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사동의 상모 버스커>
잇쇼니 샤시노 도리마쇼카?
내가 처음으로 배우고 외운 일본어 문장!
18살,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보는 해외여행에 어느 외국인이라도 잡고 사진을 찍고 싶었다. 부리나케, 여행 가이드 선생님께 부탁하여 배웠던 바로 그 문장, “우리 함께 사진 찍을래요?”
“스미마셍, 잇쇼니 샤시노 도리마쇼카? (실례합니다만, 우리 함께 사진 찍을래요?)”
이 문장은 나에게 치트키 같은 표현이다. 서먹서먹한 분위기를 누그러트리는 아이스 브레이킹 같다고나 할까? 처음 만나는 일본인 친구와 한참 영어로 대화를 나누다가, 뜬금없이, 정말로 뜬금없이, 일본어로 “잇쇼니 샤시노 도리마쇼카?”라는 말을 꺼낸다.
그러면 그 일본인 친구들은 하나같이 지금 자신이 혹시 잘못 들은 거 아니냐고, 일본인 특유의 “에?!” 소리를 내며 의아해하였다. 혹은 영어로 “What?!”이라고 하며 당황해하였다. 그리고는 이내 자신이 졌다는 표정으로, 씨익 웃으며 함께 사진을 찍어주었다. 수입 문제로 우리 회사를 찾은 일본 거래처 영업 담당자도, 나의 이 뜬금없는 문장에 “도대체 그 문장은 어디서 어떻게 배운 것이냐”며 껄껄껄 웃어더랬다.
호주에서 만났던 일본인 친구들은 가끔 나의 이런 행동들이 매우 weird(이상한, 기괴한)하다고 하였다. 아직 친하지도 않은 사이인데, “함께 사진 찍을래요?”라고 양해를 구한다고?! “저 좀 사진 찍어 주세요?”도 아니고?!!
그러면 나는 “응? 우리 안 친한 사이였어? 나는 우리가 이미 친한 사이인 줄 알았는데.....”라고 말하며 낯짝 두꺼운 웃음을 짓는다. 나는 영어만 쓰면 더욱더 철면피의 사람이 되어 버린다. 하하하.
인사동에서 새 외국인 친구를 만나면, 함께 사진을 찍자고 권하는 편이다. 그러면 대부분의 외국인 관광객분들은 “It’s free? (이거 공짜예요?)”하며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네, 공짜예요. 저는 단지 당신과 만난 오늘을 기억하고 싶을 뿐이에요.”
그분들의 그 경계심을 이해한다. 만약 낯선 사람이 나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말을 걸어온다면, 나 역시 같은 한국사람이더라도 일단 의심과 경계의 눈초리로 거절을 했을 것이다. 아무리 예쁜 미녀 분이 나에게 부탁을 해 온다고 할 지라도 말이다.
하긴 뭐,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에서는 고대 로마의 전투 기사로 분장한 사람들이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고는 돈을 요구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채상을 매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자신과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하길래, 나는 당연히 내가 로마에서 인기가 제일 많은 사람인 줄 알았지. 나와 사진 찍기 위해 줄 서서 기다리는 아저씨들 한 명 한 명과 사진을 다 찍고는 깨달았지. 아, 나는 인기가 많은 게 아니라, 그냥 글로벌한 호구였구나.......ㅎ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도 나의 새로운 일본인 친구와의 만남을 위해, 얼굴에 철면피를 깔고 다시 한번 이야기를 꺼내 본다.
“스미마셍~ 잇쇼니 샤시노 도리마쇼카?
(실례합니다만, 우리 함께 사진 찍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