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는 풀밭에 엎드려 울었다.”
소설 <어린왕자> 속의 이 문장이 나에게 제법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오늘날의 어떤 이도 풀밭에 쉽게 엎드려 있지 않을 뿐더러, 풀밭에 엎드려 우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더 어렵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에는, (음….. 그러니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다니기도 훨씬 더 이전에는) 풀밭 사이를 기어다니는 개미와 거미, 작은 벌레, 작은 곤충들이 무서웠다. 그 작은 생물들이 나의 귀에 들어가면 어떡하나, 그래서 나의 머리 속을 조종하면 어떡하나 무서워 했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생이 되고,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더 이상 풀밭도, 풀밭 속의 작은 생물들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봄과 가을, 도서관 앞 잔디밭에 누워 풀벌레 소리를 들으며 나른한 쪽잠을 청하는 것을 즐겼다. 그 때는 그런 내가 참으로 자유롭고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지금은?! 음….. 지금은 풀 밭 위에서의 휴식 시간을 잘 즐기지 않는다. 군대에서 쯔쯔가무시라는 전염병을 마주한 이후로는 잔디밭에 쉽게 드러눕지 않는다. 어쩌면 옷에 풀물이 드는 것을 싫어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풀밭에 엎드려 우는 아이도, 풀밭에 엎드려 우는 어른도 일상 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어느 누구도 풀밭에 엎드려 울지 않게 된 것을 과연 쯔쯔가무시라는 전염병의 덕으로 돌려야할까?
음…… 그도 아니면, 우리는 아무도 울지 않는, 그야말로 멋진 신세계(Brave new world)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우리 스스로에게 합리화해야하는 걸까? 그런 생각들이 하나둘씩 머릿 속에 떠오르기 시작하니, 갑자기 나의 마음이 슬퍼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는 풀밭에 엎드려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