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미치광이로부터 시작된 불길이 딱 2주 지났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시민들이 국회로 나왔고 계엄은 6시간만에 정당한 법질서에 따라 해제되었고 한 차례 부결을 거쳐 결국 미치광이 대통령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되었다.
저번에도 이야기하였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사회의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 아무리 이번 탄핵의 이야기들이 정치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는 하지만 의견을 내지 않는 이에게 가해지는 폭력들은 다소 무섭기까지 했다. 가만히 있던 유재석은 영향력있으면서 의견을 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비난당했고 다소 사태에 대해 시니컬하게 대응한 임영웅은 기자들에게 조리돌림당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공화국이기 때문에 개인의 정치적 의견에 대해 중립을 표현하는 것 또한 자유의지이다. 개인적인 감정과 판단으로 그들에 대해 안좋게 생각할 수 있으나 의견을 강요하는 것은 폭력과 다를 게 없다.
모든 정치가 상대를 지우고 내가 속한 세력의 깃발을 곧게 세우는 것이 목표라지만 특히 우리나라는 제한된 국토와 부족한 자원으로 인해 상대 세력을 몰살에 가깝게 지워내는 것에 익숙한 정치사를 가지고 있다. 이는 고대 삼국시대부터 고려를 거쳐 조선시대의 사화와 옥사로 이어졌다. 현대사도 마찬가지다.
탄핵을 반대하는 것이 내 기준에서도 이해할 수 없으나 그렇다고 그들이 악마는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을 손가락질 하는 사람은 또 천사인가? 그 또한 역시 아니다. 극과 극은 어차피 통한다. 극우 유튜버와 뉴라이트만이 현재 대한민국의 문제인가? 내가 생각할 때는 아니다. 오히려 그들은 겉에 드러난 작은 종기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종기는 피부 안에 그 뿌리가 있어 그저 드러난 종기를 짠다고 없어지지 않는다.
탄핵을 반대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기회를 틈타 원색적인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이 폭력과 다를 바 없음을 말하고자 함이고 아직 헌법재판소의 결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마치 세상이 바뀐 듯 우쭐해함을 경계하자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난 이유가 정치가 양 극단으로 빠져 허우적대었기 때문임을 알아야하며 시민이 깨어있지 않으면 미친 멧돼지가 다시 살아돌아올 수 있음을 알아야한다.
세상천지 정보가 널려있어도 보고싶은 것만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러한 경로의존성은 우리 머리를 더 딱딱하고 고집불통으로 만들어 놓아 모두를 평행선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아니 이미 모두가 평행선이다.
여자와 남자가, 청년과 노인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보수와 진보가, 전라도와 경상도가, 서울과 지방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셀 수도 없을만큼 갈라쳐진 대한민국에서 자신이 속한 세력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사람들이 지금처럼 가득하면 우리의 오년 후, 십년 후는 불을 보듯 뻔하다. 연이은 탄핵과 같은 정치적 불안은 계속해서 우리를 파고들 것이다. 시대정신이 희미해지고 모두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그 결과는 무엇일까.
임지현 교수는 20년 전, 대중독재라는 책을 내며 언론에게 질타를 받았다. 히틀러나 마오쩌둥, 박정희와 같은 독재자들이 대중의 선택으로 만들어진 독재자라는 내용 때문이었다. 특히 20세기 중반 이후 민중사관에 의해 시민과 노동자가 역사의 주체라고 강력하게 믿어온 우리나라 80년대 학번들에게 특히 더 비판받았다. 물론 박정희에 대해 대놓고 독재자라고 했기 때문에 소위 말하는 산업화 시대에서의 비판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 무엇이 다른가. 그저 문재인을 구속시키겠다는 열의 하나로 아무런 정치적 경험도, 경륜도 없는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과격한 과거 언행과 여러 논란이 있는 이재명을 사실상 민주세력의 총통으로 만들었다. 누가? 우리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 물론 해야한다.
그런데 우리 마음 안의 증오와 혐오도 함께 탄핵시키자.
나와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손가락질 하는 내 욕심은 처형시키자.
그리고 우리 마음 속, 깊은 증오와 혐오 를 몰아낼 내 마음의 쿠데타가 필요하다.
공산당이 뿔달린 괴물이라고 강제하던 것은 반세기 전의 군사정권이다.
나와 다르다고 뿔달린 괴물도, 악마도 아니다.
상대가 누구를 지지하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든, 무슨 행동을 한들
그것이 법적인 테두리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아니라면
어떤 식으로든 폭력은 가하지 말자.
다만 2주 전처럼 그것이 상식에 어긋나고 법을 어기는 일이라면
모두가 함께 징치해야한다. 명백히 잘못한 일에 침묵하는 것은 중립적인 태도가 아니라 어쩌면 동조일지도 모르니.
서로를 사랑하고 부둥켜 안고 살아도 힘들고 모진 세상이다.
서로 아끼고 이뻐해주자. 그리 마음먹으면 퍽 아름다운 세상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