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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라오 AI 스마트매장, 초격차 CRM전략

하이디라오의 초격차 서비스, 그 이면의 보이지 않은 힘

by 윤승진 대표

어제 저희가 함께 방문했던 하이디라오(Haidilao), 다들 어떻게 경험하셨나요?

현장에서 직접 보신 것처럼, 고객의 니즈를 한발 앞서 파악하고 제공하는 서비스는 과연 명불허전이었습니다. 하지만 'CRM'이라는 명확한 관점을 가진 저희에게는 그저 놀라운 경험으로만 그치지 않았을 겁니다.

아마 다들 비슷한 궁금증을 가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저토록 세심한 응대가 과연 현장 직원의 순수한 친절함과 교육만으로 가능할까?' '우리가 본 저 감동적인 서비스 이면에는 과연 어떤 데이터가, 어떤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을까?'

오늘 이 글은 바로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어제 우리가 눈으로 직접 확인한 하이디라오의 '초격차 서비스'가 사실은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된 '보이지 않는 힘', 즉 강력한 CRM 전략과 데이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지 함께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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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하이디라오 CRM의 핵심: '사람 중심' + '기술 기반'

하이디라오의 CRM은 단순히 '고객 관리 프로그램'이 아닙니다. 이는 기업 문화와 운영 프로세스 깊숙이 녹아든 '전략적 핵심'이며, "사람 중심, 서비스 최우선, 기술을 통한 역량 강화"라는 말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하이디라오의 가장 강력한 자산은 2025년 6월 기준 2억 명을 돌파한 등록 회원입니다. 하이디라오는 앱, 미니 프로그램, 매장 등 다양한 채널로 유입된 고객을 '사적 트래픽(Private Traffic)'으로 전환시키는 데 탁월한 역량을 보여줍니다. 이들을 지역, 소비 빈도, 회원 등급에 따라 자체 커뮤니티로 묶어 직접 소통하며, 이를 통해 재구매율을 무려 60%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명확한 회원 등급 시스템을 운영하며 등급별로 차등화된 혜택을 제공하고, '가입 즉시 본전 뽑는' 유료 멤버십 상품을 출시하는 등 충성 고객을 단단히 묶어두는(Lock-in) 정교한 생태계를 구축했습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시스템의 진정한 힘은 기술이 아닌, '파격적인 직원 권한 위임'이라는 문화적 토대에서 나옵니다. 회사는 일선 직원들에게 현장 상황에 맞춰 창의적이고 개별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폭넓은 자율성을 부여합니다. 예를 들어, 고객에게 무료 메뉴를 제공하거나 특별한 선물을 줄 권한이 현장 매니저나 숙련된 직원에게 주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CRM은 직원을 '통제'하거나 '감시'하는 도구가 아니라, 직원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지능형 조수' 역할을 수행합니다. 직원들은 CRM을 통해 "A 고객님은 고수를 싫어하심", "B 고객님은 지난번에 아이와 함께 방문함" 같은 과거 이력과 선호도를 즉시 파악합니다. 하지만 최종적인 감동 서비스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한 직원의 '인간적인' 판단과 주도적인 실행으로 완성됩니다. 이는 기계적인 매뉴얼을 따르는 것이 아닌, 고객과의 진정한 감성적 연결을 만들어내는 하이디라오만의 핵심 성공 요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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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초개인화'를 실현한 기술: 빅데이터와 AI

하이디라오의 사람 중심 서비스가 빛을 발할 수 있는 배경에는 강력한 기술 플랫폼, 특히 빅데이터와 AI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이디라오는 최근 몇 년간 '디지털 미들 플랫폼(Digital Middle Platform)'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감행했습니다. 이는 하이디라오 산하의 모든 브랜드(신규 인큐베이팅 브랜드 포함)에서 발생하는 회원 데이터, 운영 데이터, 공급망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하는 '데이터 중추'입니다. 과거 부서별, 브랜드별로 흩어져 있던 정보의 '사일로(Silo)'를 제거함으로써, 고객 서비스, 직원 관리, 마케팅, 심지어 신규 매장 입지 선정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 전반을 데이터 기반으로 지원하는 견고한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이 플랫폼의 '두뇌' 역할을 하는 것은 단연 빅데이터 분석입니다. 방대한 고객 데이터로 정교한 사용자 페르소나(User Persona)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놀라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해냅니다. 분석은 고객의 식사 선호도(예: 매운맛 정도, 고수 제외), 알레르기 정보, 생일, 방문 주기, 선호 음료 등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세부 정보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고객의 잠재적 니즈를 예측하는 지능형 추천의 기반이 되어, 직원에게 적절한 메뉴를 제안하게 하거나 고객 생일에 맞춰 축하 메시지를 자동 발송하는 등의 서비스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데이터 분석의 가장 놀라운 적용 사례 중 하나는 배달(외식) 비즈니스 최적화입니다. 하이디라오는 사용자 분석을 통해 '1인용 메뉴'와 '밥반찬용 훠궈'라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카테고리를 발굴해냈습니다. 이는 1인 가구의 증가와 가정 내 식사 트렌드를 정확히 간파한 결과이며, 현재 이 신제품들은 배달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나아가, 소비 열 지도(Heat Map)와 같은 데이터 분석 도구를 활용하여 신규 매장 및 배달 전문 '위성 매장'의 입지를 과학적으로 결정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여기에 AI 기술이 전면적으로 융합되며 효율성과 고객 경험을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스마트 키친에서는 로봇팔이 재료를 준비하고, RFID 태그로 식자재를 정밀하게 관리하며, '서빙 현황판'을 통해 메뉴 준비 상태를 시각적으로 관리함으로써 식품 안전과 품질을 보장합니다. 또한, 자체 개발한 AI 기반 수요 예측 모델은 식자재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여 전국 600여 개 매장에서 일평균 약 15인분의 메뉴 낭비를 줄이는 데 성공했습니다. 고객센터 역시 AI가 주도합니다. 전화 예약, 고객 서비스 등에 AI 챗봇과 음성 인식 기술을 적용해 24시간 자동화 서비스를 구현했으며, 특히 고객과의 음성 상호작용에서 감정과 숨은 니즈를 식별하여 CRM 데이터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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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객을 '기억하는' 감동의 순간들

이처럼 정교하게 설계된 문화와 기술의 결합은 결국 '기억에 남는' 감동의 순간을 창조해내기 위한 것입니다. 하이디라오의 CRM은 단순히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을 넘어, 고객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는 구체적인 시나리오로 구현됩니다.

예를 들어, 극강의 개인화 서비스는 하이디라오 CRM의 가장 직접적인 결과물입니다. 한 번 방문했던 회원 고객이 재방문할 경우, 담당 직원은 시스템을 통해 즉시 "고수 빼주세요", "해산물 알레르기 있음", "창가 자리 선호"와 같은 핵심 정보를 확인합니다. 고객이 입을 열기도 전에 직원이 먼저 "오늘도 고수 빼드릴까요?"라고 묻거나, 선호하는 창가 자리로 자연스럽게 안내합니다. 이처럼 '나를 기억해주고 있다'는 느낌은 고객에게 단순한 만족감을 넘어 깊은 소속감과 감동을 불러일으킵니다.

시스템은 또한 고객과의 감성적 연결고리를 창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고객의 생일, 결혼기념일 등 특별한 날은 CRM에 자동으로 기록되고 관리됩니다. 만약 고객이 생일날 매장을 방문하면, 시스템은 즉시 담당 직원에게 알림을 보냅니다. 직원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케이크, 장수면, 그리고 하이디라오 특유의 열정적인 생일 축하 노래 등 잊지 못할 이벤트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예상 밖의 세심한 배려는 고객 충성도를 극대화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 중 하나입니다.

이 모든 감동의 순간은 '피드백의 선순환 구조(Closed-loop)'를 통해 유지되고 발전합니다. 고객이 남긴 사소한 칭찬이나 불만 사항은 모두 직원에 의해 CRM 시스템에 꼼꼼하게 기록됩니다. 이 피드백은 단순히 'VOC(고객의 소리)'로 접수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영진이 서비스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개선점을 도출하는 핵심 데이터가 됩니다. '피드백 수집 → 데이터 분석 및 개선안 도출 → 서비스 최적화 → 고객 경험 향상'으로 이어지는 이 선순환 구조야말로 하이디라오가 '초격차 서비스'라는 명성을 유지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진정한 원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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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가 주목해야 할 교훈들

하이디라오의 CRM 성공 사례는 한국의 외식업계뿐만 아니라 모든 서비스 기반 비즈니스 리더분들께 매우 중요하고 실질적인 교훈을 제시합니다.

무엇보다, 성공적인 CRM은 '고객 중심'이라는 확고한 기업 문화에 뿌리를 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하이디라오는 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서비스 문화를 먼저 배양했습니다. 기술은 이러한 문화를 구현하고 강화하는 '도구'일 뿐, 결국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의 진심 어린 서비스 의지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두 번째 교훈은 기술이 직원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에게 강력한 '무기'를 쥐여줘야 한다는 점입니다. 하이디라오는 CRM을 직원을 감시하거나 통제하는 도구로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일선 직원이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고객을 감동시킬 수 있도록 신뢰와 자율성을 부여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조직의 활력을 높이고 진정한 '초개인화'를 실현하는 길입니다.

세 번째로, 비즈니스가 옴니 채널, 멀티 브랜드로 확장될수록 모든 고객 접점의 데이터를 하나로 묶는 '데이터 중추(미들 플랫폼)'의 중요성이 커진다는 사실입니다. 데이터가 분산되어 있으면 일관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불가능합니다. 통합된 데이터 플랫폼은 교차(Cross-sell) 마케팅과 운영 시너지를 창출하는 핵심 기반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하이디라오의 모델은 전통적인 고객 '관리(Management)'가 아닌 진정한 고객 '관계 경영(Relationship)'으로의 전환을 촉구합니다. 단순히 거래(Transaction)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 운영, 감성적 교류, 지속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일회성 소비자를 브랜드의 충성스러운 팬이자 자발적인 전파자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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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새로운 도전: 하이디라오의 미래는?

이처럼 눈부신 성공을 거둔 하이디라오지만, 2025년 이후 새로운 환경 변화와 거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최근 하이디라오는 몇 가지 중대한 전략적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2025년부터는 그동안 고수해 온 직영 체제에서 벗어나 하위 시장(3, 4선 도시) 공략을 위해 가맹(프랜차이즈) 모델을 전면 도입하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붉은 석류 계획'이라는 이름 아래 '옌칭 바비큐'를 포함한 10개 이상의 신규 브랜드를 빠르게 인큐베이팅하며 제2의 성장 곡선을 모색 중입니다. 또한, '밥반찬 훠궈' 출시에서 보듯 데이터 인사이트를 활용한 배달 비즈니스 혁신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새로운 방향성은 상당한 도전을 수반합니다. 2025년 상반기 재무 보고서에 따르면, 하이디라오는 매출과 이익의 동반 하락, 그리고 핵심 지표인 테이블 회전율(객석 이용률) 하락 등 성장 정체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시장 경쟁은 이미 극도로 치열해진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브랜드 가치 희석 가능성입니다. 가맹 모델의 빠른 확장은 필연적으로 서비스 품질의 편차를 야기할 수 있으며, 이는 하이디라오가 수십 년간 쌓아 올린 '극강의 서비스'라는 핵심 브랜드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각기 다른 포지셔닝을 가진 10개 이상의 외식 브랜드를 동시에 운영하는 것은 관리 역량, 공급망 시너지, 자원 배분에 막대한 부담을 줍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들은 하이디라오에 대해 매우 높은 기대치를 가지고 있어, 사소한 식품 안전 문제나 서비스 품질 저하 이슈도 순식간에 공론화되어 심각한 위기로 번질 수 있는 여론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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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서비스의 영혼'을 지킬 수 있을까?

하이디라오의 CRM 시스템은 기업 문화, 운영 모델, 그리고 빅데이터 및 AI라는 첨단 기술이 어떻게 완벽하게 융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최고의 교과서입니다.

표준화된 외식 서비스를 '초개인화'와 '감성적 연결'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며 강력한 브랜드 해자(Brand Moat)를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시장 환경의 변화와 가맹 모델 도입, 멀티 브랜드 확장이라는 새로운 전략적 선택 앞에서 이 성공적인 시스템은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과연 하이디라오는 '서비스의 영혼'을 유지하면서도, 규모의 확장과 다각화된 비즈니스라는 복잡한 방정식을 성공적으로 풀어낼 수 있을까요?

그들의 다음 행보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보내드리는 생생한 비즈니스 트렌드, 만나통신사 여정은 오늘도 계속 진행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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