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가 나에게 '프로덕트 오너와 프로덕트 매니저의 차이가 무엇인가요?'라고 물으면 부끄럽지만 제대로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확실히 공부해놓자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총 다섯 가지 직무를 살펴볼 것이다.
프로덕트 매니저(PM)
프로덕트 오너(PO)
프로젝트 매니저(PM)
프로덕트 마케팅 매니저(PMM)
프로그램 매니저(PM)
영어 약자만 봐도 왜 헷갈리는지 감이 올 것이다. 각자 어떤 일을 하는지, 전체 팀에는 어떤 식으로 기여를 하는지 함께 알아보자(업계와 회사마다 상세 내용이 다를 수 있는 점 참고).
축구팀 감독 포지션의 직무다. 회사의 비전과 전략에 기여하기 위해 어떤 제품을 왜 개발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역할이다. 시장에 어떤 기회가 있고 우리 회사는 어느 정도의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를 파악해, '이걸 만듭시다!'라며 제품 방향성을 주도해야 한다. 물론 방향성뿐만 아니라 개발 로드맵까지 관리하게 된다.
IT 스타트업 초기에는 창업 멤버들이 프로덕트 매니저 역할을 맡거나, (별도의 전략 없이) 일단 흥미로운 제품을 만들어 이리저리 테스트해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조직이 커지고 제품 종류가 많아지게 되면 제품의 가능성을 제대로 관리해줄 프로덕트 매니저가 필요해진다.
프로덕트 매니저가 감독이라면, 프로덕트 오너는 코치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전략이 있으면 그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액션이 필요하다. 프로덕트 오너는 제품의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어떤 순서로 개발해야 하는지 구체화시키는 역할을 맡는다. 무엇을 어떤 순서로 개발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으면 개발팀은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개발해야 할 내용은 백로그(backlog)에 쌓아두는데, 그 백로그에 쌓인 내용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내용이 부족하면 채워 넣고, 필요 없는 내용은 지우는 식으로 '개발팀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헷갈리지 않는' 환경을 만든다. 개발 속도가 처지지 않도록 계속해서 새로운 태스크를 만들어내야 한다.
작은 조직이라면 프로덕트 매니저가 프로덕트 오너의 역할까지 맡곤 하지만, 조직이 커질수록 매니저와 오너로 분업하면 더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할 수 있다.
축구팀의 팀 매니저 역할에 해당하는 직무다. 제품 개발에 매진하느라 바쁜 프로덕트 매니저와 오너를 위해 프로젝트의 일정, 예산 관리, 행정, 외부 커뮤니케이션 등을 책임진다. 제품 개발은 만드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하나의 프로젝트로써 굴러가기 때문에, 제품이 제 때 완성되고 제 때 고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그리고 관련 담당자들이 정보를 제 때 받아볼 수 있도록 관리하는 일을 한다.
프로젝트를 제시간에, 예산에 맞춰 완수했는가, 본래 목적을 달성했는가, 외부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매끄럽게 이루어졌는가를 위주로 프로젝트 성과를 측정한다.
제품이 아무리 잘나도 홍보가 엉망이면 고객들을 설득하기 어려워진다. 프로덕트 마케팅 매니저는 제품 홍보를 책임지는 사람이다. 새로운 제품이 나오거나 업데이트가 있을 때마다, '뭐가 좋은지' ‘그게 고객들과 무슨 상관인지’를 알기 쉽게 포장하는 일을 맡는다. 모두가 쉴 틈 없이 바쁜 세상, 이해하기 어려우면 관심을 받기 어렵다.
제품 홍보라고 해서 보도자료나 마케팅 자료를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소셜 미디어 포스팅, 고객사 트레이닝 프로그램, 내부 문서를 만드는 것까지 제품을 알리는 것과 관련된 업무라면 대부분 관여한다.
'프로그램 매니저'라는 이름만 들어서는 생소하게 들릴 수 있다. 간단히 말해 전체를 조율하는 포지션이다.
프로젝트 종류가 많아지고 조직도 커지면 팀원들 간의 협업이 힘들어진다. 예를 들어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다고 했을 때, 제품 개발에 집중하는 것은 프로덕트 매니저와 오너, 출시 프로젝트에 힘을 쏟는 것은 프로젝트 매니저다. 이때 프로그램 매니저는 제품 출시와 연결되어 있는 다른 프로젝트들, 성과 측정, 직원 트레이닝, 마케팅 등이 전체적으로 잘 조율되어 있는지를 체크한다.
각 프로젝트에 대한 자세한 이해보다는, 여러 프로젝트와 팀들이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중간에서 조율하는(가끔 훈수도 두는) 역할이다.
이상 프로덕트 관련 다섯 개 포지션에 대해 알아보았다. 사실 실제 업무는 이렇게 깔끔하게 나뉘지 않는다. 프로덕트 매니저가 프로덕트 오너와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까지 하는 경우도 많고, 창업자가 다섯 개 포지션의 업무를 전부 책임질 때도 있다. 회사에는 늘 사람과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한 명이 여러 직무에 해당하는 일을 하는 것은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럼 한두 명이 다 해버리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직이 커지고 프로덕트 종류가 많아지면 세분화해서 분업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다만 분업을 하면서도 '저 사람의 직무에는 어떤 의미가 있지?'라는 생각을 하며 다른 사람의 업무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더욱 의미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본 내용은 요즘IT와 함께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