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발 대신 채상을 맨 이유

by 김정배

열두발 상모와 채상 상모로 번갈아 버스킹을 하며, 어쩌면 채상이 나의 버스킹 스타일과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열두발은 사람들의 주목을 단번에 끄는 임팩트가 있었다. 그러나 또 그만큼 힘이 더 든다는 단점도 있었다. 몇 KG이나 되는 엽전을 순전히 목 힘 하나로 1초도 쉬지 않고 몇 분간을 돌리려니 그럴 수밖에.
반면에 채상은 열두발같은 강한 임팩트는 없었지만, 몇 가지 더 장점인 부분이 있었다.

첫째, 관객과 아이 컨텍트(눈 맞춤)를 할 수 있었다. 열두발은 고개를 상하좌우로 빠르게 돌려야 했기에, 나의 시선에는 항상 관객의 얼굴 대신 관객의 어렴풋한 형체만 스쳐 지나갔다.
반면 채상의 경우, 고개를 정면을 응시한 채, 무릎의 반동(오금)만을 이용하기에, 버스킹 내내 관객들과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나의 눈웃음에, 눈인사로 화답해주는 관객들의 반응이 좋았다. (그리고 사실 이 눈인사가 그리워 계속 버스킹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둘째, 안전상의 문제도 있었다. 열두발은 몇 kg나 되는 엽전들의 원심력을 이용하여 생피지(긴 종이 줄)를 돌리는 원리이다. 열두발을 돌리다가 가속이 붙은 엽전에 몸을 맞으면 제법 많이 아프다. 한 때, 나의 양 허벅지가 퍼런 멍으로 가득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나와 관객의 안전을 위하여 대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열두발을 돌리는 편이다. 그러나 나의 열두발을 처음 보며 신기해하는 관객들은 (특히나 영유아의 어린 관객 친구들은) 공중을 휘젓는 생피지 종이의 꼬리를 잡으려, 손을 내밀 때가 있다. 그러면 나는 다급히 나의 열두발을 두 손으로 막아, 불의의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곤 했다.

그러나 채상은 이러한 안전 문제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전보다 관객에게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열두발 대신 채상을 맨 또 다른 이유는, 체력 회복 시간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열두발 상모에 비해 에너지 소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연거푸 2,3곡의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출 수 있었다. 덕분에 공연과 공연 사이의 비는 시간이 줄어, 관객의 이탈을 최대한 줄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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