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콜리의 위로

눈, 가로등, 아르데코 철제

by 마누아 브르통

'눈이다.'

점심때부터 무언가 흩날리던 것은 눈이었다.

그러다 잠시 비가 되기도 했다가

이내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다.


마음이 마구 요동친다.

어디론가 눈 구경하러 얼른 달려가고 싶다.

창문을 열었더니 차가운 공기로 코가 바로 얼어붙는다.


'나가기 어렵겠네.'

차가운 날씨도 날씨이지만 정신도 든다.

끝내야 할 일을 두고 나갈 수도 없어 다시 자리에 앉는다.


하지만 내 머릿속은 이미 루아르 강변 어디쯤을 걷고 있다.


모든 것이 멈춘듯한 공간에

눈만 조용히 하늘하늘 떨어지는 그 순간을

내 마음은 자꾸만 찾고 있었다.


햇빛 한 줄기 없는 공간 속

숨을 잠시 멈추어도 좋을 차가움이

그대로 떨어져 내려오던 순간

오로지 탁하고 연한 회색만이 줄 수 있는 안락함


그 포근한 느낌을

바로 그때 아니면 느낄 수 없다는 생각에

자리를 박차고 찾아 나서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기회는 해가 질 무렵쯤 나에게 주어졌고,

하루가 끝날 무렵에야 주어진 기회에

아쉬운 마음 피어날 때쯤

목을 관통하는 듯한 차가운 공기는

나를 위로한다.

'내 속에서 오래 버틸 수 없을 거야. 지금 잘 나온 거야.'


거기서도 찾았다.

가로등 사이에 떨어지는 눈들이

조용히 속삭이는 시간

그 시간에 내가 잘 도착했다.


그리고 건물들 넘어 멀리 벌판,

건물 언덕들 사이로 마젠타 빛깔 노을이

나를 반겼다.

나도 인사했다.

나는 멈추었고 한참을 서있었다.

이 순간을 모두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아

다음 겨울까지 간직하고 싶었다.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없는 아쉬움쯤이야.

이미 느끼고 싶었던 모든 것 들은

이곳에서도 나와 함께 해주었다.


세게 또 약하게도 흩날리는 눈들은

가로등을 유난히 따스하게도 빛나 보이게도 했으며

그래서 가로등을, 오래 바라볼 수 있었다.

거기서 나는 평소와는 다른 눈빛을 선물 받았고

한참을 가로등과 눈 맞추며 인사했다.




흩날리는 눈들 사이로 보이는

몇몇 건물의 절제된 아르데코 철제 직선

흩날리던 눈처럼 흩어지던

내 마음의 질서를

다시 꼭 잡아주고

편안도 슬며시 채워준다.



[글쓴이의 말: 어제 눈이 정말 많이 내렸습니다. 오늘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구름 한 조각 없이 눈 쌓인 위로 해가 빵긋 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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