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한국으로 귀국한 뒤 나의 원격근무는 1년 넘게 쭉 이어져오고 있다. 오전에 잠깐 일한 뒤 오후에는 쉬고, 저녁부터 다시 일하는 하루를 반복하는 중이다.
회사 동료들과의 대화는 대부분 텍스트와 이미지로 이루어지며 필요한 경우 화상통화가 이루어진다. 모두 컴퓨터를 통하는 커뮤니케이션이라 효율적이고 정확하다. 다른 이에게 공유하기도 쉽다.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했다면 그 내용을 따로 정리했어야 할 텐데, 처음부터 가공하기 쉬운 형태로 대화하니 간단하다. 텍스트는 편집하면 되고, 화상통화는 녹화하면 된다. 첫 직장을 다닐 때부터 꿈꿔왔던 초고효율 환경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계속 원격으로 일하면 생산성도 계속해서 올라갈 줄 알았다.
하지만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바로 사람은 컴퓨터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에는 뉘앙스와 감정과 무작위성이 담겨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직접 말로 하는 것과 이메일로 전달하는 것에는 큰 차이고 있고, 어떤 내용을 언제 전파할지는 상황 따라 변화한다. 심지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스스로가 인지하지 못할 때도 있다. 커피를 내리면서 동료와 잡담을 하다가 우연히 아이디어가 발전할 수도 있다. 하고 싶은 말을 디지털 형태로 변환해 전달하다 보면 원래 의도했던 무게감과 느낌을 온전히 전달하기 힘들다. 잡담 속에서 피어나는 꽃을 구경할 기회도 적어진다.
글을 잘 쓰려면 많이 읽고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많이 의논하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사람과 사람 간의 대화 속에는 뽑아 먹을 것이 많다는 뜻이다. 또한 사람의 의사소통은 표정이나 손짓과 같은 비언어적 소통이 언어적 소통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렇게 상대방의 말을 (단순히 알아듣는 게 아닌) 이해하고, 생각지도 못한 내용으로 대화가 발전해나가는 순간은 직접 만나서 이야기하지 않는 이상 만들어내기 힘들다.
원격근무 100%인 환경이 효율적이긴 하다. 번거로움이 없어 너무 편하다. 하지만 그것이 최고의 생산성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 것 같다. 사람은 효율적이면서도 창조적이고 즐거워야 하니까. 그렇다고 매일 사무실로 출근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니, 적절히 섞는 것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보인다. 그 비율을 어떻게 섞을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확실한 건 사람의 몸은 컴퓨터처럼 나름의 시스템과 규칙이 있으면서도 정작 컴퓨터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