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짜 나를 만나게 하는 찻잔 , 사람을 힐링시키는 찻잔-
카톡~ 카톡 ~
지인에게 진짜 진한 포도주스 한 잔을 얻어 마셨다.
진한 순수한 맛에 감탄하면서 추출 방법을 묻자 포도원액을 쉽게 추출하는 요리기구가 있다 하더니
그 요리기구 시연회에 초대하는 카톡이다.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얼굴보고 눈을 맞추는 상황이 아닌 비대면이라 거절해도 된다.하지만 대면에서 다시 만날 관계라면 거절은 힘들다.
나는 yes 우먼이었다! .No...라고 거절을 잘 못 한다.
“ No”내 거절이 행여 상대방의 맘에 상처줄 까, 모임에서 왕따당할까, 심지어는 상처받은 상대방이 내게 보복하지않을까 ...과대 망상까지 할 정도 였다 .
아마도 요리도구 시연 초대에도“ 노,”라고 대답 못하고 참여해서 무리하게 요리 도구 사들일 지도 모른다. 거절을 못해서 ...내 경제수준 보다 조금 높은 고가의 차나, 다구들은 거의 이런 상황에서 저질러진
결과물이다.
“no”를 못하는 데다 평생을 오지랍 넓게 남의 물건 갈아주며 사시는 엄마를 보고 자란 탓이리라.
어린 시절 우리집은 동네 사랑방이었다. 특히 독한 가뭄에도 한번도 마르지 않는 마당 한가운데 우물,조심해야 할 가장이 없어 부부싸움한 동네 아줌마들의 피난처 상담소가 되버린 우리집 대청마루는 .
생선 다라이 인 아줌마,건어물 어깨에 걸은 장사하는 아줌마 들에게는 수다떨다 반찬 살 타임을 놓친 동네 아줌마들에게 물건 팔기 좋은 쉼터였더. 더구나 동네 아줌마들에게
“점례야 ,어이 진수야,이 아줌마 애들 아직 어린데 에고..
남편도 없다네.이 땀 좀 봐. 잔말 말고 얼릉 갈아줘라 ”판촉 영업사원까지 하는 걸 보고 자랐으니까.
.갈 ..아,,주다
누군가의 처지를 배려하고 또 누군가와 좋은 관계를 위해 돈을 쓰는 것. 생각해보니
내 소비는 내 욕구보다는 허겁지겁 상대방과의 소통과 공감에 애를 쓰는 갈아주다 였다.
당연히 내 맘은 늘 내 찻잔보다
상대의 찻잔에 가 있어서 내 맘에 대해서는 무지했다
내 찻잔도 잘 모르는 주제에
남의 찻잔은 시시콜콜 잘 알아 조언도 해주고 격려도 해주기도 했다
직원들과 대만 여행을 갔었다.
찻집 직원들 하고 동행이니 당연히 찻잔 여행이었고 여러 공간을 방문했다.
시내 중심가 융캉지에 있는 HUILIV 찻집은 차 우려 주시는 직원 분들의 전문가다운 포스와
먼저 공간 이용료 받고 차값은 따로 받는 운영 시스템 ,알콜램프를
이용해서 주전자에 차 끓이는 풍경은 정말 보기 좋았다. 내가 꿈꾸는
찻집 로망이 차실에 찻물 끓는 것. 목조주택이라 화재위험 때문에
이루기 힘든 로망이지만.그래도 램프 사가려 열심히 헤맸으나 끝내 구입 못했다.
두 번째로 만났던 찻잔은 '차차떼'라는 곳의 찻잔 이다. 나름 대만의 럭셔리 애프터눈 티 명소로 우리나라의 강남 분위기 였다.출입구의 커다란 야자수가 인상적이었고 인테리어로 탐났던 것은 저 카페의 벽 한쪽이 찻잎으로 만든 벽돌이라는 것. 벽에서 은은하게 풍겨나오는 마른 찻잎향. 다음에 공간을 만든다면 꼭 찻잎벽돌로 해야지. 맘도 먹었다. 그런데 더 더 진짜 부러웠던 것은 애프터눈티가 홍차가 아닌 모두 대만산 차라는 것,
대만 에서 생산되는 차들의 다양함. 그 차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매대에서 자유롭게 시향할 수 있다는 것. 백차에서부터 우롱차까지, 풍부한 향에서부터 깊은 맛까지- 찻잎의 형태, 수확 시기, 발효 또는 향을 입히는 정도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지는데. 일일이 표시해 놓는 정성. 어찌나 매력적인 차가 많은지 고르고 골라
동방미인, 고산우롱, 백차, 루이보스, 블랙티의 다섯종류를 골랐는데 모두 각기 다른 개성의 차가 정갈하고, 맛있었다. 그런데 숙소에 돌아와서 차를 더 마셨다. 먼가 허전하고 미진해서다 .그때는 그게 먼가 몰랐다.
3박4일 짧은 여행이 머 그렇지 .. 미진 할 만도 하지.
마지막 날 즈텅루차관 (당시에 간판은 소만이었다)이라는 찻집도 별 기대 없이 들렸다.
더군다나 이제까지 찻집 중 젤 초라한 외모의 찻집이었다
환한 말할 수 없이 빛이 쟁쟁한 밖의 풍경과 달리
찻집은 컴컴한 어둠이 ᆢ깔려 있었다ㆍ
건물 도 낡고 오래되었다ㆍ새로 리모델링 하지않고 낡으면
낡은 그대로 기능에 이상이 있는 곳만 정성스럽게 손 봐준 공간
그런데 어둠도 금방 익숙해지고 앉아서 차를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더없이 편해졌다ㆍ
세상에 이렇게 낡고 오래된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하는 곳이 또 있을까 ㆍ
내가 헛것으로 흘려 보냈다 생각하는 시간들 도 다 존중받고
내 이 나이든 누추한 몸과 마음도 시간도
오롯이 인정받는 느낌
차 한잔을 마시니
어둠 속에서 기억속에. 사라졌던
아니 묻어버렸던 내 멍든. 금간 찻잔 들이 조용히
영화 화면처럼 나타났다 사라진다 ㆍ
.
초딩 교실 ,담임 샘이
난로의 모래를 내 입에 강제로 넣는 모습
빈항하다가 끝내
모래를 입에 물고 분해 하는 모습....
또 아버지 상을 치르고 첫 등교한 교실에서
4학년 인 꼬맹이 인 나를 무차별로 구타했던
피아노 치시는 손가락이 아름다우셨던 여 선생님
....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겉으로는 노를 모르는 yes 우먼이었지만
진짜 속마음은 NO,NO,NO 반항으로 불온한 여자였다는 것.
행여 그 맘이 들킬까봐 내 진짜 마음은 내가 죽였다는 것
내가 살기 위해 내 마음은 죽였다
내 맘도 고분고분한 겉모습과 달리 진짜는 불온했다.
지극한 배려심은 불온한 내 맘을 숨기기 위한 은신처였다.
여자 팔자가 두레박 팔자라는 동네 아줌마들 말이 재수 없었고
명절날이나 중요 입시 시험이 있는 날 아침에 걸려온 여자 전화는 재수 없는 것이니
절대 남의 집 전화 걸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친정 엄마의 근거 없는 믿음도 열 받았다
금수저 은수저 제자만 총애하고 흑수저를 혹독하게 차별하는 선생님께 반항했고
산자보다 더 챙기는 죽은 조상에 대한 예의가 과하다는 생각을
은밀히 했다. 뿐인가 사후에도 영원히 기억하며 제사 지내 주는 것이
최고의 명예가 되는 불천지위는 너무도 끔찍한 집착처럼 느껴져 소름 끼쳤다.
거기다 여자의 공간을 집 울타리 안으로 한정하고 서브메뉴로 여기는 유림 할아버지들의
고리타분은 얼마나 갑갑하고 화가 나는지 찻잔에 유교의 예절을 입힌 다도가 싫고
그 다도의 상징인 한복은 정말 입기 싫었다.
여교사들을 술자리에 끼워 황제와 궁녀 코스프레하는 느끼한 교감선생님을 저주했으며
밤새 열심히 그린 그림 평가받으러 교탁 앞으로 간 사춘기 여중생들에게 그림 대신
빤히 얼굴만 보고 신랄한 외모 리뷰를 해서 죽고 싶게 했던
사이코 미술 선생님도 죽도록 미웠다... 셀 수 없이 많은 불온한 마음들....
시한폭탄처럼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마음은 그러나
그걸 터뜨리면 내게 돌아오는 건 더 강한 폭력과 입 속에 더러운 모래를
물고 견디어야 하는 더 참담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이미
어린 시절에 체득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담임선생님께 반항했다가 난로에 깔은 모래를
한 시간 내내 입속에 물어본 적 있다. 죄목은 수업 시간에 껌 씹었다고...
부끄럽고 분해서 죽고 싶었다,죽을 용기는 없었다
내 안의 상처는
그냥 내 안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스스로 치유했다.
맘을 숨기기에 찻잔이 가장 좋았다. 혼찻잔
좋다! 그러나
불온의 마음이 더 깊어지자 혼 찻잔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응답해주는 찻잔이 필요해졌다.
아마 작가 되고 싶었던 것도 ,
좋아요!!!!
응답해주는 찻잔이 필요해서 였을 것이다.
오늘도 '아니요' 보다 ' 네'를 더 많이 클릭하며 보내는
하루가 될지 모른다. 사실 사람의 수십 년 동안 습이
하루아침에 변하겠나..
다만 그 실체를 알면 내가 나에게 더 가까워졌음을 느낀다.
진짜 나를 만나려는 새로운 길을 걸으려면
찻잔을 어둠에 빠트려 보기도 뒤집어 보기도 해야한다
남의 찻잔이야기가 아닌 내 찻잔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독수리처럼 홀로여서 늘 시선을 견뎌야 하는 혼 찻잔은
때까치들처럼 몰려다니며 그 속에서 잠시 은둔할 수 있는
무더기 찻잔이 좋아 보이고
무더기로 핀 구절초들은
화려하지 않아도 은은한 향을 내뿜는 은목서 나무 같이
독보적인 일인 존재가 되고 싶은 것이다.
작은 찻잔은 큰 찻잔을 품고 있고
큰 찻잔은 작은 찻잔을 숨기고 있다.
일회용 종이 찻잔은 분수에 맞지 않게 영원한 시간을 갈망하고
골동 찻잔은 산뜻한 상처 없는 일회용 시간을 꿈꾸는 법이다.
그래서 일회용 찻잔은 골동 찻잔을 만날 때 매혹을
골동 찻잔은 일회용 찻잔을 만날 때 매혹을 느낀다.
매혹은 늘 결핍, 그리고 위험과 함께 시작되는 것이다.
내 진짜 마음을 알기 위해서는 찻잔을 뒤집어 보아야 하고
찻잔을 어둠 속에 빠트려 보기도 해야 한다
핫 플레이스 ,몇십억 씩 투자한 대형 카페 건물 속의 새찻잔이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새바람을 일으키지만
낡고 오래된 건물 속 찻잔도 그 찻잔을 존중하고 아끼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발견하고 치유도 해주는 귀한 아우라를 내준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찻잔으로
낡아가는 우리 찻집 공간에 대한 재발견을 해 준 찻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