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낫또

2024.08

by 만수당


아침엔 대개 낫또를 먹는다.
동봉된 간장과 겨자를 넣고 적당히 비비면 점액질같은 실이 늘어난다. 그래서인지 풀무원 낫또의 이름은 실의 힘이다. 실은 무언가를 연결해준다. 낫또의 실은 나와 건강을 연결시켜주겠지.

낫또를 휙휙 저어다 호밀빵에 넣어 꿀 한방울을 넣어 샌드위치처럼 먹거나 한 주먹 정도의 밥이 있으면 김을 조금 부숴넣거나 계란 반숙을 같이 넣어먹기도 한다. 다만 대개는 생으로 낫또만 먹는다.

몇년을 먹어도 적응되는 맛은 아니다. 쿰쿰한 냄새며 길게 늘어지는 점액은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한 번 접게 한다. 그럼에도 낫또를 사먹는 이유는 건강하게 사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한다는 면죄부를 주기위함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실제 낫또를 먹어 건강이 얼마나 좋아졌는 지는 모르겠지만 아침을 낫또와 호밀빵으로 먹고 나온 날은 속이 편안하다. 속이 편하니 마음에 옹이가 사라지고 일도 더욱 수월해진다.

낫또는 내게 편하게 일을 할 명분을 주었고 나는 그 명분에 따라 열심히, 그리고 잘 일할 뿐이었다.

일을 하다보면 다양한 명분이 생긴다. 내가 남을 쥐고 흔들만한 명분도, 내가 쥐임당해 목이 날아갈 명분도 하루에도 수 차례씩 넘길 뿐이지 명분은 늘 우리 곁을 머문다. 다만 내게 주어질 명분이 낫또 정도라면 좋겠다.

내가 함께하는 사람이 안심하고 속을 편안히 할 수 있는 모습,
그리고 그로 말미암아 그들이 더욱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그 정도의 명분.

앞으로 갈 길이 멀다. 다만 시간은 없다.
10월은 내가 임하고 있는 일들의 분수령이 되는 달이다.

협업서비스인 TIGRIS에서 신기능을 오픈해 고객과 한층 더 나아가야하는 시기이고 준비중인 협회 사무실의 개소식이 또 10월 초에 있다.

10월의 해는 차츰 서늘해져가겠지만 서늘해진만큼 나는 뜨겁게 뛰어야 할 때다. 다만 신기능이든 개소식이든 모두 시작과 다름없는 일들이고 그 일들이 내가 함께 하는 이들에게 낫또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사 별 거 있나. 그저 나 하고 싶은 일을 재밌게 하면 그 뿐이지.



이미지를 크게 보려면 사용하세요.

1724107545741?e=1738800000&v=beta&t=isDxN351DHnhk9GThHwngXJYtvMoqAoJvMnO-wQJx6Q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서로의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