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에서 버스커가 되는 방법

by 김정배

멜버른에서 버스커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먼저 시청에서 발급하는 버스킹 허가증을 취득해야 한다. 자신의 공연에 대한 소개와 기획의 글을 시청에 제출하고 나면, 시청 공무원으로부터 자격 심사를 받게 되는데, 이때 공연 시의 유의 사항이나 금지 사항 등에 관한 교육도 함께 이루어진다.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어떠한 경우에도 행인에게 물건을 팔지 말라는 말이었다.

예를 들면, 어느 행인이 당신의 그림을 20달러에 사고 싶다고 하더라도, 절대로 그 가격에 그림을 팔지 말라는 것이었다. 대신에, 행인은 당신에게 20달러를 후원할 수 있으며, 그러면 당신은 그 후원에 대한 사례로 그 그림을 행인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20달러를 주고 그림을 산 것과, 20달러를 후원하여 그림을 선물 받은 것은 똑같은 일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단순히 돈으로 물건을 사고파는 경제적 관점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가를 후원하고, 그로부터 서로 마음을 나눈다는 이 도시의 예술철학이 이 도시를 좀 더 인간미 넘치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청 담당자는 야라강 이남의 사우스뱅크와 플린더스 스트릿으로부터 시작하는 스완스톤 스트릿에서만 공연이 허락된다고 하였다. 다만, 횡단보도 주변 지역은 안전 상의 문제로 공연을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든 버스커들이 사람이 몰리는 횡단보도 주변에 자리를 잡을 것이고, 이는 곧 운전자나 보행자의 움직임을 방해하여, 도심의 교통 정체를 불러일으킬 것이기 때문이었다.
거리 위의 예술가는 즐거운 볼거리로, 지나가는 행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그러나 그것이 누군가의 진행(보행이나 운전)에 방해를 주게 된다면, 누군가에게는 즐겁지 않은 볼거리가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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