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엇’으로 특정되지 않는 관계에 대하여
파란 하늘이 있어
더 하얀 하얀 집
바깥 바람이 세차니
더 고요한 안의 공기
혼자라는 생각에 고립되니
그때 보이는 혼자가 아닌 순간
홀로 떠있는 별 주위를
애워싼 보이지 않는 별들
가족 애인 친구로 정의되지 않는
수많은 존재들이 여기 함께 머무는 중
어쩌다 가벼운 눈인사를 나눌
순간이면, 한번씩 쓰러내릴 쓸쓸함
그러니, 너무 많이
외로워 하지 않아도 될
…!
동해 하얀집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오랜 친구의 친구, 내겐 아는 사람 정도의 그에게 뜻밖의 호의를 받고 위로를 느낍니다.
내 가족, 내 친구, 내 동료들의 무심함이 크게 보이고 서러워 질 때가 있어요. 아프고 약해지니 더 그러네요. 내 옆에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 뜻밖의 관계와 시공간에서 힘을 얻을 때가 있습니다.
나의 누구, 우리의 무엇을 특정하며 그 안에서 사랑하고 상처받고 흘러가는 중이지만, 그 밖에서 의연하게 걷고 마주치는 시람들과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다 보면, 끝까지 잘 살아낼 만한 힘을 얻게 되는 것도 같습니다.
외로운 별들의 우정을 믿어 봅니다.
아마도 우리는 다시 보게 되더라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서로 다른 대양과 태양이 우리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
아마도 우리의 서로 다른 길과 목표라는 작은 항로들을 그 안에 포괄하는,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곡선과 별의 궤도가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이르도록 우리를 고양시키자! 하지만 저 숭고한 가능성의 의미로 친구 이상의 존재가 되기엔 우리의 삶은 너무 짧고, 우리의 시력은 너무 미약하다. 그러니 우리가 비록 지상에서 적일 수밖에 없다 할지라도, 별들의 우정을 믿기로 하자!
- 니체, <즐거운 학문> 제3부 279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