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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희 Feb 06. 2021

아빠의 시간

삶의 소중한 것들을 기억하며

'까톡~까톡~'

주말 아침을 깨우는 메시지 소리, 무심히 본 메시지에 눈물이 핑 돕니다.

외갓집 친지들이 만든 단체방에 올라온 한 편의 영상.

언제인지도, 누구의 회갑연인지 모르겠습니다.

옛 추억이라며 올린 한 편의 동영상에서 그리운 얼굴을 봅니다. 

'그때가 언제였을까?' 

외갓집 친지 회갑연에서 노래하는 앳된 엄마 옆으로 즐겁게 손뼉을 치시는 아빠의 모습이 스쳐갑니다.

아빠는 엄마의 노래에 눈 맞추며 흥겹게 박자를 맞추십니다. 


작은 키에 다부진 몸, 늘 부지런히 읽고 운동하고 일하시던 아빠는 친구도 많고, 외향적인 분이셨지요.

술은 잘 못 드시지만 사람들과 잘 어울리시고 한잔 드시는 날엔 기분 좋은 빨간 얼굴로 아이스크림을 한 손엔 아이스크림 봉지를 들고 늦은 귀가를 하셨지요.

"우리 든든한 큰 딸. 옛다~ 용돈 좀 줄게." 

그런 날이면 늘 아빠의 지갑에서 용돈이 쏟아지는 날이었어요. 

기분 좋은 아빠 얼굴도 아이스크림도 용돈도 참 좋았던 날의 기억입니다.


올해로 아빠가 돌아가신 지 17주기가 됩니다.

갑작스럽게 맞이한  이별에 몇 년을 실감하지 못하고 이십 대 말 삼십 대 초를 보냈던 것 같아요.

아빠의 부재는 우리에게 마음과 현실에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언제나 든든하고 한결같은 나의 지지자를 잃은 마음이란 세상의 반이 사라진 기분입니다.

왜 그런  마음은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걸까요.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일이 생기면 늘  의논할 수 있었던 나의 멘토였고, 친구같이 조언을 해주시던 아빠. 

늘 아빠의 생각보다 나의 결정을 잘 만들어갈 수 있도록  지지해 주셨지요.


갑자기 예고 없는 이별을 하던 날 아빠의 머리맡에서 약속했었지요. 

'걱정 마세요. 행복하게 잘 살게요.'라고 내가 했던 말과 함께 굳게 닫힌 아빠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그 말, 잘 지키고 살고 있어요.


언제나  나의 든든한 산, 늘 나를 지켜주셨던 아빠

오래오래 그립고 늘 보고 싶을 얼굴

아빠의 유품을 담은 박스를 열어 아빠의 멈춘 시계를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9시 36분'

 아빠의 시간은 그곳에  멈춰 있네요. 

긴 시간 돌아 저도 젊은 아빠의 시간에 또 더 많은 시간에  다다르겠지요. 

매 시간마다 늘 아빠의 든든한 딸로 행복하게 잘 살아갈게요. 


핸드폰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 그리운  모습을 다시 봅니다.

잠시나마 아빠의 얼굴을 마주하고  행복했습니다.

그곳의 아빠의 시간은  행복하게 흐르네요. 

아빠의 시간처럼 저도 행복하게 흐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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