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버스킹을 할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짐이라고 해 봐야, 핸드폰과 상모, 그리고 소형 스피커가 전부였다. 한국에서 채상만 챙겨 왔으니, 당연히 민복, 미투리, 더거리 같은 공연 의상을 챙겨 왔을 리는 만무하였다. 그래도 나름 내가 한국인이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태극기의 태극문양을 빌려 빨간색 바지와 파란색 티셔츠를 입었다. (물론, 실제 태극문양대로라면 빨강이 위에, 파랑이 아래에 위치해야 했다.) 관객들은 나의 빨간색, 파란색 의상으로부터 태극기와 대한민국을 쉽게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나의 첫 버스킹은 만족스럽지 못하였다. 세 가지 부분에서 보완점이 필요해 보였다. 첫 번째는 음향 장비의 구비였다. 주먹 크기의 소형 스피커를 챙겨가긴 하였으나, 도시의 교통소음을 상쇄하기에는 그 출력이 크지 않았다. 나는 배경음악 없이 거의 무음으로 공연을 한 것과 다름없었다. 두 번째는 공연 의상이었다. 나의 빨간 바지와 파란 티셔츠도 제법 보행자의 시선을 빼앗을 만한 했지만, 나의 정체성을 표현하기에는 그리 충분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제일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껴졌던 부분은 바로 공연 시간대이었다. 호주의 12월은 여름 중에서도 가장 더운 한 여름에 속한다. 멜버른의 날씨는 하루 걸러 하루로 40도의 폭염을 기록하였다. 그러다 보니 한낮에는 거리에 행인도 많지 않았을뿐더러, 채상을 매고 뛰어다녀야 하는 나 역시 호흡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무엇보다도 열두발 상모를 돌리며 땅자반을 하기 위해서는 땅바닥에 손을 짚고 몸을 비틀어야 하는데, 한 여름의 뜨거운 열기로 보도블럭이 익을 대로 익어, 손바닥조차 제대로 짚을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