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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단 1주년 후기

by 맨오브피스

작년 이맘때부터 식단과 PT를 시작했다. 점점 불어나는 뱃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고, 일할 때의 집중력 저하가 체감됐기 때문이다. 젊음과 노력으로 버틸 수 있는 나이는 지났기에, 기력을 유지하려면 몸을 갈아엎을 필요가 있었다.


PT도 물론 도움이 됐지만 식단에서 느낀 변화가 더 크기에 식단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자랑도 할 겸, 정보도 나눌 겸.


1. 식단 기간

2022년 10월 5일부터 시작해 계속 진행 중이다.


2. 식단 내용

- 하루에 아침, 점심, 저녁 이렇게 3끼를 먹는다.

- 그중 2끼는 샐러드 야채, 방울토마토, 아몬드, 닭가슴살, 고구마를 먹는다. 샐러드에는 드레싱을 넣지 않는다. 0칼로리 드레싱을 몇 개 먹어보았지만 맛이 애매했다. 더 맛있는 걸 찾아다니는 것도 번거로워서 그냥 넣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 나머지 1끼는 밥과 반찬을 먹는다. 돈가스나 제육볶음 등 무거운 것을 먹을 때도 있지만 대체로는 집밥.

- 적당히 배부르게 먹는다. 굶지 않되 과식도 하지 않는다.

- 먹는 간식, 마시는 간식 모두 손대지 않는다. 카페에 가면 아메리카노, 콜드브루, 민트차 등 당이 들어가지 않는 것만 주문한다. 제로콜라는 가끔 마신다.


3. 식단의 효과

- 매끼 메뉴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어서 편하다.

- 식비를 줄일 수 있다. (한 끼 4,000~5,000 원 정도)

- (1주 후) 식곤증이 사라졌다. 숙면을 취하는 날이 늘어났다.

- (1개월 후) 몸에 피가 잘 돌게 되면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 (1~2개월 후) 배에 가스 차는 일이 사라지면서 항상 속이 편해졌다. 변비도 사라졌다. 거기에 남들이 알아볼 정도로 피부가 매끈해졌다. 옛날에 생긴 여드름 흉터야 남아있지만, 새로운 여드름/뾰루지가 더 이상 나지 않는다. 개기름도 별로 안 나온다.

- (2~3개월 후) 살집이 덜 잡히기 시작했다. 얼굴, 팔, 가슴, 허벅지, 종아리 순으로 얇아졌으며, 배는 가장 마지막에 들어갔다.

- (6개월 후) 누웠을 때 갈비뼈가 선명하게 만져지는 것에 충격받았다.

- (1년) 식단을 시작했을 때의 체지방률이 31.5%, 지금은 18.7%까지 내려갔다.


4. 식단의 부작용

- 세상에 맘껏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좌절하게 된다.

- 맛집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줄어든다. 혀가 민감해져서 김밥만으로도 행복하다.

- 옷을 새로 사야 한다.

- 식단 한다고 유난 떠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주의해야 한다.


5. 식단을 지키는 방법

- 첫 3~4주는 억지로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 이후에는 맛있는 음식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지면서 적응이 된다.

- 룰이 복잡하면 지키기 힘들다. 간헐적 단식이니 키토 다이어트이니 나에게는 복잡하고 귀찮았다. 나는 '하루에 샐러드식 2끼, 일반식 1끼. 간식 금지'라는 한 줄을 지키는 것에만 집중했다.

- 실패한 날이 생겨도 괜찮다. 하지만 2일 연속으로 실패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실패했다면 반성하고 그다음 날 새로운 마음으로 잘 지키면 된다.

- 기록하지 않으면 관리가 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입에 넣을 때마다 사진을 찍은 뒤, 자기 전에 리뷰하는 방식을 추천한다.


6. 도움 되는 마인드셋

- 애초에 식단을 지키려는 이유에 확신이 있어야 한다.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는 삶을 추구한다면 식단을 지키는 의미를 찾기 힘들다. 나에게 강요하는 것은 오직 나 자신이어야만 한다.

- 내가 정말로 맛을 즐기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중독된 것인지 검증해 본다.

- '맛'이라는 쾌락 하나를 위해 숙면, NO변비, NO가스, NO뱃살, 매끈한 피부결, 집중력을 희생하는 것이 맞는지 고민해 본다.

- '돈을 내는 것만으로 치킨과 피자를 먹을 수 있는 시스템은 좀 이상한 것 아닌가?'라고 의심을 품어본다.

- 건강한 음식이 왜 몸에 좋은지 공부한다. 바닐라 라테가 왜 몸에 안 좋은지에 대해 조사하고 정리한다.

- 대부분의 병은 식습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에 대해 공부한다.

- 다중인격자가 된다. '나는 식단을 지킨다'가 아니라 '식단을 지키는 나'다.


7. 예외 상황 대처법

- 100% 완벽하게 지킨다는 생각은 버린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저녁식사나 동료들과의 회식 자리에서 샐러드만 먹을 수는 없다. 대신 70% 정도의 비율은 반드시 지켜낸다.

- 간식도 마찬가지. 기본적으로는 먹지 않지만 먹을 때도 있다. '대체로 먹지 않는다'를 지켜내면 OK.

- 술자리에 참석했다면 술을 마신다. 하지만 밑도 끝도 없이 들이붓지 않는다. 폭주하지 않는다.

- 치팅데이를 따로 만들지 않는다. 사람들과 만날 때 치팅하는 것으로 납득하기.

- 갑자기 자극적인 음식이 확 당길 때가 있는데, 그것은 충동일 뿐이다. '식단을 지키는 나'는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


8. 결론

- 맛있는 걸 많이 먹고 후회하는, 그 지긋지긋한 악순환을 드디어 깨트린 것 같다.

- 순두부찌개, 김밥, 제육볶음은 과거엔 그저 식사에 불과했다. 이제는 먹을 때마다 그 자극에 감사하다.

- 단순히 살이 빠진 신체적 변화보다 정신적 변화가 더욱 크다고 느낀다.

- 식단 덕분에 나 스스로를 지배하고 있다는 감각에 민감해졌다. 충동에 휘둘리는 횟수가 줄었다.

- 몸을 움직이는 것이 별로 귀찮지 않게 되었다. 잡생각이 줄었고 행동하는 횟수가 늘었다.

- '우리는 호르몬의 노예'라는 말이 있는데, 먹는 것은 호르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나의 이성으로 호르몬을 이길 수 없지만 먹는 것을 통해 방향성을 정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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