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
입버릇처럼 대표님들이나 HR 리더들을 만날 때마다 하는 말들이 있다.
1. 회사는 돈 버는 곳이다. 그리고 돈은 아주 더럽다. 그러려면 나는 더 더러워져야 한다. 제발 아름답게 사업할 생각은 동화책 속에 넣어두셔라.
2. 일하고 나서 웃어야지, 웃으면서 일하면 망한다. 물론 재밌게 일하면 좋다. 그러나 웃고 떠들며 자리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많을수록 그 회사는 망한다. 일 잘해서 돈 많이 벌면 웃지 말라 욕해도 비실비실 웃는다.
3. 회사 안의 회사, 조직 안의 조직이 눈에 보이는 데도 놔두면 그건 파벌을 만든 직원이 아닌 대표의 문제다. 조직의 문제가 보이는데도 이를 방치하면 건강한 생각을 지닌 직원이 가장 먼저 나간다.
4. 어차피 자리 차지하고 앉아있을 사람은 일 안하는 사람이다. 일잘하는 사람은 자기 그릇과 능력을 스스로 알게 되면 미련이 없어진다. 그런 직원은 연봉을 올려줘도 못 잡는다. 호미로 막을 수 있을 때 삽으로 막아라. 가래로 막는 것보단 삽으로 막는 게 싸게 먹힌다.
5. 신의와 의리로 직원을 잡아둘 수 없다. 그렇다고 돈으로만 잡아둘 수도 없다. 직원을 감동 시킬 신의와 월급을 꼬박꼬박 줄 수 있는 능력이 아니라면 굳이 사업하지 마셔라.
6. 전문 지식, 특히 엔지니어라면 자신의 벽부터 낮춰라. 어제까지 갑이었을지 몰라도 사업에서 과거 얘기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제 백 억을 벌었어도 지금 통장에 돈이 없다면 돈이 없는거다. 제발 옛날 머릿 속에 집어넣은 얘기로 세상을 덤으로 살 생각 마셔라.
7. 굽히지 않으면 부러진다. 직원은 부러져도 된다. 어차피 훌훌 털고 자기가 알아서 잘 붙히고 다닌다. 그러나 대표가 부러지면 직원들, 나아가 그들의 가족들의 허리까지 다 끊어놓는 일이다. 그동안 원하는대로 사업했다면 그걸 참아준 직원들을 생각해서라도 굽힐 땐 굽혀주셔라.
8. 얼굴이 뻔뻔할수록, 속이 검을수록 이긴다. 다만 그렇다고 남을 해할 생각으로 검은 속과 뻔뻔한 얼굴을 들이밀지 말자. 업보는 돌아온다.
9. 직원들은 누구보다 회사를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들이 먼저 대표에게 제안할 때까지 그들은 누구보다 노력했고 누구보다 고민했다. 직원이라고 자기보다 멍청하지 않다. 목숨이 걸린 도박을 위해 최선의 한 수를 생각해온 직원들 얘기는 귓등으로 들으며 비즈니스 모임에서 만난 지나가는 말로 비즈니스 모델과 기획을 조변석개하지마셔라. 어차피 비즈니스모임에서 만난 대표는 당신이 망해도 세상 사는데 문제 없지만 당신 직원들이 당신이 망하면 누구보다 힘든 사람들이다.
10. 현명한 새는 나무를 골라 둥지를 튼다. 썩어가는 등걸에 기대어 자식을 낳고 싶은 새는 없다. 대표는 당장 직원을 자를 수 없지만 직원은 당장 사표를 낼 수 있다. 월급 준다고 갑이 아니니 직원을 존중하셔라. 그래야 근로감독이 나와도 할 말이 생긴다.
대충 생각나는대로 정리해보니 딱 열개 정도 되는데..
내용도 겹치고 어린 놈이 대표님들께 드리는 말씀치곤 오만불손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여태 만난 망하는 회사, 나앉는 대표님들은 다 저기 안에 걸러들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안좋다.
대표와 직원이 서로 존중하고 서로 감싸줄 수 있는 회사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내가 건네는 말들이 아무짝에도 쓸모없어질 날이 어서 벼락같이 찾아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