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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찻잔여행2

-차 수업을 기록하다-

by tea웨이



1. 첫 시간, 세계는 넓고 경험해봐야 할 찻잔은 무진장 많다


청차는 반발효차, 오룡차, 반발효 공정을 거쳐 형성된 녹엽홍변(푸른 잎과 붉은 가장자리)의 차로

중국 푸젠 성 ,광둥 성, 그리고 대만에서 생산되는 차다. 첫 시간에 배운 지식입니다.

민북오룡지역 푸젠 성 북부 무이산 일대의 무이암차들을 만나서 새로운 향과 맛을 보았던 것이 첫 수업이었습니다. 벽계관, 수금귀, 철라한. 야래, 대홍포, 수선, 육계 등을 처음 만난. 특별한 순간이었지요 녹차와 황차만 알던 제 찻잔 세계가 갑자기 화악 넓어지는 느낌.


맛은 수선이, 향은 육계가 좋았고 마른 찻잎의 향은 수금귀가 깊고 오묘했습니다.

나 이외의 다른 세계를 알아가는 방법은 많습니다. 세상의 찻잔과 차의 세계를 알아가는 방법도 그렇습니다.

예절로 , 명상깨달음으로, 일상 탈출 힐링으로, 일상 아름답게 하는 미학으로 , 상상력의 원천으로.. 아주 다양합니다.

내 앞에 놓인 청차찻잔을 배우는 것은 편견 없이 정직하게 그냥 차를 마시고 차가

내게 주는 언어에 귀 기울이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


2. 두 번째 시간


오늘은 민남 어룡차 , 본산. 횡단. 수선. 불수. 철관음을 만났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마시고 난 뒤의 찻잎들입니다.

솔직히 말해 구분할 능력은 없고 민남수선의 황색만 또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금목서 꽃향이 은은한듯하면서도 은근 화려한 30대 여자가 연상되는 황단과

약간 거칠고 남성적인 느낌의 락커 같은 느낌의 불수가.

첫 모금부터 향. 색 맛이 임팩트가 강하고 마무리를 구수함 뒤의 몰아치는 단맛.으로 끝내는...

그래서 보통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농향 철관음이 기억에 남으며

농향 철관음은 우리 차실에서 이 달의 차로 손님들께 소개하고 싶은 생각이 나게 했다


새로운 차를 마시고 경험하는 것은 좋은 차를 고르는 안목을 기르기도 하고

내게 맞는 차를 찾는 과정이기도 하고 다른 세계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는 것 일터 ㅡㅡ
이론이나 지식은 몇 마디 없으시다. 그냥 좋은 차를 좋은 찻잔과 다구들을

이용하여 정성스레 우려주실뿐,,

중국차를 소개하고 유학까지 다녀오셨으나

차도구들과 찻잔들은 우리나라 작가들을 발굴하셔서 쓰신다.
선생님의 차도구들과 차도구 사용법을 보노라면

우리나라 숨은 고수들의 작품들을 어떻게 그렇게

찾아내셨는지....

숨 막힐 정도로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도구들, 낮고 조용한 목소리 느낌의 아주 작은 찻잔

감동이다





3. 세 번째 수업
봉황단총을 첨으로. 만난 날
이 날은 날씨가 안 좋아서 샘이. 우리. 차실로 출장 오셨다ㆍ
첫눈이 오시는 중이었다
선생님의 운전길이 걱정이었는데
의외로 아래 지방은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나 보다.
무사히 도착하셨고

준비한 찻자리가
한 폭의 심플한 겨울수묵화!!!
눈처럼. 하얀 직사각 흰색 다지 (茶池 다관받침명칭)의 밋밋함을 적당히 네 귀퉁이를 접어 변화를 주었으며 바닥은. 한 폭의 설경.





타임슬립하여 먼먼 중국 송나라 서호 근처 찻집에서

조용히 맘에 맞는 차친구들과 눈 내리는. 풍경을 바라보며 차 향과. 맛을 음미하는 ㆍ그런 장소로

시공간 이동하는 느낌

새삼 선생님의 섬세한 감성에 감탄한다! 오늘 맛과 향을 경험하게 해 준 찻잎들


행인향, 야래향단총, 육계향 , 황지향 , 밀란향마지막으로 오래 묵은 단총노차를 마셨다

대체로 맛이 강해서 연하게 우려 주신다 했는데 봉황단총은

봉황수선의. 품종 중에서도 우수한 단주를 단독으로 채엽하여. 만들어진 오룡차



좋은 단총차는 향 (香 ) 활( 活) 감( 甘)을 가지며 향은 청향 화과향. 활기는 매끄럽고 시원한 쾌감 이 있고 후감이 맑다 감미는 회감이 빠르고 강하며 맑고 시원하며 달고 부드럽다


오늘 배운 지식이다

탕색이 참 맑고 빛나는 황색이었으며


산속의 맑은 비구니스님을 상상하고 나갔다가

세속에서 오욕칠정을 겪어내면서. 승화시킨

삼십 대 여자의 농밀한 분위기와 향을 만난 느낌

귀하고 고급스러운 느낌


특히. 야래향 ㅡ

잊지 못할 향이다

편하게 운동복 바람으로 나대다가

문득 우아하게 여성스럽게 변신하고 싶을 때

봉황단총. 야래향 한잔

근데 고가란다

다음 시간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대만차


편견 없이 정직하게 그냥 차를 마시고 느끼고 차가 내게 주는
언어를 귀 기울여 들으라는 자세

호중거 찻잔 여행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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