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나, 만남은 쉽지도 않고, 이 별은 아주 메마르고 몹시 뾰족해.
#1. 정배의 글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려워.”
내가 요새 제일 많이 중얼거리는 노랫말이다. 나에게, 이별은 확실히 어렵다. 많이 사랑했고, 또 많이 정들었던 사람과의 헤어짐은 언제나 마음 아프고 고통스러운 일이다. 나에게 있어 이별의 경우는 거의 두 가지 케이스로 국한된다. 죽음으로 인한 사별. 그리고 오래된 연인과의 이별!
친구와의 헤어짐도 헤어짐이 아니냐고 물으시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허나, 나는 ‘회자정리 거자필반”(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기 마련이요, 떠난 자는 돌아오기 마련이다.)이라는 말을 신봉하기로서니, 외국으로 떠난 친구든, 먼 지방으로 이사를 간 친구든, 언젠가는 그들과도 다시 만나리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렇기에 친구와의 잠시 동안의 헤어짐은 나에게 큰 고통이나 아픔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혹, 친구와 사이가 틀어져 헤어지는 경우도 있지 않겠냐고 물으실지도 모르겠다. 글쎄다. 아직까지는 나와 사이가 틀어진 친구가 없어서 그런지, 그 경우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아니, 어쩌면 나는 애초부터, 나와 사이가 틀어지지 않을 사람만, 나의 친구로 사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해심 많고, 배려심 가득한 사람, 나는 확실히 그런 사람들에게 더 끌린다. 물론 나 역시 그분들에게만큼은 더 이해심 많고, 더 배려심 가득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나한테는 만남이라는 것이, 이별이라는 것만큼이나 확실히 어렵다. 폐쇄적인 성격도, 그렇다고 만남을 기피하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만남을 가벼이 여기는 사람도 아니다. 만남이라는 것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을 잘 알기에, 나에게는 만남이 늘 어렵게만 느껴진다.
나와 너(어쩌면 이 글을 읽고 계실 인스타그램 속 친구분들), 우리의 만남은 결코 쉽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이 세상의 수천만 명, 수억 만 명의 사람들 중에, 너를 만나고, 너를 알게 되어, 너와 친구가 될 수 있었던 그 일련의 과정들은 우연과 운명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만남, 그 길들임의 과정에는 나의 시간과 너의 시간,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한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 속에서 나는 너를 바라보았고, 너는 또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의 바라봄이 있었기에, 우리는 함께 만날 수 있었고, 함께 친구가 될 수 있었다. 내가 말한 오후 4시에, 만약 네가 오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렇게 너를 바라볼 수 없었을 테지. 나와의 만남을 위해, 기꺼이 너의 시간을 내게 내어준 너의 마음이 있었기에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바라볼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만남이 쉽고 가벼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와 너의 만남은 결코 쉽지도, 가볍지도 않았다. TV 속 가수는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렵다며 자꾸 노래를 부르는데, 나에게는 만남이라는 것이 이별만큼이나 늘 쉽지가 않다.
아, 야밤에 생각이 또 많아진다. 소설 <어린 왕자> 속의 한 대사(“이 별은 아주 메마르고 몹시 뾰족해.”)를 차용함으로써, 이 긴 글의 끝을 정리하고 싶다.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렵다.
허나, 만남은 쉽지도 않고, 이 별은 아주 메마르고 몹시 뾰족하다.
#2. 인석의 글
정배성, 나 잘 모르겠어요.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렵다는 말! 분명 그 말을 듣고, 머릿속을 스치는 수많은 단어들이 있었어요. 그 단어들을 정리하려고 하니, 마치 꿈을 꾸고, 그것을 다시 기억하려고 하면 사라져 버리는 것처럼 저의 머릿속 단어들도 함께 사라져 버렸어요. 아마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의 저에게만큼은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렵다”는 그 말이 크게 공감되지 않아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그랬죠. 만남은 쉽고, 이별은 어렵고 가슴 아팠죠. 그런데 지금에서는 오히려 만남이 더 어렵고, 이별이 쉬운 것 같아요. 그 이유로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우선은, 예전에 겪은 이별의 아픔 때문에 만남 자체를 어렵게 시작하는 것 같아요. 이별의 아픔을 이미 겪어 보았기에, 만남을 통해 얻은 상대방의 그 마음을 쉽게 담지 못하고, 여차하면 쉽게 버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갈수록 이별이 더 쉬워지는 것 같아요. 이별로부터 상처를 받지 않기 위해, 오히려 제 자신이 방어기제를 발휘하는 거죠.
이 야밤에 정배성이 저에게 물어봐 주셔서, 뭔가 많은 생각으로 대단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제 마음만큼 다 글로 적지 못하겠습니다. 허나, 하나 확실한 것은 말이지요, 이별이 확실히 만남보다 더 쉬운 것 같습니다. 성님, 저는 작은 일이라도 성님과 함께라면 더없이 영광인 사람입니다. 성님, 굿나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