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0년 이상 IT 업계의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운이 좋게도 일이 즐겁다. 내 일이 좋다고 별 망설임 없이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IT 일이니까' 'PM이라서' '사업개발 직무라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 와서 확신이 든다는 게 늦은 감이 있지만 아무튼 그렇다.
'좋아하는 일'이라는 표현은 좀 혼란스럽고, '내게 맞는 일'이라는 표현이 나에겐 더 와닿는다. 나는 내게 맞는 일을 할 때 몰입할 수 있고, 그 몰입할 수 있는 순간이 많을수록 일이 좋아진다. 그러면 내가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란 무엇일까 나만의 기준을 목록으로 만들어봤다.
1. 내가 영향을 미칠 수 있음 - 꼭 필요함
2. 내가 그것을 잘함 - 꼭 필요함
3. 그것이 잘 될 것이라 믿음 - 꼭 필요함
4. 그것에 실질적 또는 잠재적 보상이 있음 - 꼭 필요함
5. 내가 모든 부분을 속속들이 이해하고 있음 - 일하다 보면 생김
6. 내가 그것에 관심이 있음 - 일하다 보면 생김
7. 그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정의할 수 있음 - 일하다 보면 생김
8. 남들과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임 - 생겼으면 좋겠으나 확률이 높지 않음
9. 건강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 - 생겼으면 좋겠으나 확률이 높지 않음
10. 내 가치관을 지지하는 주제임 - 생겼으면 좋겠으나 확률이 높지 않음
1~10번을 모두 충족하는 일을 하면 좋겠지만, 기회란 일을 하면서 잡아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내가 일을 택할 때 일단 1~4번을 충족한다면 시도해 볼 만한 것 같다. 일을 하면서 5~8번을 채워나가고, 나아가 8~10번까지 얻기를 바라는 것이 나에게 맞는 전략이라 느낀다.
대신 일을 한 가지만 하라는 법은 없다. 일이라고 표현하니 꼭 돈을 버는 활동에 한정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이렇게 브런치 글을 쓰는 것도 (돈은 안 되지만) 일할 때만큼이나 몰입해서 하니까. 여러 가지 일을 하며 1~10번을 조각조각 모아 완성할 수도 있는 것이다.
미디어에서 하도 '좋아하는 일'에 대해 강조하길래 휘둘리곤 했지만, 나만의 기준을 세우니 마음이 안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