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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리단길 '양지미 식당'

브랜드 경험을 이야기하다

by 박상희

모처럼 다시 휴일이다.

어제저녁 남편은 톡톡 핸드폰을 두드리며 말했다.

"내일은 뭘 먹으러 갈까나?"

맛집 검색을 하던 중, 핫한 골목 밤리단길, 예약이 쉽지 않아 못 가봤던 양지미 식당 예약에 성공했다.

'오늘은 또 어떤 맛과 공간을 만나게 될까?'

맛있는 것은 삶의 기쁨, 그리고 먹기 위해 운동도 해야 한다는 하하~

일산에 오래 살았지만 요즘 뜨는 골목 밤리단길을 발견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밤가시 버거, 양지미 식당, 르쁠라, 효교 외 여러 식당들이 골목골목 자리 잡고 있는 곳.

오늘도 그곳의 특별한 집 '양지미 식당'을 찾아가 본다.

오후 2시 예약을 하고 밤리단길에 들어섰다.

즐비하게 주차된 차들 왠지 주차는 알아서 해야 하는 곳, 주택가의 골목골목 차들이 가득 차 있다.

주차를 하고 드디어 양지미 식당에 도착했다.

양지미 식당은 식당 주인분의 이름이 '양지미'라 식당의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나의 이름을 걸고 시작한 식당, 당당함이 느껴지는 그곳을 리뷰해본다.


소박한 외관, 오픈 주방의 자신감

평범하고 소박한 느낌의 입구, 편안한 느낌이다.

인디핑크로 칠해진 입, 타일 바닥이 눈에 띈다. 그리고 야외 테라스에 한 팀이 착석하고 있었다.

양지미 식당도 르쁠라처럼 식사 시간이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다.

어제 네이버로 예약을 하고 안내 문자도 받았다. 2인 식탁이 거의 기본 구성이고 식사 시간도 한 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긴 여유를 느끼며 점심을 즐기기엔 조금 짧은 느낌이기도 하다.

외관과 내부 공간부터 돌아본다.

내부에 들어섰을 때 주방이 훤하게 오픈되어 있어서 약간은 당황했다.

'많은 식당을 찾았지만 이런 주방구조는 처음이라고 해야 할까?'

그곳의 주방, 일반적인 가정집에서나 볼 수 있는 낮은 아일랜드 식탁과 일자로 구성된 주방이 인상적이다.

주인장의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랄까 이렇게 오픈 주방을 운영하는 건 그만의 자신감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리에 착석을 하고 보니 두시가 넘은 늦은 점심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좌석은 만석이다.

실내 좌석 대신 딱 요즘이면 딱 즐기기 좋은 야외 테라스 자리로 이동하고 이 집의 시그니쳐 메뉴들을 시켜보기로 했다.


눈으로 한번, 입으로 한번 느끼는 맛

아보카도 브루게스타, 클렘 차우더 수프, 라자냐, 먹물 리조또 네 가지 메뉴를 주문했다.

기다리고 있으니 레몬 물을 한병 가져다주셨다. 레몬 말고 초록색의 풀이 하나 더 들어가 있는데 샐러리 같기도 하고, 맛 때문인지 눈으로 보이는 비주얼 때문인지 왠지 다른 가게 물보다 더 상큼한 느낌이 든다.

미리 하우스 와인도 두 잔 시켜두고 기다리던 중, 한 시간 만에 식사를 마치는 시스템이라 아마도 음식은 빨리 나올 것이라는 예상처럼 식사는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의 시간에 순서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맨 처음으로 나온 클렘 차우더 수프를 맛보고, 바삭한 식감의 그루 통이 수프 맛을 더 풍부하게 해 준다. 그리고 매운 후추 맛이 나는 편이라 크림 수프의 느끼함을 잡아준다.

다음 메뉴로 아포가토 브루게스타가 나왔다.


잘 익은 아보카도가 슬라이스 되어 나온 브루게스타, 너무 고소하고 건강함이 느껴지는 맛이다.

건강함이라 해서 모자란 맛이 아니라 입안을 꽉 채우는 아포가토와 올리브로 만들어진 스프레드가 아주 잘 어울린다. 화이트 와인을 한 모금 부르는 맛이다. 아하하 즐거운 맛~!

바삭한 빵 위에 얹힌 브루게스타의 맛은 다시 생각날 것 같다.

두 번째 이 집의 라자냐,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호불호가 있었지만, 바게트 빵에 올려먹는 라자냐의 맛은 아주 굿이다.

이 집의 특별한 곁들임, 총각무로 담근 아삭한 피클을 같이 먹으니 깔끔함이 더해졌다.

오징어 먹물 리소토가 나올 차례 , 먹물 요리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남편의 말, 그런데 비주얼로 한번 감탄을 하고 맛을 본다. 통오징어 안의 잘 간이 된 밥이 꽉 차 있다.

나이프로 오징어를 자르는데 겉은 바삭하게 익은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온다. 오징어와 같이 밥을 맛보니 짭조름한 밥알과 오징어 식감이 잘 어울린다. 단, 살짝 짠 느낌이 들긴 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네 가지 음식을 다 즐기고 나니 50분 정도가 흘렀다.

주문하고 10분 정도 지난 시간부터 나온 식사 덕분에 맛있는 음식을 천천히 대화하며 잘 즐기고 나왔다.


불편함이 희소성이 되는 식당의 비밀

잘되는 집들은 늘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다.

정해진 식사시간, 약간은 불편한 작은 테이블들, 특별할 것 없는 공간의 이미지, 왜 이 집을 사람들이 찾아올 까?

음식의 맛, 많은 인원이 식사할 수 없는 2인 테이블, 왠지 그곳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진다.

고객을 고려하자면 가게의 테이블 크기를 늘리고 편안함을 강조하고 긴 시간 여유로운 식사를 즐기게 했어야 하는 게 맞지만, 양지미 식당의 컨셉은 달랐다.

그곳의 특별한 맛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을 고려한 식탁, 좁은 식탁에서 옹기종기 음식을 즐기며 소소한 대화할 수 있는 곳, 연인이나 친구끼리 이 식당을 찾아오길 바라며 그들의 컨셉에 맞는 음식과 공간과 시간을 계산했으리라 짐작해 본다.

떠들고 시끌벅적한 식사가 아니라 음식의 맛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작은 단위의 고객 수만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곳, 한 시간 식사시간 예약제는 약간은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생각보다 한 시간은 식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음식이 나오는 시간과 즐기는 시간을 고려해 세팅된 시간이어서 가능한 것이다.

양지미 식당, 평일 한낮 즐거운 맛과 대화가 필요할 때 또 다른 시간을 즐기러 찾아와야겠다.

자 이제 나와 밤리단길을 살짝 걸어본다.


맛있는 것을 함께 먹는 즐거움

오늘도 맛있는 음식과 시간을 즐긴다.

가을 가을 한 낮 식사 후 길을 걸으며 밤리단길을 천천히 걸어본다.

특색 있는 가게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로수길에서나 느껴지는 세련된 느낌의 가게들, 인테리어들과 특색 있는 이름의 카페와 식당들이 여러 군데 보인다. 맛있는 디저트가 있던 금손 과자점, 그리고 줄 서 기다리는 경쾌한 음악이 들려오는 곳, 밤가시 버거집이다.

다음엔 또 다른 밤리단길의 맛집을 찾아와야겠다.

이런 맛과 경험을 주는 브랜드들을 만나며 또 즐거운 발견을 하고 간다.

무엇보다 함께 즐길 수 있는 한 사람이 있어 고마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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