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에서 '만 40세 이상 희망퇴직자 받는다'라는 헤드라인을 봤다. 아마 금융권 회사들의 이야기였던 것 같다. 이제 저 나이 되면 나가야 되는 사회인가 싶었다.
하지만 이는 진실이 아니다.
이제는 '나이가 뭔 상관'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회지만, 여전히 나이의 흐름과 함께 가는 것이 많다. 경력이 쌓이면서 당연하게 관리자로 승진하고, 당연하게 연봉이 오르고, 당연하게 해고 대상자에 오르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어째서인지 자연스럽고 익숙하다. 능력대로 올라가는 시스템 안에서도 나이의 존재감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이 당연함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결국 잘리느냐 마느냐, 연봉이 오르냐 깎이냐의 문제는 '나의 일은 쓸모가 있는가?'로 압축된다. 나이와 상관없는 질문이지만, 전혀 상관없지도 않다. 그래도 세월을 살면서 얻은 경험과 노하우가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이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니다.
쓸모가 있다면 그 쓸모를 계속해서 펼칠 것이다. 반대의 경우라면 작별인사를 하게 될 것이고. 잔인할 정도로 단순하지만 그냥 그런 거다. 만약 팀장으로 일하다가 다시 팀원이 되어야 한다면, 그것이 그 상황에서 더 쓸모 있는 일이라면, 응당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본다. 뭔가 이상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치에 맞다면 문제 될 것은 없다.
수년 전이긴 하지만 'Head of ~' 직함을 달고 일한 적이 있었다. 팀원들과 1년 간 열심히 일하다 보니, 문득 내가 굳이 없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떠날 마음은 없었지만, 굳이 내가 아니어도 되는 자리에 계속 앉아있기는 싫었다. 대표와 이야기해 프로덕트 팀의 주니어 포지션으로 이동했다. 새로운 업무를 해내는 즐거움을 듬뿍 누릴 수 있었고, 연봉 또한 이전보다 올랐다.
내가 하는 일에 실체가 있는지를 점검해야 한다. 그에 맞춰 적응하고 행동해야 한다. 솔직히 피곤한 일이지만 필요한 일이기도 하다.
물론 한 방에 떼 돈을 벌어 평생 놀고먹고 싶다는 우스갯소리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비록 더 이상의 쓸모는 사라졌지만, 굳이 잘릴 이유도 없어 월급을 꼬박꼬박 챙겨가는 것이 소위 '개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쓸모없음에 무뎌져가는 것이기도 하다.
나이 드는 것에 불편함을 느낄 필요 없다고 본다. 젊다고 반드시 능력 있고 창의적이진 않다. 반대로 나이 들었다고 반드시 옛 것을 고집하고, 속도가 떨어지지도 않는다. 각자의 신체와 환경, 걸어온 길이 다를 뿐이다. 어떻게 하면 더 다양하게 기여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행동하면 된다.
나이가 들어 체력이 떨어졌다면, 체력을 기르는 행동을 행동을 하면 된다.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지 못하겠으면,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행동을 하면 된다. '오래 했다 = 잘한다'가 항상 성립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변화의 속도가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빨라졌기에, 언제든지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 그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나 모르겠다.
하던 일을 하던 대로 오래 끌고 가면 안 된다. 그것은 기계적인 일이고 나는 기계를 이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