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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Jul 23. 2023

대한민국이 꿀팁에 집착하는 이유

유튜브 프리미엄의 월 구독료는 10,450원. 하지만 터키나 아르헨티나 VPN을 활용, 단돈 1,000원 정도에 구독하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 방법을 어디서 알았냐고 물었더니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짤을 보다 보면 쉽게 접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유독 (돈을 아끼기 위한) 꿀팁에 열광하는 사회라고 느낀다. 독일에 살았을 때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꿀팁(Lifehack)은 주제에 거의 오를 일이 없었다. 누군가가 꿀팁을 열심히 공유해 줘도 "굳이?" 같은 반응이 많았다. 그냥 제값 주고 쓰는 게 덜 귀찮고 심플하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일본에 사는 친구와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일본에도 꿀팁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은 시스템을 우회하는 방식 하고는 결이 조금 달랐다. 정석의 범주를 벗어난 꿀팁인 경우 '그러다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나'라는 불안감이 피어난다는 것이다. 불안할 바에야 제값 주고 안심하는 편이 낫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왜 시스템을 우회하면서까지 꿀팁을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것인가.


대한민국의 GDP는 전 세계 13위(1조 6,650억 달러, IMF 2023년 4월 발표)로, 경제 수준이 낮아서라고는 보기 힘들다. "돈 없으니 어떻게든 아껴야지"라고 하는 사람도 있지만, VPN으로 우회해 아끼는 유튜브 프리미엄 금액은 기껏 해봐야 월 1만 원 남짓이다. 큰 금액이라면 큰 금액이다. 하지만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매일 사 먹는 것이 흔한 사회에서 1만 원이 절대적으로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닐 것이다.


위에서 소개한 '터키나 아르헨티나 VPN으로 유튜브 프리미엄을 단돈 1,000원에 구독하는 사람들'과의 이야기에서 그 핵심을 잡아낼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제값 주고 샀을 때 바보 취급받는 경험이 누적되어서인 것으로 추정한다.


가장 쉬운 예로 (지금은 좀 덜한 것 같지만) 삼성이나 LG 가전은 국내보다 미국 아마존에서 직구하는 것이 더 저렴하다. 즉, 우리나라 기업의 제품을 우리나라에서 제값 주고 사면 호구가 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유독 우리나라에 진출하면서 비싸진 (그렇다고 품질이 더 나아진 것도 아닌) 브랜드도 많다.


이런 사례들이 수년 동안 반복되니, 사람들은 눈탱이 맞는 것에 지쳐버렸고, 그에 대한 반발로 '어떻게든 이득을 미리 땡겨놓는'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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