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
흔한 인문계고등학교에서 예체능을 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그게 미술이든, 음악이든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명문대를 보내기 어려운 분야이고 빛을 발하기 또한 어려운 일이기때문에 교사들이 애써 지원하는 것을 포기하기 일쑤기 때문이다.
물론 예체능 인재를 키우는 데에 대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일반 고등학교 교육 체계의 허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예체능을 준비한다고하면 어릴 때부터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고등학교 입학 자체가 사실상의 피말리는 경쟁 그 자체가 된다.
문제는 일반고등학교에 재학 중 꿈이 생긴 경우인데 내 마지막 짝꿍도 그랬다.
더군다나 이 친구의 꿈은 연기였다.
꿈은 더 오래되었겠지만 본격적으로 뜻을 바로 세운 것이 고2때였다.
다행히 고2 담임선생님은 야자를 빠지고 연기학원에 가도 좋다고 용인해주었다. 그 전까지는 예체능 계열 학원수강때문에 야자를 빠진다는게 어려운 일이었고 그에 발맞추어 미술, 음악, 무용 등 다양한 예체능 인재(?)들이 야자를 빠졌다.
나는 문학을 꿈꾸고 있었기에 야자를 빼고 강가에 앉아 시를 쓸 수는 없으니 야자를 빼진 않았지만 공모전이 있는 경우 야자시간에도 교무실 컴퓨터에 앉아 공모전에 낼 글을 쓸 특혜를 부여받았다.(그러고는 싸이월드를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 동기중에는 유독 다른 기수에 비해 예체능 인재가 많은 편인데 지금까지 그 꿈을 이어오고 있는 친구는 그렇게 많지 않다. 당장 나부터 직업으로서의 글과 글로 쓰는 삶을 포기한 지 벌써 십오년이 훌쩍 넘었다.
그런데 처음 꿈을 꾸었던 그 친구는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갔다.
연극을 시작했고 여러 뮤지컬에 앙상블로 무대에 올랐다.
모두가 안될거라고 젊은 날의 치기와 어리광이라고 생각해도 점점 빛나기 시작했다.
친구의 공연을 보러 간 시어터에서는 앙상블 사이에서 찾기 힘들었던 친구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오며 이름을 새겼다. 친구는 어느새 대형 프랜차이즈 뮤지컬의 조연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에 페이스캠이 뜨고 팬클럽과 애칭도 있다.
아마 내년이나 내후년쯤에는 메인 주인공의 자리도 노려봄직 할만큼 성장했다. 나름대로의 티켓파워가 생기고 개인이 브랜드화되었다.
친구를 볼 때마다 맹자가 대장부를 논하며 마지막에 했던 말이 떠오르곤 한다.
뜻을 얻으면 뭇 사람과 이를 같이 누리고
뜻을 얻지 못하면 홀로라도 그 도를 행한다.
이 사람이 대장부가 아니고 누구겠느냐.
지금 가는 길이 고되고 힘들면 어떠한가. 독야청청 가면 그 뿐이다.
다가오는 날엔 뮤지컬을 좀 더 자주, 많이 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