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신경 쓰이는 점이 있다면, "OKR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 필요 이상으로 자세하다는 점이다. "OKR은 Objectives and Key Results의 줄임말로, 1970년대에 어쩌고 저쩌고... 앤디 그로브와 존도어가... 어쩌고저쩌고... 성과를 이끌어내는 목표 설정 프레임워크입니다." 같은 설명을 들으면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OKR은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이 딱 2가지 질문으로 요약된다.
1. 뭘 원하는가?
2. 그래서 뭘 어쩔 건가?
예를 들어보자.
목표를 향해 달려가기 힘들 때가 있다. 왜 힘든지를 생각해 보면, 지금 당장 뭘 해야 할지 몰라서일 수 있다. 무엇을 얼마나 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생각만 하다가 의욕이 휘발되는 경험을 참 많이 했다. 반대로 무엇을 얼마나 해야 할지, 즉 '그래서 뭘 어쩔 건가?'가 명확하면 생각할 필요도 없이 실행만 하면 된다.
'그래서 뭘 어쩔 건가?' 부분에는 수치가 들어가야 한다. '책을 많이 읽는다'는 측정할 수 없으나, '한 달에 책 2권을 읽는다'는 측정할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배운다'는 측정할 수 없으나, '모르는 분야의 전문가를 3명 만난다'는 측정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활동 기록이 어떤 형태로든 남아있을 것이다. 그 기록으로 측정하면 된다.
그런데 한 달에 2권, 즉 분기에 6권을 읽기로 했는데 5권을 읽었다면 어떻게 되나? 그것도 괜찮다. 목표한 숫자를 반드시 맞출 필요는 없다. 5권 읽었으면 6권 읽는다는 목표를 83% 달성했다는 뜻이고, 83% 정도면 '책을 많이 읽었다'라고 결론 내려도 무방하다 생각한다.
OKR은 보통 3~5개 설정하는 것을 추천한다. 예를 들어 '새로운 걸 배우고 싶다', '돈을 많이 모은다', '건강하게 생활한다' 정도만 해도 벌써 3개다. 1개는 너무 적고, 5개를 넘어가면 너무 많다. 물론 해낼 수 있다면 많아도 상관없지만... 단순히 개수를 늘리기보다는 더 도전적인 것으로 설정하는 것이 도움 된다. 각자의 생활 패턴이나 가치관에 맞춰 설계하면 된다.
OKR의 점검 주기는 한 달 또는 분기 단위가 적당한 것 같다. 일주일마다 확인하다 보면 조급해지고, 1년 단위면 잘못된 목표나 실행을 알아채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다.
우리는 이미 어릴 때부터 비슷한 프레임워크를 실천해 왔다. 크리스마스에 원하는 장난감을 받기 위해 (어린이의 몸이라 실질적인 도움은 안 되지만) 거실 청소를 돕고 부지런히 방을 정리했던 것도 OKR 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심지어 게임 속 퀘스트도 OKR과 닮아있다. 플레이어는 '악마를 무찌르는 것'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레벨을 99까지 올린다' '최고등급의 검을 얻는다' '마법사와 사제 동료를 1명씩 구한다'를 실천한다.
설정이 끝났으면 남은 건 실천뿐이다. 실천하고, 측정하고, 방향성 점검하고, 다시 실천하고, 또 측정하고... OKR은 실천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실천이 없으면 아무 의미 없다.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나는 실천하는 사람이네?'라며 스스로 감탄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