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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Sep 10. 2023

내가 채용한 사람들의 승진

한 때 몸담았던 스타트업의 사업이 한창 성장할 시기, 그에 맞춰 채용도 폭풍처럼 이루어졌다. 나 또한 다양한 사람들을 뽑았다. 거의 매주 새로운 얼굴이 보였다.


현재 나는 이직을 하여 새로운 일을 하고 있으므로, 예전 스타트업과는 전혀 관계없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전 회사에 대한 애정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의 근황 업데이트를 살펴보곤 한다.


살펴보면서 '내가 직접 채용한 사람이 오랫동안 회사를 다니고 있고, 승진하면서 역량을 넓혀가는 순간'이 눈에 들어오면 눈물 날 정도로 기쁘다.


A는 회사 규모가 10명 정도였을 때 채용했던 사람이다. 한창 중국 사업을 키울 때여서 중국인이 필요했고, A는 중국인이자 능력도 있고 회사 문화와도 맞아 그야말로 안성맞춤이었다. 적극적인 성격을 내세워 동료들을 잘 이끌어주었고, 시간이 지나 팀장을 거쳐 중국 지사장까지 올라갔다.


B는 A를 채용한 이후에 데려온 직원이다. A와는 다르게 B는 영어도 미숙하고 커뮤니케이션에 수동적이었다. 그러나 끈질기게 노력한다는 장점이 분명했다. 7월에 있었던 상해 차이나조이에서 B와 만날 일이 있었는데, 최근에 중국 오피스의 팀장이 되어서인지 몰라보게 적극적이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A와 B는 중국 오피스를 위해 채용한 사람들이었지만, C의 경우는 베를린에서 나와 나란히 일하기 위해 채용했다. C는 친절하고 밝은 성격의 폴란드인으로, 매사에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업무 디테일에서는 내가 챙겨줘야 할 때가 많았다. 복잡한 내용을 빠르게 이해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없는) 무서운 친화력 덕분에 파트너사들과의 관계를 구축하는데 강점을 보였다. C는 몇 달 전 베를린 본사의 팀장으로 승진했다.


마지막으로 D는 내가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할 때 채용한 주니어 프로덕트 매니저다. 스스로 학습하는 법을 알고, 필요한 말을 똑 부러지게(하지만 기분 나쁘지 않게) 할 줄 아는 크로아티아인이다. 그는 바로 저번 주에 프로덕트 팀의 팀장으로 승진하였다.


...


회사와 잘 안 맞았던 사람들도 있었다. 채용은 랜덤 뽑기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선택한 사람이 '이 회사 정말 좋다!'라고 느끼며 멋지게 성장할 확률은... 분명 0%가 아니지만 100%도 아니다. 100%가 아니기에 성공적인 케이스가 만들어졌을 때 더 열광하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A는 얼마 전 회사를 나와 주부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B를 포함한 다른 동료들과 교류한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눈물이 난다. 비록 일을 하기 위해 만난 동료이지만, 그 관계가 하나의 인간관계로 발전한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관계는 내가 채용을 결정했기에 시작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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