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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쩔친

2025.2

by 만수당

친구가 한 명 있다.

어린이집 시절부터 알고 지냈으니 벌써 30년 친구다.
물론 초등학교시절과 중학교 시절 잠시 연락되지 않은 시간이 몇년 있었지만
그것이 뭐 중요하겠나.

이십대 초반, 그 청춘의 소용돌이 속에 맘을 잡지 못할 때에
본인도 힘드면서 꼭 날 위로해주던, 의지가 되었던 친구다.

술에 취하면 가끔 결혼은 너 같은 애랑 해야한다고 말을 흐리며
창피하니 카톡방 나갈거라고 얘기하던 귀여운 소녀였다.

서로가 서로의 어려움을 알았고 사는게 바빠 매일같이 연락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십수년 서로 의지하며 지내온 소중한 친구다.

그런데 청첩장을 받고도 날짜를 잘못 기억해
가지 못하고 축의금만 띄워 보냈다.

작은 전주땅에서 겹치는 친구 하나 없이 삼십년을 보낸 친구의 결혼식날을 멀리서라도 볼 수가 없으니 마음이 좋지만은 않다.

생각해보니 여사친들 중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이들의 결혼은 정작 지키질 못하니 혹여나 결혼을 하면 나는 무슨 낯으로 초대를 하나라는 생각에 결혼 안하기로 다짐한 내가 차라리 다행이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참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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