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 아저씨는 멋진 사람이었다. 내가 학교에 갈 시간이면 항상 완벽한 슈트 차림으로 집 대문 앞에 쭈그려서 담배를 피우곤 했다.
" 아저씨, 안녕하세요."
어릴 때부터 옆집이었기에 자연스레 그의 가족과도 인연이 있었고 그의 아들과는 벌써 몇 년째 같이 등하교를 하는 사이었다. 대부분 아저씨의 차에 편승하는 느낌이지만. 그는 담배를 재떨이에 짓눌러 끄고는 고개를 약간 45도 기울여 인사해주었다.
"오늘은 아들이 먼저 갔네."
그가 말했다. 어쩔 수 없이 걸어가려는데, 그가 나를 불렀다. 태워준다는 뜻이었다. 내가 조수석에 앉자 그가 조금 놀란 것 같았다. 그는, 냄새나겠네. 라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담배냄새가 향수 향에 섞여 내 코를 찔렀다. 사실 어릴 때부터 그 냄새를 좋아했다. 아버지가 안 계신 나에게 어딘가 아빠의 향과 같았다.
그는 곁눈질로 내가 안전벨트를 했는지 확인하곤 운전을 시작했다. 차로는 15분 정도가 걸리는 길이었다. 그는 늘 듣는스탠다드 재즈를 틀어놓고 건조한 눈으로 핸들을 연신 움직였다.
" 아들이랑은... 늘 친하게 지내주어 고맙단다."
흔히 재즈에서 일컫는 스윙 같은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내가 짧게 대답하자 그가 말을 이었다.
" 요즘 통 우리 집에 안 오던데, 둘이 무슨 일 있는 건 아니니?"
차가 아주 천천히 멈추었다. 신호를 기다리는 듯했다. 아주 조금 뜸을 들인 후, 내가 말했다.
" 만나보기로 했어요. 어릴 때부터 같이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 좋아하게 된 관계랄까."
말을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답답해왔다. 차마, 아저씨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지금 아저씨의 표정이 예상되지 않는 게 힘들었다. 살짝 곁눈질로 그를 보았다. 그는 운전해 집중한 듯 보이지만 입꼬리가 올라가 있었다. 마지막 우회전을 끝으로 항상 내리던 곳에 도착했다. 나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차에서 내리려 했다. 그때, 그가 차 안에서 말을 걸었다.
" 못난 아들인데 잘 부탁한다. 언젠간 너를 내 딸로 맞이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구나."
저도요.라는 말이 입에서 나오지 않아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차문을 닫았다. 아저씨는 손을 두어 번 흔들어주고 길을 떠났다. 잠깐이지만 차의 뒷모습을 보았다.
잘 가요, 나의 아저씨.
안녕하세요. 때로 우리는 좋아하면 안 되는 것들을 좋아하곤 합니다. 화자에게 어릴적 아저씨는 단순히 옆집 아저씨가 아니었겠지요. 아빠같다는 감정이 들 수도, 첫사랑이라는 감정이 들 수도 있지요. 커가면서, 그와 이루어 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곤, 현실을 택하게 됩니다.
휘몰아치는 성장기의 아픈 사랑이라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