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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사만사

적은 혼노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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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수당



100여년 간의 피말리는 전국시대는 일본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제육천마왕이라 불리던 오다 노부나가는 '천하포무(천하를 무력으로 아우른다)'를 앞세우며 수백 개의 가문으로 쪼개져있던 일본을 하나로 만들었다. 아니 그 직전까지 갔다.

천하통일을 마무리하기위해 그는 측근들을 각지로 보내 정복전쟁을 벌이고 자신은 수도인 교토로 입성하기 전, 혼노지라는 큰 절에서 하루를 묵는다.

그 날, 심복 중 하나였던 아케치 미쓰히데의 반란으로 무방비 상태였던 오다 노부나가는 천하통일을 목전에 두고 자결로 그 삶을 마감한다.

당시 다른 방면에 지원군으로 가던 아케치는 돌연 병사들 앞에서 칼을 빼들며 소리쳤다. "적은 혼노지에 있다!"

이후 일본에서는 내부에 적이 있다는 관형어로 오래도록 쓰이고 있다.

의미는 다르지만 뉘앙스는 비슷한 다른 말이 있다.
주로 정치권에서 많이 쓰이는 '내부총질'이다.

조직이 크건 작건, 이름이 있던 없던 이런 내부총질은 항상 우리를 괴롭게 한다. 특히 회사를 운영하는 임원과 밖으로만 돌아다니는 세일즈, 마지막으로 조직의 문화와 처우에 대해 쓴소리를 할 수 밖에 없는 인사팀에 대한 내부총질은 내부총질수준이 아니라 내부곡사포 정도된다. 특히 영업에 대해서는 내부 팀 중 좋아하는 직원이 거의 없다.

항상 강조하지만 세일즈는 그냥 적당히 회사 인원들이 본인에게 관심만 꺼줘도 자기 할 일은 알아서 한다. 문젠 세일즈가 숫자로 증명되는 일이니만큼 장기전에서는 끊임없는 비난과 견제를 받는 다는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세일즈는 그저 밖에서 법인카드로 밥먹고 술먹고 골프치고 농담따먹기 하는 존재이다. 고충을 알아주는 건 둘째치고 관심이라도 안가져주면 다행일텐데 관심은 또 많다. 왜 맨날 나가는만큼 돈이 안벌리냐, 영업은 뭐하냐 등등인데..

이런 말을 들을때마다 참 아프다.
그리고 멘탈이 바스락 거린다. 목구멍까지 직접 해보라는 말이 나오지만 꾹 참는다.

대표가 지나치게 사치해선 안되지만 상식적으로 대표가 경차를 타고 모임에 가는 것과 중형세단을 타고 갈 때 고객은 그 대표를 다르게 볼 수 밖에 없다. 대표가 고급 정장이 아니라 등산복을 입고 미팅에 간다면 그 미팅이 제대로 끝날까. 회사가 어려울수록 대표의 차가 좋게 바뀌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골프 모임에 어떻게든 나가서 접대 골프 치지않으면 대표의 직무유기다. 회사가 어렵다고 대표가 소위 '가오' 부리지않으면 투자는 둘째치고 대출도 힘들다. 물론 지나친 허세 속에 자신을 감추면 안되는 일이지만.

조직원을 조화롭게 융화시키고 그 처우를 모두 객관적으로 만족시킬 순 없다. 세종대왕이 살아돌아와도 그건 안된다. 본인 평가가 제대로 되지 않은건 본인이 퍼포먼스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아서다. 팀장과 동료에게 자기 어필하지 않은 본인의 잘못이다. 연봉동결도 인사팀의 잘못이 아니다. 연봉을 올리고 싶으면 본인이 회사의 파이를 키워주면 된다.

제갈량처럼, 이순신처럼 우국충정의 마음을 가지고 헌신과 희생으로 회사를 살리라고 아무도 부탁하지 않는다. 그러니 내부총질만 하지말자.

적과 싸우고 싶거든 전장에 나서면 된다, 혼노지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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