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 어려움을 이겨낸 힘

’ 사람 농사’가 가져다준 기적

by 글빛 지니
ChatGPT Image 2026년 3월 4일 오후 04_05_39 (3).png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심고 마음을 키우며 ‘사람 농사’의 의미를 배워간다."

나는 20대 초중반을 빼고는,

경제적으로 넉넉하다고 느끼며 살아본 적이 거의 없다.


어린 나이에 생각지도 못한

큰돈을 벌었을 때는 솔직히 얼떨떨했다.


‘이게 나한테 이런 일이?’ 싶었다.

그렇다고 흥청망청 쓰지는 않았다.

그저 감사했고, 조금은 겁이 났다.

좋은 일이 오래가지 않을까 봐.


아니나 다를까,

삶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일이 생각만큼 풀리지 않았고,

예상하지 못한 빚을 지기도 했다.


애써 버텼지만 속은 늘 조용히 마르고 있었다.


그리고 30대 후반,

다시 혼자가 되었을 때 나는 정말 가진 것 없이

다시 출발선에 섰다.


그때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내게 왔고,

그렇게 교습소를 시작하게 되었다.


가진 것은 많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 일만은 끝까지 해보자’는

마음 하나로 버텼다.


그러다 코로나가 터졌을 때는

정말 앞이 캄캄했다.


‘여기서 멈춰야 하나.’

교습소 문을 닫는 상상을 수없이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이들과 학부모님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믿고 남아주었다.


오히려 그 시기에는

밖으로 나갈 일도 줄어들어 소비도 줄었다.


불안 속에서 버텼지만,

그 시간은 나를 완전히 무너지게 두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또 다른 두려움이 시작되었다.


졸업하는 아이들은 있는데,

새로 들어오는 아이들은 없었다.


나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홍보도 했고, 이벤트도 열었고,

아이들에게는 늘 동기를 불어넣었다.


그런데도 성과가 따라오지 않는 시기가 지속됐다.

그게 가장 힘들었다.

노력은 하고 있는데, 결과는 보이지 않는 시간.


홍보비는 계속 나가고, 통장은 점점 얇아지고,

혼자 사는 삶의 무게는 생각보다 무거웠다.


‘이걸 계속해야 할까.’


그 질문이 마음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고,

활동도 많은 내가 혹시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닌지,

씀씀이를 줄이겠다고 다짐하면서도

또다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런데 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고민을 털어놓은 적은 없다. 단 한 번도.


그런데 아이들은 알고 있었던 것처럼 행동했다.


“선생님,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제가 친구들한테 말해놨어요.”


처음엔 웃어넘겼다.


그런데 나중에 들은 이야기들이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ChatGPT Image 2026년 3월 4일 오후 03_24_22 (2).png "말하지 않아도 마음으로 선생님을 지키려 했던 아이들의 조용한 응원이 감동을 준다."

아이들이 친구들에게 그렇게 말했단다.


“우리 학원 좋아. 나중에 학원 다니게 되면 여기 와.”


그리고 더 솔직한 이유도 있었다.


“아이들이 너무 없으면 선생님이 다른 데로 가거나, 그만두실까 봐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조용히 내려앉았다.


나는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나를 붙잡고 있었다.


그 아이들은 중학교에 올라가

처음 본 영어 시험에서 모두 좋은 성적을 받았다.


그 결과가 소문이 되었다.

방학이 되자, 그 아이들이 홍보했던 친구들의 부모님이

학원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 친구 다니는 학원이 어디냐”라고.


그렇게 두 명의 아이가, 각각 한 명의 친구를 데리고 왔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내가 그동안 지어온 것이 단순한 교습소가 아니라는 걸.


나는 사람 농사를 짓고 있었구나.


씨를 뿌리고 물을 주고 기다리는 시간은 길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던 뿌리가 자라고 있었다는 걸.


조급해하던 건 나뿐이었고,

아이들은 이미 그 안에서 자라고 있었다는 걸.


요즘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아이들을 가르쳐 먹고사는 줄 알았는데,

어쩌면 아이들이 나를 먹여 살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말하지 않아도 내 불안을 읽고,

자기들 방식으로 나를 지켜주려 했던 그 마음들.


그걸 생각하면 교습소를 쉽게 놓을 수가 없다.


경제적으로 늘 넉넉했던 적은 없지만,

사람으로는 늘 빚을 지고 사는 기분이다.


감사의 빚, 신뢰의 빚.


나는 오늘도 완벽하지 않다.

여전히 불안하고,

여전히 계산기를 두드리고,

여전히 고민한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돈이 아니라, 사람이 나를 버티게 한다는 것.


그래서 오늘도 나는 교실 문을 연다.

혹시 또 한 사람의 씨앗이 들어올까 봐.


그리고 이미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조용히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나는 오늘도 사람 농사를 짓는다.


사람을 남기는 교실에서,

아이들과 함께 인생을 배우고 있는 글빛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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