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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2025.2

by 만수당


오늘 낮에 글을 쓸 때 만나던, 이십년 위의 선배님을 만날 일이 있었다.

처음 뵐 때 선배님의 나이가 마흔이 되지 않았었는데 어느덧 오십대 중반을 달리고 계시니 같이 한 시간을 알 법도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어제 본 웹툰 이야기를 하였고 가만히 듣던 선배님은 왜 네가 쓸 생각은 안하니? 하시며 물었다.

사실 십수년의 시간을 같이 한만큼 선배님은 내게 있었던 일들을 굉장히 많이 알고 계시는데 거의 고질병처럼 이야기하는 '이 이야기를 소설로 쓸 거에요!'가 얼마 가지 않아 사그라드는 조그만 불꽃이란 것도 늘 알고 계신다. 그렇기에 선배님은 첫장만 쓴 소설이 내가 들은 것만 서른 개가 넘어가는 데 이번엔 제발 좀 써봐라 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특별한 주문을 추가하셨다. 여태까지 써온 것처럼 역사니 전쟁이니 하는 것 집어치우고 내가 살아온, 그리고 내가 만나온 사랑의 기록을 한 번 써보라는 것이다. 어차피 글로 돈 벌 생각도 없어보이니 그저 남기는 차원에서 써보라고 권유하신 것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2013년에 나와 너의 이야기라고 딱 15페이지 정도 쓴 물건이 하나 남아있다. 과거에 함께 했던 사람을 하나로 합쳐 만든 너와 나의 이야기 였다. 그래서 이번에는 '너'를 한 명으로 합칠 필요 없이 합쳐서 써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개중에는 결혼하여 행복하게 지내는 이도, 세상을 달리한 이도, 어디에서 무얼 하는 지 모르는 이도 있다.

그저 기록의 차원으로, 나도 계속 남기고 남겨야겠다.

아니 그저 죽기 전에 지난 번 말했던 우리 동네와 어른들의 한맺힌 이야기, 그리고 내가 살면서 스쳤던 이들에 대한 이야기 두 개는 꼭 남기고 죽어야겠다.

비즈니스와 병법같은 이야기는 누가 써도 쓰지 않겠는가.
나만이 쓸 이야기에 당분간 집중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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