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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Apr 09. 2023

아날로그가 더 효율적일 때는 어쩌나?

일본 음식점과 카페에는 키오스크가 없다.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 점에는 조금씩 있는 것 같지만, 대부분은 점원이 직접 응대를 해주거나 식권 자판기가 있다.


나는 우리나라 음식점의 키오스크 시스템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키오스크 자체에 악감정은 없다. 다만 '모든 곳'에서 '다 같은 방식'의 키오스크를 쓰는 것은 문제인 것 같다.


일본 라멘집에서는 식권 자판기를 많이 쓴다. 돈을 집어넣고 원하는 메뉴 버튼을 누르면 식권이 나오는 식이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일반 자판기와 동일한 작동방식이다. 자판기를 쓴 지가 오래되어 까먹고 있었는데, 써보니 키오스크보다 유저 경험이 10배는 더 직관적이었다.


자판기는 키오스크처럼 화면 UI를 이해할 필요가 없다. 버튼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다. '돈 넣고, 버튼 누르면, 물건이 나온다'라는 심플한 프로세스다. 터치스크린의 느린 반응 속도가 안겨주는 미묘한 불편함도 없다.


키오스크를 통하면 주문 정보가 주방까지 자동으로 들어가는 장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자동으로 넣어주는 것이 그렇게까지 메리트인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고객에게(특히 중장년층에게) 불편함과 어려움을 주고, 주문 속도까지 늦추면서까지 얻는 메리트가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키오스크에는 OS가 탑재되어 있으므로 주문 데이터가 알아서 쌓인다. 이것은 좋다. 어떤 시간대에 어느 메뉴가 많이 팔리고, 사이드 주문은 얼마나 이루어지는 지에 대한 데이터가 보기 좋게 정리되는 것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런 데이터가 쌓이든 말든 고객 입장에서는 빨리 먹고 싶을 뿐이다. 또, 일본의 식권 자판기도 점점 진화하고 있어, 자판기에 쌓인 주문 데이터를 웹으로 확인할 수 있는 모델도 이미 있다.


키오스크는 식권 자판기보다 비싼 기술이 들어가 있지만, 과연 그것이 문제 해결에 최선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모든 곳이 키오스크라 체감하지 못했을 뿐, 아날로그 스타일의 식권 자판기가 훨씬 더 효율적이고 직관적이었다. 카드결제까지 지원하면 우리나라에서도 환영받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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