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 앞에서 미소짓고 있는 그대에게 이 편지를 보냅니다.
그대도 알다시피, 나는 어려서부터 계산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새우깡을 얻기 위해서는 300원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커다란 레고 상자를 얻기 위해서는 매년 생일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서는 잠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요.
오늘 그대와 내가 결혼을 하면,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요.
우리는 아늑한 신혼집을 얻는 대신 빚을 지게 될 것이고,
함께 따뜻한 된장찌개를 먹는 대신 설거지를 하고 음식물 쓰레기를 버려야 할 것이며,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대신 혼자만의 시간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 모든 이익형량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저는 오늘, 이 지긋지긋한 고독을 잃고,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그대를 얻을 텐데요.
그렇습니다.
나는 그대를 만나 계산적인 나를 잃었지만, 그대에게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사랑해.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