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에서 버스킹을 하며 떠오른 재미있는 생각 중 하나는, 도시 사람들의 낮과 저녁의 걸음 속도가 다르다는 것이었다. 낮에 도심을 걷는 사람들은 대개 제한된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낮에는 발걸음이 하나같이 빨랐다. 서류 가방을 든 직장인은 약속 시간 전까지 거래처에 도착해야 했고, 작업복을 입은 알바생은 근무시간 전까지 일터에 도착하기 위해 땅만 보고 뛰어야 했다. 그래서인지 오전이나 낮 시간에 버스킹을 할 때는 보행자의 관심을 얻기가 쉽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버스커의 공연을 보기 위해, 잠시 발걸음을 멈출 여유조차 없었던 것이다.
반면에 저녁에 도시를 걷는 이들의 발걸음은 보다 더 느긋하다. 그리고 여유가 있다. 이미 볼 일을 다 마치고 퇴근을 하는 이들의 발걸음이라 그런지, 그 속도가 오후의 그것과 비교하면 제법 느리다. 그래서인지 거리 위의 예술가들에게도 제법 시선이 관대한 편이다. 그들은 지금 딱히 급하게 가야 할 곳이 없기에, 마음에 드는 버스커가 있으면 자신의 저녁 시간을 기꺼이 할애하여 준다. 그래서 나도 오후 시간의 버스킹보다는 저녁 퇴근 시간의 버스킹을 더 선호하였던 것 같다. 누군가의 피곤한 퇴근길에, 작은 활력소가 되어주고 싶었나 보다.
그리고 이 점은 요즘의 내 직장생활에서 다시금 느끼고 있다. 똑같은 출근길, 퇴근길인데도 아침 출근길은 30분밖에 안 걸리면서, 퇴근길은 이상하게도 40분, 50분이나 걸린다.
아침에는 혹시나 환승버스를 놓쳐 회사에 지각은 하지 않을까, 오로지 앞만 보고 걷는다. 심지어 핸드폰도 보지 않는다. 그러나 퇴근길에는 노을 지는 저녁 하늘도 한번 보았다가, 동네 길고양이에게도 정을 한번 주었다가, 오래간만에 생각나는 옛 친구에게도 전화를 걸었다가 하며 집에 오다 보니, 퇴근 길이 그렇게 오래 걸릴 수가 없다. 나부터가 낮과 저녁의 걸음속도가 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