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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날 Mar 01. 2022

하얀 집

‘나의 무엇’으로 특정되지 않는 관계에 대하여


파란 하늘이 있어

더 하얀 하얀 집


바깥 바람이 세차니

더 고요한 안의 공기


혼자라는 생각에 고립되니

그때 보이는 혼자가 아닌 순간


홀로 떠있는 별 주위를

애워싼 보이지 않는 별들


가족 애인 친구로 정의되지 않는

수많은 존재들이 여기 함께 머무는 중


어쩌다 가벼운 눈인사를 나눌

순간이면, 한번씩 쓰러내릴 쓸쓸함


그러니, 너무 많이

외로워 하지 않아도 될

…!




동해 하얀집에 초대를 받았습니다.

오랜 친구의 친구, 내겐 아는 사람 정도의 그에게 뜻밖의 호의를 받고 위로를 느낍니다.

내 가족, 내 친구, 내 동료들의 무심함이 크게 보이고 서러워 질 때가 있어요. 아프고 약해지니 더 그러네요. 내 옆에 아무도 없다고 느낄 때 뜻밖의 관계와 시공간에서 힘을 얻을 때가 있습니다.

나의 누구, 우리의 무엇을 특정하며 그 안에서 사랑하고 상처받고 흘러가는 중이지만, 그 밖에서 의연하게 걷고 마주치는 시람들과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다 보면, 끝까지 잘 살아낼 만한 힘을 얻게 되는 것도 같습니다.

외로운 별들의 우정을 믿어 봅니다.



아마도 우리는 다시 보게 되더라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서로 다른 대양과 태양이 우리를 변화시켰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의 서로 다른 길과 목표라는 작은 항로들을 그 안에 포괄하는, 우리의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곡선과 별의 궤도가 존재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에 이르도록 우리를 고양시키자! 하지만 저 숭고한 가능성의 의미로 친구 이상의 존재가 되기엔 우리의 삶은 너무 짧고, 우리의 시력은 너무 미약하다. 그러니 우리가 비록 지상에서 적일 수밖에 없다 할지라도, 별들의 우정을 믿기로 하자!
- 니체, <즐거운 학문> 제3부 279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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