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24.12
세일즈는 영업이지만 영업은 세일즈가 아니다.
사전적 의미에서의 영업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달리 말하면 영리 목적으로 기업을 운영하는 제반 활동을 일컫는 것이다.
영어로는 'Business'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보통 영업하면 'Sales'만을 떠올린다.
정장을 입은 멀쑥한 직원이 자신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현란한 화술과 여러 협상을 진행하는 모습만을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보수적으로 좁혀보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영업은 그것보다는 좀 더, 아니 많이 광의의 의미를 가진다.
가령 사진과 같이 과일 가게를 하나 꾸려야 한다고 해두자.
과일 가게를 열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여러 행위가 동반된다.
먼저 가게의 간판부터 시작해서 인테리어를 꾸며야 하고, 어떤 과일을 어떤 시기에 얼마의 가격으로 제공할 지 고민해야하고 구매를 망설이는 고객을 향해 설득해야한다.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가장 간단한 경우의 수만 해도 저것과 같다.
이때 재고를 관리하거나 세금을 내는 것, 산지에서 과일을 조달하는 등의 행위는 여기에선 생략하도록 하자.
물론 원론적인 의미에서는 이도 모두 영업에 속하는 일이다.
제철 과일을 얼마큼 사서 얼마에 팔 지, 그리고 그 배치는 어떻게 할 지, 가게에서 취급할 과일의 가격대는 어떻게 형성할 것이며 종류는 어떻게 둘 지는 흔히 생각하는 기획에 해당한다. 간판과 인테리어를 디자인하고 전단지를 찍어내며 가격을 할인하거나 깔끔히 청소를 해두는 작업은 마케팅에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거리의 지나는 사람을 대상으로 호객행위를 하거나 망설이는 고객에게 흥정을 통한 협상을 진행하여 구매하게 하는 것은 판매에 해당한다. 어찌보면 흔히 생각하는 좁은 의미의 영업이다. 그 외에도 단골을 관리해야 하고 도매상들하고의 관계 또한 잘 유지해나가야 한다.
다시 말해 영업은 최소한 기획력과 마케팅적 시각, 협상력, 고객 관리능력을 모두 소화할 수 있어야 하는 직무인 것이다. 여기에 재무와 HR만 더하면 사실상 1인 기업이다.
현장을 돌아다니다보면 당연하게도 저 능력들을 고루 갖춘 영업 직원은 승승장구한다. 저번에 보았을 땐 과장이었는데 오늘 보니 차장도 아니고 부장으로 승진해있는 경우도 많다. 회사에서 임원까지 오르는 중역을 비롯해, 소위 말해 촉망받는 에이스들의 경우에 해당한다.
반면 영업을 판매로만 생각하는 직원들은 만년과장에 머무른다.
나이를 먹어 겨우 차부장에 진입하는 경우도 있고
차부장에 오른다한들, 위의 에이스 직원들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기 일쑤다.
영업은 이처럼 생각보다 만만찮은 직무다.
본인의 세치 혀만 가지고서는 길게 갈 수 없고 단기적인 매출에 이용되는 장기말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만약 자신의 입으로 세일즈맨이 아닌 영업인이라고 말한다면 누구보다 더 부단히 공부해야 하고 밑창이 닳게 돌아다녀야하고 트렌드에 누구보다 빨라야 한다. 할 것도 많고 심지어 잘해야할 것이 너무도 많다.
그러니 스스로 영업인으로서 살고자하면 자부심 가져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