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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오브피스 Aug 23. 2020

도대체 얼마나 빨라져야 만족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 정도 빨라졌으면 OK!"라며 만족할 일은 영원히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자본의 꿈 기계의 꿈>이라는 책을 읽었다. 마르크스의 <자본>을 요즘의 눈으로 쉽게 풀어보는 책이다. 내가 평소에 접하지 않는 주제의 내용이라 힘들었지만 열심히 읽었다.


기억나는 내용이 있다면 바로 노동자의 부품화였다. 옛날에는 생산의 주체가 노동자였다. 도구는 보조역할에 불과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도구는 기계로 진화했고, 기계가 여러 대 모여 공장을 이루었다. 공장에서는 생산의 주체가 뒤바뀐다. 기계는 노동자의 생물학적 한계는 신경 쓰지 않고 자기만의 속도대로 움직인다. 노동자는 기계가 미처 손대지 못하는 부분을 담당한다. 기계의 속도에 맞춰 열심히 몸을 움직인다. 예를 들어 물류센터의 상하차 작업이 그렇다. 물류센터의 전체적인 흐름은 기계가 주도하고 노동자는 틈새에서 윤활유 역할을 맡는다. 세밀한 분업이 효율적인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생산이 빨라졌으니 일을 덜해도 되는가 싶었지만 아니다. 자본의 목적은 오직 이익을 늘리는 것이다. 끝없이 늘리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노동자도 부지런히 몸을 혹사시켜야 한다.


나는 IT의 세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최첨단 전자기기와 소프웨어의 등장으로 우리의 삶은 놀랄 만큼 편리해지고 효율화됐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일은 없다. 더 편리해지고, 더 효율적으로 더 빨라져야 한다. 더 빨라진 후에는? 그보다 빨라져야 한다. 그보다 빨라진 후에는 그보다 더욱더 빨라져야 한다. 나는 어릴 때 이메일을 처음 접했을 때 충격을 받았다. 이메일만 있으면 서로가 정보를 전달하는 데 사용하는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줄 알았다. 물론 전달하는 방법은 편리해졌다. 대신 정보의 양 자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빨라진 만큼 더 많이 채워 넣고 있다. 사람들은 노트북과 스마트폰을 붙잡고 더 많이 읽고 더 많이 쓴다. 나도 그렇다.


써놓고 보니 일하기 싫어서 징징거리는 것 같이 들리지만 나는 지금 일을 좋아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 덕분에 즐겁고, 업무 내용도 내가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성취감도 크다. 다만 끝없이 '더 빨리!'를 외치는 것에 대한 혐오감을 글로 적어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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