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청, 감나무받,대나무방-
나무는 잘려서 누군가의 집이 되었다. 그러나 나무가 아닌 집의 일부로 백 년을 살았어도 나무는 집이 절대 아니고 소나무 나무라는 자기 정체성을 고집하며 올해도 이 무더운 찜통더위 속에서 어김없이 송진을 내보낸다
호숫가 찻집은 팔작지붕에 앞 3칸 옆 3칸 규모의 전통정자를 뜯어다 그대로 옮긴 정자이다. 정자를 해체했을 때, 상량문에 己未, 夏라고 쓰여 있었다. 1905년 여름으로 추정되니 백 년도 넘은 정자다. 새 건축 목재로 짓지 않고 뜯어다 옮긴 이유는 백 년을 견디어 낸 묵은 목재에서 나은 아우라와 새 목재에서 나오는 아우라와는 비교할 수가 없다. 백 년 동안에 때가 되면 송진을 뱉어내는..
벼슬 길에 있던 선비가 낙향하여 지은 건물이 정자이다. 이 정자에서 담소 나누면서 시도 짓고 시국을 탄식하며 나라를 위해 은밀히 독립자금도 모금했다는 곳이다.
이 정자의 중심 공간이 대청이다.
마루 바닥에 아직도 먹물 자욱들의 흔적이 있어 이 공간에서 묵향을 느끼신다는 손님들은 아마 이 공간에 앉아 보셨기 때문일 것이다.
뒤로는 장독대, 앞으로는 멀리 섬진강 시인 때문에 유명해진 00 분교
풍경이 정겹고 바로 눈앞에 탁 트인 호수 풍경이 막힌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는...
숨은 나만의 은밀한 아지트 같은 공간이다.
격을 갖추어서 손님접대를 할 때 많이 사용하는 공간이다.
더구나 대청공간의 다탁으로 쓰이는 저 고재는 군산 미곡창고의 기둥으로
오래오래 사용하던 목재로 육이오 전쟁을 겪은 총자국도 있는 골동으로
손님들이 마신 차향 ,대화 ,웃음... 20년의 추억이 담긴 찻집의 보물 중의
보물이다. 이곳에서 찻잔은 많은 고수들과 이 생에서의 인연을 나누었던 공간이다
대나무방이다.
공간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미리 그 공간에 대한 자신의 꿈 한 조각을 투영하여 명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찻집 공간이름은
처음부터 명확히 찻집이라는 상업적 공간을 생각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듯이
공간 이름도 그냥 ~~ 만들어졌다.
찻집에 손님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방을 구분해야 할 필요가 생기자
-대나무방에 손님 안내해 드려...-
대나무 옆이라고 대나무 방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맨 처음 정자를 옮기고 나서 이곳에서 개인살림집으로 쓸 때 이방은 약간의 어둠과
서늘함이 가구 들여놓기에 딱 좋아서 아끼던 고가구 살림을 들여놓았었다.
약간 서늘하고 그늘이 있어서
소설이나 시 같은 감성보다는 인문학 서적을 읽고 난 뒤에 그 명징하고 이지적인 개운한 머리
속 같은 기운이어서 늘어지기보다는 날카로운 약간의 긴장이 있어서 좋은 방이다.
손님들 입장에서는 약간 서늘하고 그늘이 있어서 여름에 가장 환영받고 너무 밝지 않아서
속마음을 가만가만 이야기하기에 가장 좋은 방이다
겨울에 이 방 옆 마루에 쌓인 눈 치우는 수고로움도 주는 방이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분 소녀시대 태연님과 양희은 님이 생각난다. 이쪽 지방 출신인 태연님은 슬픈 일을
-나중에 매스컴에서 알았다 할머님 상을 당했었다- 겪었고 그 슬픔을 위로해 주려고 이쪽 지방에 사시는 지인이 위로해주려고 데리고 온 거 였다. 아무도 아는 체 하지 않았다. 오롯이 쉬어 가시려고.. 태연님이 팬들이 보내 준 편지상자들을 다탁 밑에 놓고 갔다가 다시 찾으러 와서 아는 체 했다. 참 팬들 선물을 귀히 여기는 그녀가 귀해 보였다. 그런가 하면 양희은님은 워낙 얼굴이 독보적이셔서 손님들이 환호를 하고 난리가 났는데 ..정말 민망했다. 쉬러 이렇게 시골까지 왔는데... 아무튼 이 방에 그 두분을 모신 분은 이 방의 아우라를 잘 아신 것이다. 영혼이 쉬기에 좋은 방.
대청 왼쪽에 있으며 방 옆에 감나무가 있었다 해서
감나무방이라 불리는 방이다.
남향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이 늘 환하고 따뜻해서 겨울에 환영받는
방이다. 창호지에 햇살이 한번 투과해서 들어와서 인지 감나무 방에서 보는 얼굴빛은
참 특별하다.
다탁이 소반 위의 주석 꽃병을 경계로 양쪽으로 놓여서 두 팀의 손님이 앉게 되는데
연인들, 아님 아가랑 오신 분에게 이 자리를 안내한다.
가운이 양명해서 연인들은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라고
아가들은 좋은 기운 받고 건강하게 잘 자라라고 빌면서...
초라한 얼굴도 이방에만 들어가면 묘한 아우라가 생겨 참 귀하고 양명하게 보인다.
거짓 아니에요 한번 앉아 보세요. 진짜예요...
그리고 이 방 감나무방의 저 속문살은 이 지역의 무형문화재이신 분이 짜주신 문입니다
저 방 작은 창으로 보이는
풍경들은 한 편의 작은 풍경화 그림들입니다.
앞면은 맑은 호수, 등 뒤는 부드러운 짐승의 등같이 푹신하고 편한 산
히스토리
서로 이웃으로 거주하면서 책모임을 하던 여동생과 친구들이 전국 각지로 이사를 가게 되자
책모임을 더 이상 못 한다고 마지막 쫑파티를 하려고 하루의 감나무 방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은행에서 봉투에다 남은 회비돈까지 나누고...
차 한 잔 마시고 서로 옹기종기 마지막 정담을 나누려다가
이 방의 어떤 기운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도저히 못 깬다고 다시 곗돈 거두어서 지금까지 모임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이 방만 들어서면 그분들 생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