간.





지금 이 순간 각자 머물고 있는 공간이 바로

자신이다. 지금 자신의 마음을 알고 싶으면 몸 담고 있는 공간을

보면 된다.



시골 호숫가 차실 ,찻잔, 노트북 ,요가매트 , 책 .약통 ....

내 공간을 채우고 있는 것들. 하나 하나 지나온 시간들과 현재

를 떠올리자니 갑....갑하다 .

창문을 여니 차실 공간에 서늘한 공기가 들어온다. 마음이 철렁하다.

가을이구나. 여름 내내 집 나갔던 찻잔이 이제는 돌아와

등잔 밑에 숨어있던 진실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

질병, 죽음, 자객 ,상실감, ,,,

쓰나미처럼 덮쳐와 문득 불안하고 혼란스럽다



-수행의 출발점은 청소이다.다실(도량 )의 청소는 세례행위이며

정화의식이다. 깨끗하게 청소하고 물을 뿌린 다실은 일상의

'공간에서 지성소로 변한다

-Tea&Culture 매거진 2019.5.6월 숙우회 사방찬 -


보이지 않는 그래서 더 불안한 이 마음의 기운을 바꾸려면

보이는 공간 부터 먼저 정리 청소해야 한다.










텅 빈 공간에 대한 충격이 숙우회 첫 수업 소감이었다

요즘에야 미니멀이 대세지만 당시만 해도

채우고 보여주는 공간이 대접 받는 시대였다

비우는 공간 꾸미기는 상상 불가.


그런데.

버리고 버려서 공간에 꼭 존재해야만 하는 것들만

남기고 텅 비워버린 숙우회 공간.

그렇게 철저하게 비워진 공간은

처음 경험했고 채우고 꾸미는 것 못지않게

버리고 비우는 공간도 아름답다는 것을 깊이 깨닫게 해주었다.



버리고 버려서 공간에 꼭 존재해야만 하는 것 들만

놓기 까지의 정신의 내공. 산만한 마음을

꼭 본질에 가까운 하나에다만 집중하게 하는 집중력 .

현재 시간에 흘러간 과거의 기억도 묻어나오게 하는

몇개의 골동기물들. 그 기물들의 아름다움은

금욕적인 무채색 스님들의 선방에

세속의 기품있는 삼십대 여자의 화사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성과 속이 합해진 묘한 공간으로 마음을 단번에 끌었다




명상이 마음 비우는 것에 관한 일이라면

보이는 공간은 최대한 없애 주어야 보이지 않는

마음이 자유롭게 한바탕 놀 수 있는 것이 아닐까 ?







사방찬 다법은 일년 중 낙화의 계절에만 행해진다

물을 대신하여 땅에 떨어진 꽃잎을 주워서 사용한다,

동서남북 마름모꼴로 뿌려진 꽃잎은 다이아몬드를 상징한다.

다이아몬드와 석탄의 원소는 같은 탄소 C 이다.부처와 중생의

관계도 그러하다.중생도 깨달음의 원소를 갖고있다.

사방찬다법으로 미몽에서 벗어나 깨달음을 향한걸음을 내닫고자 한다.

언젠가는 다이아몬드로 바뀔날을 꿈꾸며

-Tea&Culture 매거진 2019.5.6월 숙우회 사방찬 -



공간에 널려있는 보이지 않는 마음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청소하자.떨어진 여름정원의 꽃잎 뿌리며, 차 한 잔 마시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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