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정배 Jul 10. 2021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닥쳐와도 무섭지 않은 이유

오윤의 <애비>

  아버지는 저 멀리의 무엇인가를 보고는 심하게 놀란 듯하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인지라 두 눈은 휑하니 초췌해 보이고, 입은 '헤'하고 벌어져 있다.

   아버지의 어깨 뒤로 굵게 그어져 있는 백색의 선은 앞으로 그들에게 다가올 어떤 어려움을 암시하고 있다. 아버지는 이미 그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자신이 그 어려움을 잘 극복해낼 수 있을지는 아버지 당신도 자신이 없다. 그래도 아버지는 아들의 어깨를 꼭 잡으며 말한다. '아들아, 너무 걱정하지 마라. 이 애비만 믿으렴. 곧 다 해결될 게다.'

   아들 역시, 아버지가 바라보는 곳을 응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 눈빛에는 놀람이 아니라 어떤 의지가 담겨 있다. 아버지를 이러한 상황에 처하게 한 대상에 대한 복수심인지, 아니면 이 어려움을 꿋꿋하게 이겨나가겠다는 강인함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가 없다. 아들 역시 이 어려움이 그리 쉽게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아들은 자신이 있다. 그에게는 아버지라는 듬직한 지원자가 있고, 그 지원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대단하신 분이니까!

   나는 이 그림을 보는 순간, 곧바로 우리 부자가 떠올랐다. 나와 함께한 그 짧은 세월 동안에도 우리 아버지는 참으로 험하고 기나긴 길을 걸어오셨다. 당신의 어려움 속에서도 항상 아버지로서의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애를 쓰셨고, 나는 그런 아버지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대단한 분의 모습을 보았다. 언젠가 아버지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었다. "정배야, 대조영은 그의 아버지 걸걸중상의 도움을 받아 발해를 세웠는데, 이 애비는 너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하구나. 아버지가 너와 홍배에게 더욱 든든한 지원자가 되어주지 못한 게 많이 속상하다."

   아버지라는 존재, 그 존재만으로도 더 든든한 지원자도 없었는데, 우리 아버지께서는 아들은 어찌하라고 그리 서운케 가셨을까. 본인이 걸걸중상과 같은 아버지가 되시길 바라셨던 아버지를 위해서라도, 나는 반드시 대조영처럼 자랑스러운 인물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곤 했었다. 그리고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고! 그래서라도 나는 그림 속 소년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그림 속의 소년이여, 힘을 내라. 그래도 너에게는 너의 어깨에 힘을 실어주시는 아버지가 있지 않은가.  
   소년이여, 그 손을 잊지 마라. 언젠가 아버지의 그 손이 그리워질 때가 있을 것이다.
  소년이여, 늦기 전에 말하라. '아버지,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라고. 나중에는 그 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때가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년이여!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매거진의 이전글 멋진 신세계와 술 권하는 사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