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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배 Apr 11. 2022

자그마한 것들의 아름다움

Shaun Tan의 <The Eric>

내가 고등학교에 갓 입학하였을 적에 나는 참 많은 문제집을 풀곤 하였다. 특히 영어 문제집의 경우, 거의 한 달에 한 번씩은 책을 바꾸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내가 그 모든 내용들을 섭렵하였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당시의 나는 단지 학습의 질보다는 학습의 양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나는 그 해 겨울에 학습 방법을 바꾸었다. 풀지 못하는 문제가 없을 때까지 나는 몇 번이고 수학 문제집을 되풀었다. 그리고 확실히 그 방법은 나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나의 독서 방법 역시 이러한 나의 학습 방법과 많이 다르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장르에 상관없이 가능한 한 많은 책을 읽으려 했다. 내 인생에 가장 많은 책을 읽었던 때를 생각하면 1년에 120권 의 책을 읽은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요즘은 한 권의 책을 깊게 읽는 편이다. 읽었던 어린 왕자 책을 꺼내어 다시 읽거나, 이와 관련된 다른 서적을 사서 읽는다. 작가인 생텍쥐페리가 의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참 많은 비유와 상징이 있어서 읽으면 읽을수록 느끼고 깨닫는 점이 많은 책이다.

   나는 '어린 왕자' 안에 우리 인생에 필요한 모든 철학들이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도, 트리나 폴머스의 '꽃들에게 희망을'도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많이 닮아 있다. 우리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사에 치여 삶의 중요한 것들을 잊고 살아간다는 이야기들! 숀 탄의 '에릭'도 이러한 점에서 앞에 언급한 세 소설들과 맥락을 같이 한다. 에릭은 우리 주위의 작고 사소한 것들에 많은 관심을 가진다. 그러나 소설 속 주인공과 그의 가족들은 이러한 그의 성격을 쉽사리 무시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작은 물건에 대하여 심심치 않게 무시를 하는 것 같다. 단지 그것의 크기가 작다는 이유 만으로 말이다. 하지만 나는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무시하지 못할 의미를 가졌다고 생각한다. 아니, 오히려 작은 물건이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불교 경전에도 이러한 말이 있지 않은가?! 티끌 안에 세계가 있다!!!

이 귀여운 그림을 보았을 때, 나는 다시 한번, 작은 것의 아름다움을 깨달을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의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지 못하고 지나친다. 그리고는 그들은 말한다, 자신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고. 과연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쳇바퀴를 돌리는 다람쥐마냥 까닭도 모르고 또한 아무런 필요도 없이 제자리에서 맴을 돌며 허우적거리는 것이 우리네 인생의 길일까? 물론 나에게는 거창한 꿈이 있다. 그러나 나에게는 거창한 꿈만큼이나 소중한 소소한 행복들이 있다. 에릭이 그토록 소중해하고 관심을 가졌던 많은 작은 것들처럼 말이다. Shaun tan의 'The Eric'.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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