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의 <We are the one>과 함께 한 공연은 반응이 좋았다. 열두 걸음이나 되는, 기다란 열두발 상모를 휙휙 돌리는데, 걷던 걸음을 멈추지 않을 사람은 드물었다. 4분 남짓한 노래 시간은, 거리의 시선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였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노래에 맞추어 열두발 상모를 4분 동안 격렬하게 돌리고 나면, 나에게는 최소 5분 정도의 체력 회복시간이 필요하였다. 그 비는 시간을 메꾸어줄 무언가가 필요하였다. 그 비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애써 모은 나의 관객들은 다시 갈 길을 갈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다.
이 날은 고맙게도 나의 일본, 대만 친구들이 응원차, 나의 버스킹 공연을 방문해주었다. 그들은 내가 열두발 상모를 재정비하며, 체력을 회복하는 동안, 나의 상모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아 주었다. 이를 뒤에서 지켜보던 호주의 아주머니와 아저씨들께서도 자신들의 궁금한 사항들을 하나둘 물어보셨다. 그렇게 나의 회복시간을 관객들과의 대화로 채워나가기는 하였으나, 동시에 나의 공연 레퍼토리를 늘려야겠다는 생각 역시 들었다. 나의 공연을 위해 5분을 기다려주신 관객분들에게 똑같은 노래로 똑같은 공연을 보여 드리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그리하여 나는 즉흥적으로 <강남 스타일> 노래에 맞추어 열두발을 돌려 보았다. 노래에 대한 반응은 좋았다. 때는 바야흐로 2013년!
2012년 말, 전 세계를 강타하기 시작한 강남스타일 열풍은 아직 이 곳 멜버른에서도 충분히 뜨거웠다. 관객들은 반주만 듣고도 바로 환호성을 지르는, 그런 묘한 매력을 가진 노래였다. 나의 춤이 끝나자 제일 먼저 들린 목소리는, “와우. 훌륭해요. 당신, 한국에서 왔어요?”라는 질문이었다. 마음속 어딘가에 있었을법한 애국심이 스믈스믈 기어 나오려는 듯하였다.
평소 채상보다는 열두발에 더 자신감이 있었지만, 왠지 <강남 스타일>만큼은 채상으로 공연하는 게 더 자연스러워 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읍 우도의 판굿 선반(춤사위)을 기본으로 하되, 노래의 후렴구와 킬링 포인트는 싸이의 춤으로 대신하는 것으로 머릿속에 공연을 미리 그려보았다. 상모를 돌릴 때는 박력 있게 돌리되, 싸이 춤을 출 때는 최대한 능청스럽게, 능글맞게 노는 것이 나의 목표였다. 그렇게 나의 두 번째 레파토리 <강남 스타일>이 조금씩 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