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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시간

엄마의 갑상선 암

by 안온





'띠리 리리~띠리리리리~'


달리는 지하철. 가방 속에서 울리는 벨소리에 핸드폰을 얼른 꺼내 받았다.


"엄마, 나 지금 지하철. 급한 거 아니면 나중에 통화해."



요즘 들어 엄마가 부쩍 전화를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스무 살. 나는 나름의 꿈과 희망을 안고 서울로 왔다. 설레는 대학생활과 새로운 친구들. 밤늦게 놀 수 있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래, 나도 이제 어른이야.



"엄마, 나 남자 친구 생겼어. 대박이지? 나이는 동갑인데~나한테 엄청 잘해줘. 아 엄마 나 수업. 끈을게."


"엄마, 반찬 보냈어? 김치랑 반찬 몇 개만 보내줘."


"엄마, 나 용돈 좀 보내줄 수 있어? 다음 주부터 주말 알바 하긴 할 건데. 그래도 책사고 뭐 사고 살게 많네."




뭐가 그렇게 바빴을까. 뭐가 그렇게 들떴을까. 시시콜콜한 내 마음은 엄마에게 툭툭 던지듯 털어놓고는, 왜 엄마 마음은 들리지 않았을까.





엄마가 갑상선암에 걸렸다는 사실은 동생에게 전해 들었다.


"누나. 그거 아나? 엄마 내일 수술이다. 엄마가 누나 걱정한다고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도 알건 알아야지. 암 이래. 갑상선암"


'뭐라고? 엄마가 아프다고?'


분명 엄마는 아프다고 말한 적 없었는데. 아니야. 괜찮을 거야. 갑상선암은 흔한 병이라서 수술하면 바로 낫는데. 그래. 그럴 거야. 엄마는 괜찮을 거야.


동생의 전화를 받고, 곧바로 버스를 타고 진주경상대학교 병원으로 갔다. 서울에서 진주로 가는 3시간 30분 동안 나는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괜찮을 거라고. 별일 없을 거라고.


병실에 누운 엄마는 이미 수술을 마친 상태였는데, 몇 달 전에 봤던 얼굴보다 훨씬 야위어있었고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힘들어 보였다.


"승희야. 엄마가... 너랑 재표 두고 먼저 가는 줄 알고... 얼마나 혼자 울었는 줄 아니... 흑흑... 엄마가 얼마나 외롭고... 얼마나 슬펐게."


참 나쁜 딸. 참 무심한 딸. 엄마가 암과 싸우고 혼자 견뎌내는 동안 나는 무얼 했나. 나의 시간은 바쁘게 흘렀지만, 엄마의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엄마는 암 수술을 하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있다.


노래를 엄청 잘했던 우리 엄마. 내가 초등학교 때 친구 엄마들과 노래방을 가면 늘 인기쟁이였던 우리 엄마. 그런 엄마와 함께 중학생 때 학교 강당에서 윤도현의 [나는 나비]를 불렀던 적이 있다. 수술 이후로는 그때처럼 노래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엄마와 다시 한번 불러보고 싶다.


"날개를 활짝 펴고 세상을 자유롭게 날 거야. 노래하며 춤추는 나는 아름다운 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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